마주보고도 닿지 않는 밤의 기록

느리게 걷는다

by 미리암 최정미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중하지 않은 곳은 없다

거울 속의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모르는 타인들이 만나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어느 길목

세상은 여전히 어둡고 소란스럽지만

각자의 몫을 나누어 들고

빈칸을 채워간다


서툴고 정겨운

뒷모습이

참 좋다


앞지르려 애쓰는 계절에도

구태여 자유를 선택한다


느리더라도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점 하나씩을

깊게 찍고 간다


반복과

도전들이 모여

먼지 쌓인 하루에

윤이 도는 날


그제야 비로소

걸어온

느린 궤적이

빛날 것을 안다


개구리 울음소리 들리는

시골 저녁

어둠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

멈추지 않고

나를 완성해간다


내일도

나에게 인사를 건넬 것이다

점들이 모여

선이 되는 그날까지

유연한 자유를 선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