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근육과 주부 육감이 생겨났습니다.
두 아이의 등교와 아내의 출근을 끝냈습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마트에서 사 온 쪽파를 다듬었습니다. 아침식사 때 아이들이 남긴 국을 다시 모아서 랩으로 덮었습니다. 아이들이 남긴 국과 음식은 나의 점심식사가 될 것입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나니 커피 한 잔이 그립습니다.
세탁기에서 빨래가 끝났다는 신호음을 울립니다. 아내의 매뉴얼대로 세탁이 끝난 빨래에 섬유유연제를 넣고 헹굼을 다시 돌립니다. 헹굼이 끝나면 15-20분가량 기다립니다. 빨래에 섬유유연제가 충분히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라며 아내는 꼭 이렇게 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섬유유연제가 충분히 스며드는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탈수를 돌려서 세탁을 최종 마무리합니다.
아내의 당부와 달리, 내 방식대로 섬유유연제를 세제와 함께 넣고 돌렸습니다. 세탁과정을 보지 못한 아내에게 당신의 매뉴얼대로 빨았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건조대 위의 빨래를 만지면서 귀신같이 알아차렸습니다. 우연이라 믿고 몇 번을 내 방식대로 세탁기를 돌렸지만, 세탁과정을 보지도 않은 아내에게 발각되기는 시간문제였습니다. 지금은 아내의 매뉴얼대로 세탁을 합니다.
세탁용 섬유유연제를 다 썼습니다. 비워진 플라스틱 섬유유연제 통을 재활용 쓰레기 함에 버렸습니다. 마트에 가서 구매 목록에 섬유유연제를 메모했습니다. 집 정리를 하다 보니 세탁기 옆에 숨어있던 섬유유연제를 찾았습니다. 보물찾기 놀이에서 숨겨놓은 선물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구매 목록에서 섬유유연제를 지우는 순간, 이상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찾은 섬유유연제는 리필형 비닐 팩으로 된 제품이었습니다.
찾은 제품은 리필용입니다. 아내는 리필제품을 구입해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버린 섬유유연제 빈 통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물로 깨끗이 씻은 후 리필용 섬유유연제를 담았습니다. 만약, 리필용 비닐팩과 본 제품을 구분하지 못했다면 오늘 저녁 취침은 아이들 방이 되었을 겁니다.
살림의 근육과 주부의 육감이 생겨나기 시작한 제 자신이 대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