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잔 속 커피는 다 식었습니다.
오늘 아침, 어묵탕을 끓였습니다. 멸치 액젓으로 국물을 만들고, 야채 칸에 먹고 남은 야채들을 넣었습니다. 어묵은 먹기 좋게 썰어서 청양고추와 함께 끓였습니다. 간을 보니 딱 2% 부족한 뭔가의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국간장 약간으로 부족한 맛을 잡았습니다.
음식의 간이 갈수록 짜게 맞춥니다. 아직 치매를 걱정할 정도는 아닌 나이인데, 만드는 음식마다 짠맛이 강해집니다. 반찬을 만들어도, 국을 끓여도, 심지어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도 짠맛이 납니다. 지금껏 나는 간간한 짠맛을 감칠맛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입안에 착착 감기는 맛깔스러운 감각은 짠맛이었습니다. 만드는 음식마다 간은 세지고 맛이 짜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음식을 만들 때 소금보다 젓갈을 주로 사용합니다. 젓갈은 작은 양만으로도 맛과 간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새우젓은 맑은 국을 끓일 때, 참치 액젓은 반찬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합니다. 시금치나 오이, 그리고 계절에 따라 나오는 채소를 무칠 때는 참치 액젓을 넣습니다. 멸치 액젓은 육수를 끓일 때 첨가하여 깊은 육수 맛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액젓 3종 세트가 없으면 음식에 자신이 없어질 정도로 많이 의존합니다.
액젓을 넣다 보면 소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됩니다. 다만, 액젓은 음식을 먹고 나도 입안에서 텁텁한 짠맛이 오래 남는 게 단점입니다.
식사를 하던 아내가 어묵탕이 짜다고 투덜거립니다. 요즘 들어서 음식의 간을 못 맞춘다며 타박을 합니다. 내가 먹었을 땐, 짠맛보다는 감칠맛이 더 풍부합니다. 아내는 뜨거운 물로 어묵탕의 짠맛을 희석시켜 먹었습니다.
식사를 끝낸 가족들은 직장과 학교로 떠났습니다. 치우지 않은 식탁에 앉아서 간 조절에 실패한 짠맛에 대해 고민합니다.
음식 맛이 짠 이유는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맛의 기준이 가족이 아니라 내 입맛과 내 취향에 맞췄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유난히 싱겁게 먹는 편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저녁마다 물을 자주 마시는 걸 보면 아이들 입맛에도 음식은 짰을 겁니다. 주부는 가족을 위해 삽니다. 맛의 기준도 가족이 우선입니다. 요즘 나는 너무 내 생각만 하고 살았습니다.
음식의 맛이 짠 것은 생각과 마음이 딴 곳에 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요즘 들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집안 살림과 상관없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가정과 가족에 집중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저녁식사를 준비를 위해 허겁지겁 귀가하기도 하고, 귀가시간이 늦어져서 가족의 저녁식사가 한밤중일 때도 있습니다. 시간에 쫓겨서 급하게 준비하는 음식은 맛에 대한 집중이 흐트러지기 마련입니다. 요즘 나는 시간에 쫓기며 살았습니다. 시간의 우선순위를 가족 중심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야겠습니다.
음식의 간을 못 맞춘다는 말은 내가 스트레스가 심해졌다는 뜻입니다. 스트레스는 자극을 추구합니다. 맵고 짠 음식을 먹음으로 마음속 상처를 달래거나 지워내려 합니다. 나의 마음 상태가 짠맛의 자극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마음속 어딘가에 상처가 생겼거나,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의 내 삶과 생활 속에서 나를 자극하는 스트레스를 확인해야겠습니다.
이처럼 나의 개인적인 문제가 가족 전체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가족 한 명의 상처가 가족 전체의 상처입니다. 중년의 외로운 아버지는 가족 전체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갱년기의 어머니에게도 가족의 애정이 필요합니다. 자녀에게 가족 전체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가족은 각자 살아가지만, 마치 한 덩어리로 뭉쳐있는 신비한 조직입니다.
생각이 길어지면서 머그잔 속 커피는 다 식었습니다. 머그잔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야 할까요? 아니면 커피를 다시 내려야 할까요? 별게 다 고민되는 오늘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