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김치볶음밥

게임을 하면 할수록 공부머리가 줄어든다는데....

by 주부아빠

휴대폰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사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중학생이 되어도 가능한 늦게 사주려고 계획했습니다. 중학생이 되기 전, 이이들과 몇 번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끝까지 사주지 않았습니다.


급한 연락을 해야 할 때는 공중전화 콜랙트 콜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집과 학교가 매우 가깝다는 이유로 집에 와서 전화를 하고 나가라고 가르쳤습니다. 휴대폰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까 봐 염려되어 친구들을 집으로 자주 불렀습니다. 맵기만 한 떡볶이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싱겁고 불어 터진 스파게티를 먹이기도 했습니다. 가능한 친구들을 자주 집으로 불러서 함께 놀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아들의 친구 연락처를 아빠의 폰에 빼곡히 저장했습니다. 아들을 찾을 때면 친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통화하기도 했고, 아들의 행방을 물어보며 동선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휴대폰을 사주지 않으려는 아빠의 노력과 수고는 큰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때 멈췄습니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이 울면서 휴대폰을 사달라고 졸랐습니다. 친구들 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나만 없다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물었지만, 아들은 자존심이 상해서 학교를 못 다니겠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휴대폰 사달라는 대성통곡은 저녁까지 이어졌고, 결국 나의 고집은 엄마의 설득으로 끝나버렸습니다.


그 이후로 더 이상 부모교육과 강연에서 자녀에게 휴대폰을 가능한 늦게 주세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휴대폰의 중독성과 위험성은 끊임없이 말하고 있지만, 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제 모습이 부끄러워서 해야 할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중2 아들은 하루 2시간, 예비 중1 아들은 하루 1시간의 휴대폰 사용시간 규칙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습니다. 정해놓은 시간을 넘기면, 다음 날 휴대폰 사용시간은 약속한 시간을 어긴 만큼 사용시간을 줄이기로 정했습니다. 1분 1초까지 빡빡한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아들은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상제도도 만들었습니다. 정해 놓은 시간보다 휴대폰은 덜 쓰면 다음 날 남긴 시간만큼 더 쓰게 하고 있습니다. 30분 단위로 사용시간을 줄이면 보상금(30분당 1,000원)도 마련해 두었습니다.


이런 꼼수는 아이들이 휴대폰에 중독되는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을 위한 다양한 어플 중에서 자녀의 휴대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플까지 아이들의 동의를 얻어 설치했습니다.


이런 수고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들들은 휴대폰 삼매경입니다. 아침식사 후부터 휴대폰을 붙들고 지냅니다. 제 속이 뒤집어집니다. 아침식사 설거지를 하면서 화가 나서 아이들을 각자 방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쳤습니다. 휴대폰에 빨려 들어갈듯한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기가 싫었습니다. 방에서 20분간만 휴대폰 보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화가 난 내 마음과 정반대로 아들들은 반성의 표정 없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휴대폰과의 사투 끝에 오전에 해야 할 아이들의 일일 학습 분량을 모두 마쳤습니다. 채점해서 틀린 문제를 다시 풀게 하고 틀린 만큼 새로운 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감정이 올라온 제 상태를 아이들이 눈치채고는 아무 말 없이 공부를 끝냈습니다.


공부가 끝나니 다시 점심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설거지하고 나서 커피 한잔 마시면 다시 점심을 준비해야 한다는 어머님들의 하소연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묶은 배추김치와 총각김치를 먹기 좋게 썰었습니다. 웍에 넣고 김치를 볶았습니다. 식재료 선반 구석에 있던 작은 햄 캔을 찾아서 함께 넣고 볶았습니다. 여기에 밥을 넣고 준비한 양념을 뿌려서 맛을 냈습니다. 묶은 김치의 알싸한 맛과 쌉쌀한 맛 때문에 기대했던 김치볶음밥 맛이 나지 않았습니다. 밥공기 한가득 볶음밥을 담고 그 위해 반숙으로 조리한 달걀프라이를 한 장씩 덮었습니다. 모양은 그럴싸해 보였지만, 맛은 중장년층이 좋아할 맛입니다.


아이들은 김치 볶는 냄새 때문에 기대를 했고, 평소 내주지 않던 스팸에 박수를 쳤지만, 밥은 스팸만 빼먹고 절반씩 남겼습니다.


남겨진 밥은 제가 다 먹어버렸습니다.


점심 설거지를 끝내자, 아들들은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며 나갔습니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문자가 왔습니다. 게임회사에서 부모 동의 인증을 해달라는 문자가 날아왔습니다. 예비 중1 아들이 피시방에서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란 뜻입니다. 동생이 혼자서 게임을 하러 가지 않기에 옆 자리에 형이 앉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나가서도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네요... 휴~~


우리 집 아들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아니면.... 맛없는 식사에 대한 반항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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