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오늘, 달라진 것 없는 지루한 일상도 행복입니다.
지난주에는 큰 아들과, 이번 주에는 작은 아들과 마주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학년에 따라 등교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 진행하는 바람에 일주일씩 점심식사를 아이들과 번갈아가며 먹고 있습니다.
아들과 단 둘이서 마주 보며 밥을 먹는 게 오랜만입니다. 늘 가족들과 함께 시끄러운 식사를 했습니다. 둘만의 식사시간은 의외로 조용합니다. 대화는 하지만 평소와 달리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야기가 오고 갑니다. 행동과 소리의 울림이 서로에게 더 크고 가깝게 전달됩니다.
마주 보며 식사를 하게 되니 아들의 모습이 더 크고, 더 자세하게 보입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는 듣지 못했던, 아들의 음식 씹는 소리가 들립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맛의 표정도 보입니다. 준비한 반찬과 국의 맛이 어떤지 물어보지 않아도 아들의 얼굴에서 맛의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둘 만의 점심식사는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눕니다. 아이들은 아빠와 둘이서 밥을 먹으며 궁금한 것들을 평소보다 많이 물어봅니다. 어제 왜 엄마가 아빠에게 큰 소리를 치셨는지, 아빠는 왜 엄마에게 서운하셨는지, 엄마와 아빠가 나눈 대화가 어떤 것이었는지... 에 대해서 이유를 묻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아들에게 자세하고 상세하게 엄마와 아빠가 왜 감정이 상했는지 이유와 상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아빠도 아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왜 휴대폰을 오래 보는지, 아빠의 전화를 왜 자주 받지 못하는지, 공부를 하지 않고 시험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들을 향한 잔소리나 평가와 지적질의 말은 되도록 감추며 물었습니다. 그리곤 아들에 대한 아빠의 마음과 감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들을 돌봄의 대상이 아닌, 아빠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아들임을 알아듣게 설명했습니다. 오붓한 식사시간 덕분에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단출한 점심식사였지만, 아들과 조금 더 가까워져서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식사 때 평소 먹지 못하는 음식을 아빠가 준비해 주시지 않을까 기대를 많이 합니다. 혹시, 라면을 먹지 않을까, 집 근처 식당에서 외식을 하지 않을까, 배달음식을 주문해서 먹지 않을까... 스페셜한 점심 식사에 대한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은 알고 있지만, 음식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준비합니다. 점심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기는 합니다. 내가 만들어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주문과 배달음식은 허락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스페셜하게 점심식사를 준비합니다. 근처 반찬가게에서 돈가스를 사 오기도 하고, 스파게티나 떡볶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마트를 다녀오면 비싼 물가 때문에 차라리 음식을 사 먹는 게 훨씬 경제적임을 확인하게 되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식사는 집에서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평범한 일상입니다. 아빠는 아침부터 집안일과 식사를 준비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작은 아들은 책상에 앉아 성실하게 온라인 수업을 마쳤습니다. 아들과 아빠는 각자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보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어제와 변함없는 오늘에 감사합니다. 발전과 성장의 결과인 변화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지루한 하루지만, 이런 평범함에 감사한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참 평범한 하루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행복한 하루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