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해야 할까요? 당황해야 할까요?

오늘은 정말 아이들에게 미안한 날입니다.

by 주부아빠

중학생 작은 아들이 자주 하는 말은 '저를 초등학생 취급하지 마세요!'입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부터 자신을 더 이상 초등학생처럼 대하지 말아달라고 말합니다. 동네에서 함께 지내던 초등학생 동생들과도 나름의 거리두기를 합니다. 언젠가부터 아들은 동생들 앞에서 형 노릇을 하려 듭니다. 아들은 중학생이 되자마자 초등학생스러움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벗어나려고 노력합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큰 아들은 한 살 아래의 동생과 같은 취급을 받으면 내면서까지 불쾌한 감정을 드러냅니다. 형님으로써 그리고 예비 고등학생으로서의 자존심이 상한다고까지 말합니다. 형이니까 더 특별해야 하고, 곧 고등학생이니까 중학생 동생과 비슷한 처우를 받으면 짜증이 나고 싫다고 합니다. 부모의 눈에는 중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은 모두 똑같아 보이는데 말입니다.


두 형제를 통해서 중학생의 자존심과 똘끼(?)를 자주 보게 됩니다.


엄마는 방학을 시작한 아이들을 위해서 야외 체험 활동을 신청했습니다.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져서 숲에서 클라이밍을 하는 숲 체험 프로그램을 찾았습니다. 프로그램 신청자 2명만 남은 마감일에 엄마는 간발의 차이로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클라이밍의 재미를 강조하며 어렵게 찾았고 간신히 신청했으니 아빠와 재미있게 다녀오라며 출발 전날 저녁에 신청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견도 없이 신청되었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클라이밍을 할 수 있다는 말과 끝나고 아빠와 외식을 해도 좋다는 엄마의 허락에 금세 마음이 풀렸습니다.


신청서에 안내된 내용에 따라서, 긴팔 옷과 마실 물 그리고 클라이밍을 할 때 필요한 장갑을 구입해서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은 클라이밍 동영상을 보면서 밧줄로 오르는 동작을 흉내 내며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다음날, 체험활동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모임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담당 선생님을 만나서 신청서와 신청 대상자인 아이들을 확인했습니다. 담당자는 우리를 데리고 체육관 뒷산으로 안내했습니다. 숲에 도착한 중학생 아들들은 당황했습니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KakaoTalk_20210804_095716084.jpg


신청자 가운데 중학생은 우리 아이들 뿐입니다. 아이들은 아빠를 원망의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나도 황당하고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지으며 유아 숲 체험 프로그램인 줄 몰랐다는 제스처를 보냈습니다. 아빠도 아이들도 황당하고 당황스럽습니다.


중학생은 초등학생 취급당하는걸 정말 싫어합니다. 아이들은 더 이상 초등학생처럼 취급하지 말라는 말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오늘 중학생 아들들은 초등학생이 아닌 유아 취급을 당했습니다. 엄마의 계획인지, 엄마도 실수인지는 집에 가서 따져봐야겠습니다.


점심식사라도 근사하게 먹여서 화를 풀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정말 아이들에게 미안한 날입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