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부자아빠입니다.

아빠는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큰 아들 접시에 담았습니다.

by 주부아빠

9월 8일은 작은 아들 생일날입니다. 중학생 아들은 아직도 생일날을 기대합니다. 생일날 며칠 전부터 가족 모두에게 D-day를 알려줍니다. 선물은 기본이고 생일날 저녁에는 외식을 먹어야 된다며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합니다. 아들은 동네 백화점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고 싶다며 식당까지 지정했습니다.


백화점에서 추석선물을 준비하며 받은 공짜 상품권 덕분에 아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가족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습니다. 멤버십 신규가입 혜택으로 공짜 치킨 샐러드까지 받았습니다. 주문한 메뉴들이 다 나오고 보니, 제법 많은 양의 음식들로 테이블을 가득 채웠습니다. 기분 좋게 식사를 하던 아들이 아빠에게 묻습니다.


"오늘 먹는 금액으로 집에서 삼겹살을 사다가 먹으면 며칠은 먹겠죠?"


아들은 지금 먹는 음식들도 맛있지만, 비싼 음식값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아빠는 비싼 음식점을 자주 올 수 없어도 가끔은 이렇게 대접받으며 먹는 경험도 필요할 때가 있다며 말해주었습니다.

식당에 들어오기까지 40분을 기다렸습니다. 테이블마다 가족들로 만석입니다. 백화점 9층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서 그런지 모두들 서너 개의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만 빼고 모두 부자처럼 보입니다. 우리 집 가정 형편으로는 이런 곳에 자주 올 수 없습니다. 이번처럼 공짜 상품권이 생기기 전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남들과 같은 비싼 음식을 먹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아빠의 마음은 소심해졌습니다. 아들도 아빠처럼 소심하고 작아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테이블을 도와주시는 종업원을 자주 불렀습니다. 자주 대접을 받으면 소심함이 사라질 줄 알았습니다. 소스와 피클이 떨어질 때마다 채워달라고 불렀고, 물티슈와 휴지를 달라고 공손하게 자주 요청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국민재난지원금을 받는 방법과 시기를 알려주었습니다. 생년월일에 따라서 신청하는 날짜가 다르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아니면 제로 페이로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내의 생일에 맞춰서 신청 날짜를 알려주고, 혹시 그 날짜에 신청을 못해도 다시 신청할 수 있다며 안심시켰습니다.


재난지원금 대화를 듣고 있던 큰 아들이 웃으며 대화에 동참합니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과 가볍게 말다툼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친구들의 말다툼 시작은 누가 더 비싼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가였습니다. 아파트에서 시작된 말다툼은 아빠와 엄마의 연봉과 부모님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종류, 자신들이 알고 있는 부모님 통장의 금액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말다툼은 "우리 집은 재난지원금 안 받는다!"라고 외친 친구의 승리로 끝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웃음과 함께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큰 아들에게 부자 친구들과 다닐 때, 기죽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중산층 혹은 보통의 우리 집이 부끄럽지 않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아들은 웃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며 말합니다.


"우리 집은 돈이 조금 없는 것뿐이잖아요. 괜찮아요."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큰 아들이 고맙습니다. 중학생인 큰 아들이 대학생처럼 믿음직하고 대견스럽게 느껴집니다. 아들은 계속 말합니다.


"친구들은 아빠가 집에 있는 걸 부러워해요. 걔네들은 아빠랑 놀러 다니거나 아빠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다며 아빠가 항상 집에 계시는 우리 집이 부럽대요.!"


오늘은 작은 아들 생일날입니다. 하지만, 큰 아들이 주인공처럼 느껴집니다. 아빠는 배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는 거짓말과 함께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큰 아들 접시로 옮겼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가장 부자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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