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2년 차 징크스...

내일은 오늘보다 다른 모습의 아빠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by 주부아빠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인 첫해에는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성공적인 실력을 보여주지만, 다음 해인 2년 차가 되면 첫해의 경기력보다 못한 실력이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자동차 사고 역시 면허증을 취득한 첫해보다는 그다음 연도인 2년 차 때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뭐든지 처음에는 각별한 각오와 긴장감 때문에 최선을 다하게 되지만, 2년 차가 되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초심이 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주부 2년 차입니다. 그리고 지금... '주부 2년차 증후군'에 빠졌습니다.


주부 1년차 때는 살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집안 일과 중학생 자녀를 돌보는 일에 온 힘을 다했습니다. 밤늦게까지 음식 만드는 동영상을 찾아가며 공부했고, 살림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관련된 인터넷과 책을 읽어가며 주부생활을 했습니다.


지금은 1년 차 때의 열심히 사라졌습니다. 살림을 하기 싫다는 말은 아닙니다. 처음에 마음먹었던 열심과 최선이 작아졌다는 말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의 재미도 줄어들었습니다. 더 잘 만들어서 가족에게 대접을 하고 싶은 마음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식단만 준비합니다.


매일 하던 살림의 루틴은 2일 혹은 3일마다 한 번씩으로 게으름을 피웁니다. 귀찮은 것도 아니고 하기 싫은 것도 아닌, 열정이 사라진 상태가 2년 차인 지금 아빠의 상태입니다.


왜 이런 징크스에 빠졌을까요? 혼자서 고민해 보고 아내와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분명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이유가 될만한 실마리는 발견했습니다.


가끔씩 불안한 생각이 찾아옵니다. 현재의 삶에 대한 불확실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생각이 나를 힘들게 만듭니다.


'지금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되는지?

'언제까지 집에만 있어야 하는지?'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이런 생각이 찾아오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살림을 하는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만 같고, 아이들에게는 짜증과 불만을 표출합니다. 눈치만 보고 있고 아이들은 아빠의 기분을 살피며 하루하루를 살게 됩니다.


아내는 퇴근 후 밖에서 좀 보자며 문자를 보냈습니다. 퇴근한 아내는 아빠를 덕수궁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아내는 덕수궁 역사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해 두었습니다. 해설사를 따라서 덕수궁을 돌아다녔습니다. 건물의 배경과 역사를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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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 없는 틈틈이 아내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금 내 마음이 왜 이런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재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짜증과 불만도 이야기하며 내 감정 상태까지 다 털어놓았습니다. 아내는 집에서의 내 행동과 상태를 설명하며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해결되거나 달라진 건 없지만, 마음의 각오는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나에게 찾아온 '2년 차 징크스'는 가족보다는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불안일 수도 있습니다. 행복한 가족보다는 성공해야만 하는 내 인생을 우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빠의 성공이 가족의 성공이라는 착각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내 삶의 속도가 남들보다 늦고 뒤처져도 그 길을 함께하는 가족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가더라도 그 길이 혼자라면 허전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른 아빠의 모습이 되어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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