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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자 Mar 28. 2020

심은경 여우주연상 화제작 <신문기자>

후지 미치히토 '신문기자(2019)'

영화 <신문기자>는 2017년 일본을 발칵 뒤집었던 아베 정권의 사학 스캔들을 모티프로 제작된 작품이다. ‘아베 사학 스캔들’은 2017년 일본 사립학원이 국유지를 헐값에 매입한 과정에 아베 총리와 그의 부인은 아키에가 부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혹으로 시작되었다. 2018년 아사히신문이 추가적인 비리를 폭로하며 재점화되었고, 국유지 매각 담당 부처인 재무성이 300여 건의 공문서를 조작한 것을 시인하여 파장이 일었다. 관련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사학 스캔들을 계기로 ‘아벡시트(Abexit)’라는 퇴진 운동이 진행될 정도로 아베 신조의 지지율은 크게 흔들렸으나, 18년 9월 3선에 성공하였고 역대 최장수 총리로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한 신문사로 팩스가 발송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익명의 제보자에게 사립학원 설립과 관련된 기밀 문서를 받은 기자 ‘요시오카’는 공무원 ‘칸자키’의 죽음과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취재를 하기 시작한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내각정보실 요원 ‘스기하라’와 접촉을 하게 되고, 이야기는 진실을 숨기려는 내각정보실과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언론 탄압, 사학비리, 댓글 조작, 성폭행 사건 등 일본 정부의 어두운 면을 주인공인 ‘스기하라(심은경 역)’ 기자의 시선으로 좇는 사회비판적인 작품이다. 


역대 최장 임기로 일본을 장악해오고 있는 아베 정권을 저격한 영화로서의 가치는 높게 평가한다. 직접적으로 아베 신조의 이름이나 현 일본 정부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아베 사학 스캔들의 양상을 내용만 바꾸고 거의 그대로 따와서 영화를 감상하는 누구나 아베를 떠올릴 수 있다. 사학 비리 취재가 주요 소재이지만, 일본의 국정원 꼴인 ‘내각정보실’의 댓글 조작과 가짜 뉴스 배포, 이로 인해 묻힌 총리의 성추행 사건 등을 함께 다루며 비판하였다. 폐쇄적인 분위기의 일본에서 정부비판적인 작품이 개봉하고, 또 흥행하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분위기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심은경의 연기이다. 사실 스토리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일본과 아베 스캔들이라는 상황적인 맥락을 떼놓고 보면 특별하게 참신하거나 인상적인 부분은 크게 없다. <신문기자>의 매력은 주인공 ‘스기하라’와 그를 연기한 심은경에서 온다. ‘스기하라’는 언뜻 보면 정의감에 불타는 전형적인 막무가내 캐릭터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불의에 분노하지만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혼자만의 싸움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고, 무엇보다 사람에 크게 공감한다. 츠바키의 장례식 장면, 마침내 언론 보도를 해내고 말았을 때, 충격적인 사실을 직면했을 때의 표정 연기가 특히나 인상 깊다.(스포일러 방지 때문에 장면 묘사의 한계가 있다.) 사실에 기반했기에 일본 정부에 화도 많이 나고 분위기가 어두워 답답하기도 하지만, 심은경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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