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알바 한 번 해 보지 않을래요?"
롯데월드? 놀이공원? 잘못 들었나 싶었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봉사활동에서 만난 동료와 알바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은 말이다. 내가 알고 있는 놀이공원 알바는 MBTI가 EEEE 인 사람이 하는 게 아니던가. 능글맞고 재치 있게 안내 멘트를 하고, 그 와중에 놀이기구를 능수능란하게 조작하며, 하늘을 뚫을 듯한 텐션과 획기적인 퍼포먼스로 손님을 즐겁게 하는 알바를, 누가 봐도 집에서 조용히 책 읽고 차 마시고 글 쓰는 걸 좋아할 듯 보이는 나에게 제안하다니.
"근데 롯데월드 알바.. 그러니까 놀이공원 알바는 엄청 외향적인 분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저 롯데월드에서 한 달 근무했거든요. 근데 저 외향적으로 보이나요? 막 사람들 깔깔 웃게 해주는 그 정도로 보이나요?"
"... 솔직히 그렇진 않아요."
"그렇죠? 반드시 외향적일 필요는 없어요. 물론 *어트랙션 캐스트 같은 경우에는 손님께 안내 멘트를 해야 하기에 지나치게 내향적이면 힘들겠지만요. 그리고 롯데월드에 어트랙션 캐스트만 있는 게 아니에요. 롯데월드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손님의 안전을 관리하고 청소 업무하는 캐스트도 있는걸요."
<놀이공원 알바 = 외향인> - 이 공식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구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튜브에서 부각되는 놀이공원 알바의 모습은 항상 밝고 활발한 편이라 모든 놀이공원 알바가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던 것. 놀이공원을 소재로 한 영상에서는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이 빠질 수 없고, 영상에 재미를 한층 더해 주는 활발한 어트랙션 근무자가 자주 등장하니까.
놀이공원이 놀이기구를 운영하는 알바만으로 돌아갈 리 없었다. 놀이공원에는 놀이기구뿐만 아니라, 손님을 즐겁게 해 주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다양한 이벤트에는 다양한 인력을 필요로 한다. 봉사활동 동료는 어트랙션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캐스트도 뽑으니 한 번 모집공고를 찾아보고 지원해 보라고 했다. 마침 휴학도 했겠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던 차였는데, 이왕 방황할 거 돈을 벌면서 방황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롯데월드 알바, 한 번 해 보지 뭐.'
그렇게 봉사활동이 끝나자마자, 롯데월드 채용 홈페이지에 접속해 팔자에도 없는 놀이공원 알바에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팔자에도 없었을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봉사활동에도 손님의 안전을 통제하는 업무임을 알고 지원했다. 활발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지만, 활발함을 주도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 놀이공원 알바에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 주리라 예상되는 '안전청결' 부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캐스트 지원 신청서를 쓸 때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런데 롯데월드에서 일하는 알바는 왜 알바가 아닌 캐스트일까. 알바를 특이한 호칭으로 부름은 그만한 역할을 기대한다는 게 아닐까? 그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업무를 하게 될까?... 는 서류를 합격한 뒤에야 해결 가능한 의문이다. 서류 합격/불합격 여부 문자를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어트랙션 : 극장에서 손님을 끌기 위하여 짧은 시간 동안에 상연하는 공연물. 놀이공원에서는 손님을 끌기 좋은 놀이기구를 어트랙션이라 부르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