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중독 말기인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
''나도 유튜버나 한 번 해볼까?''
한 번 해볼 수 있다. 대학교 전공 수업을 통해서.
위 링크가 대학교 전공 수업을 통해 만든 영상이다. 도대체 무슨 수업이길래, 심지어 대학교 전공에서 뜬금없이 유튜버가 된다는 걸까?
유튜버가 되고 싶어서 수강신청을 한 건 아니었다. 평소에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관심이 있었고, 수업명도 '콘텐츠기획론'이었다. 브런치스토리에 <놀이공원 청소지만 알바를 합니다>라는 브런치북을 오랜 기간 연재해 왔다. 이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행까지 옮긴 것이라 생각했기에, 자연스럽게 수업 중에도 새로운 콘셉트의 에세이를 브런치스토리에 연재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팀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법.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해 보는 팀 프로젝트는 랜덤으로 인원이 배정되었으며, 어떤 콘텐츠를 생산할 것인지도 의논을 통해 정해야 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하는 건 혼자 하는 일이었기에, 협동하여 영상을 제작하는 수업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상 속 내 모습을 마주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술 마시는 유튜버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절대 타칭은 아니다.
자칭 괴짜 티쳐들이 최근 핫한 영역들을 가르쳐주는,
술이 술술 들어가는 하극상 스터디, 취얼스!
이게 우리 팀의 슬로건이었는데, 알쓰인 나에겐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괴짜 티쳐'라는 말이 있는데, 팀원 4명 중 한 명이 티쳐의 역할을 맡아 mz의 핫한 영역을 나머지 팀원에게 가르쳐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첫 영상의 티쳐가 되었고, 주제는 야구였다. 야구는 초등학생 내내 어린이 야구부를 다녔을 정도로 관심이 있어서 설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티쳐가 알쓰라는 점이었다. 야구라는 주제를 가지고 영상의 흐름을 이끌어나가야 할 티쳐가 술에 취해서 고주망태가 되는 꼴이 그대로 영상에 담기고 만 것이다. '하극상'이라는 말도 있는데, 티쳐가 학생을 가르치다가 학생이 취해서 티쳐에게 "네가 야구를 알아?!" 하는 식으로 하극상을 벌이는 모습을 1화에서 상상했으나... 하극상을 벌일 새도 없이 티쳐가 먼저 취해버렸다.
'최근 핫한 영역'을 가르쳐주는 것도 실패했다. 영상을 보면 비둘기가 공에 맞은 영상, 선수들끼리 싸우는 영상, 스트라이크는 뭔지 등, 핫한 영역에 대해 다루기는 했으나 '어떠한' 핫한 영역을 '누구에게' 전달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이는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콘텐츠를 포장하게 하였고, 유튜브로 영상을 접한 시청자에게 '속은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유튜브를 보는 것과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건 정말 천지차이였다. 한 손으로 낄낄대며 보다가 넘기는 콘텐츠는, 여러 손이 맞닿아 정성스럽게 디테일을 신경 쓰며 만든 결과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마 이 느낌을 느껴보는 것이 '콘텐츠기획론' 수업의 묘미일 테고, "나도 유튜버나 한 번 해 볼까?"라는 생각이 실제가 되었을 때 정말 '한 번 해 볼' 만한 것인지 되묻게 만든다. 아마 대학교 전공 수업임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유튜버가 되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