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4 화
남들에게 꼭 숨겨야 하는 거창한 비밀 같은 건 아니다.
사실 남에게 말하기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나는 옛날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한다.
30대 중반의 지금 나이에도 여전히 톰과 제리, 핑크팬더, 스펀지밥 등 최애 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있다.
친구들에게 말을 한다면,
등치는 산만한 게 애기들이 좋아할 거 같은 거 좋아하네
라는 소리를 할게 분명하지만, 뭐 좋은 건 좋은 거니까.
가끔 휴일에는 직접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기도 하고 굿즈를 알아보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실없이 웃기도 하고, 워낙 옛날 것들도 있어서 찾기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혹시라도 관련 콘텐츠를 찾으면 무조건 챙겨보는 편이다. 나름 경제력도 갖춘 나이이기에 마음에 드는 굿즈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고 담는 편인데,
핑크팬더 인형이나, 톰과 제리 티셔츠, 미키마우스 후드티 등 최근에는 패트와 매트 캐릭터가 새겨진 맨투맨도 하나 구매했다.
어린 시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안고 커온 건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 즐겨보던 애니메이션을 지금 보게 되면 괜히 마음이 편해지고 고민거리가 잠시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만큼 내 생활에서 여유를 찾기 힘든 시기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찾아보며 잠깐의 여유를 찾게 되는 것 같다.
가끔 집에 캐릭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가면 부모님께서도 말씀하신다.
너는 왜 아직도 어린이들이 입는 걸 입고 다니냐고.
사실 나름 비밀이긴 비밀이니까 밖에 대놓고 입고 다니지는 못하겠다. 부끄러우니까.
그래도 나 자신이 동심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자부심 같은 것도 느껴지는 것 같고, 스스로는 만족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 공간에 공개하는 지금도 사실 민망하긴 하지만, 비밀은 공개하는 순간 비밀이 아니게 되니, 앞으로는 조금 당당해져 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카들이 좋아하는 요즘 캐릭터들은 잘 모르지만,
조카들에게 지지 않을 만큼 내 어린 시절 캐릭터들도 매력이 있다는 걸 어필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