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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시를 읽고 있다.

2025.02.03 월

by JasonChoi

요즘은 책을 사서 읽을 시간이 많이 나지 않아서 밀리의 서재 같은 어플을 이용해 독서를 많이 하게 된다.

일하다 비는 시간에 조금씩 읽기도 하고, 오디오북을 즐겨 듣기도 한다. 근무 중에 책을 들고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기 때문에 핸드폰으로 독서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가끔은 직접 책을 사서 읽고 싶은 때가 있다.


오늘 풀어볼 이야기도 오랜만에 책을 사기 위해 서점에 갔을 때의 이야기다.


정말 오랜만에 서점을 찾았다.

한 9개월 정도만에 오프라인으로 책을 사러 나온 것 같다. 무언가 읽고 싶은 책을 정하고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점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는데, 우연히 집에서 읽었던 시집에 눈에 들어왔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였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 읽으셨던 책을 집에 가지고 계셔서 언젠가 가볍게 읽었던 책이었다. 집에 있는 책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 꽤나 낡아있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아있었다. 내가 읽은 지도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랑에 대하여, 기쁨과 슬픔에 대하여, 이성과 감정에 대하여와 같은 부분들은 잊지 않고 있다.


오랜만의 반가움에 시집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옆에서 누군가 조용한 목소리로 시집을 읽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사람이 들고 있는 책이 내가 읽어보았던 책이기에, 나 또한 조용히 다른 책을 구경하는 척 듣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책 또한 칼릴 지브란과 관련된 책이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칼릴 지브란과 메리 헤스켈의 러브레터에서 발췌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 책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상 가장 아름답고, 가장 찬란한 표현들을 편지로 써 보낸.

그들의 편지를 읽다 보면 서로를 얼마나 아꼈는지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뭐, 워낙 유명한 책들이기도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겠지만, 그래도 눈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집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니 괜히 마음이 좋아졌던 것 같다. 혹시라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어플보단 오프라인으로 직접.


칼릴 지브란이 보낸 편지의 내용 한편과 함께 이야기를 끝내 본다.


그 깊은 떨림,

그 벅찬 깨달음.

그토록 익숙하고

그토록 가까운 느낌.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껏 그날의 떨림은

생생합니다.

단지, 천 배나 더 깊고

천 배나 더 애틋해졌을 뿐.


나는 그대를 영원까지 사랑하겠습니다.

이 육신을 타고나 그대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 그것을 알아버렸습니다.


운명,

우리 둘은 이처럼 하나이며,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는 없습니다.


1922년 3월 12일 칼리 지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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