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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으로.

2025.02.02 일

by JasonChoi

매일 같은 패턴의 반복.

아침 6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

7시부터 일을 시작하여, 하루의 반을 회사에서 보낸 뒤, 퇴근하는 일상.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멍 때리다 보면 하루가 끝이 나있다.


특별할 것 없는 매일.

하지만 오늘 하루는 조금 다르게 보내길 바란다.

1년에 하루뿐인 생일.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나에게 1년에 하루정도 특별하게 보내는 것은 작은 일탈이겠지.


어제저녁 부모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반찬이라도 좀 가져다주시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먼 거리를 오셔야 하기에 극구 사양했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시간이 맞지 않아 멀리까지 오신 부모님과 얼굴도 마주칠 수 없겠지만,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반찬과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들뜬 마음에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떠서 출근 준비를 마치고 컴퓨터로 뉴스를 보다가 출근했고,

별 다른 일 없이 근무를 무사히 마치고 퇴근하는 길,

이침 출근길과 같이 평소보다는 조금 들떠있는 발걸음.

맛있는 저녁과 함께 마실 와인 한 병을 나에게 선물하고 집에 들어섰다.


신발장에 어머니의 신발이 보인다.

아직 집에 계신가 하는 생각에 어머니를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소리가 없다.

그때, 작은 방 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아들의 생일이라고 케이크라도 사다 주신 건가, 작은 이벤트인가! 였다.


작은 기대감에 방문을 여는 순간,


아뿔싸..


아침에 컴퓨터를 틀어두고 그냥 나갔구나...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려보니, 슬리퍼를 신고 밖에 잠시 나가셨다가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기대와는 어긋나 버렸지만, 그날 저녁은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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