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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단추가 풀려있었다.

2025.02.01 토

by JasonChoi

새해 첫 해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통영으로 해돋이를 위해 여행을 떠났다.

전날 저녁 미리 출발하여, 일찌감치 통영에 도착한 우리는 맛있는 저녁 식사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돌아와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일찍 눈을 뜨고 미리 봐두었던 해돋이 장소로 출발하였고, 우리도 제법 일찍 출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차도를 따라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어서 우리는 입구 쪽에 차를 대고 한참을 걸어 올라갔다.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에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좋은 장소를 잡아두고 있어서 대충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서있는 곳 옆에서는 굴을 한가득 넣은 떡국을 무료로 나눠주고 계셨고, 가리비도 찜으로 찜통에 넣어 나눠주고 계셨다.

일행 중 한 명이 다들 먹을 줄 알고 한가득 받아왔는데 다들 먹지 않아서 혼자 배 터지게 먹게 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일찍 올라와서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지만, 떠오르는 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며 서있었고, 예보에 따른 일출 시간이 다가옴에 맞춰 핸드폰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정확히 언제 뜰지 모르는 해를 기다리며, 나는 하이퍼랩스 모드를 킨 채로 약 15분을 손을 떨며 버티고 있었다. 앞에 사람들이 많아서 카메라에 조금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잘 보일 수 있게 큰 키를 활용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기다린 끝에 새해의 첫 해가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였고, 해가 올라오는 순간을 담기 위해 핸드폰을 더욱 신중히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그녀의 소맷자락 단추가 풀려있었다.


작은 키의 그녀는 핸드폰에 떠오르는 해를 담기 위해 팔을 더욱 높이 들어 올렸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단추가 풀린 그녀의 소맷자락을 매섭게 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펄럭펄럭거리는 그 소매자락이 하필 내 핸드폰 화면에 침략하기 시작했고, 내 팔도 점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속으로는 삼각대를 가져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고, 해가 다 올라오려면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지 이미 저려오기 시작한 내 팔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10분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와 내 팔은 더 이상 올라오는 해를 담을 수 없었고, 촬영을 마무리해야 했다.


물론 만족할만한 결과물은 얻지 못하였지만,

내려오는 길에도 잔뜩 사진을 찍었으니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내 앞의 그녀 또한 새해의 다짐을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올라왔을 터인데, 괜히 그 마음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내년에는 조금 더 일찍 좋은 자리에서 준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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