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31 금
농구 모임이 끝난 후, 팀 회식이 있었다.
매번 농구시합이 끝난 뒤, 피드백을 위한 자리를 가지는 것이 우리 팀의 문화로 자리 잡았었다.
누구나 어떤 의견이든 말할 수 있고, 의견에 반박할 수 있는 수평적인 자리였고, 그러다 보니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는 더러 싸움이 나기도 했다.
농구가 좋아서 만난 친구들도 있고, 같은 학교를 다니다 친해져서 농구를 시작한 친구들도 있고, 관심이 없었는데 권유로 시작한 친구들도 있는 그런 모임이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똑같은 피드백을 위한 자리였다. 그날 우리의 화두는 원활한 패스가 이루어지지 않는 플레이에 맞춰져 있었고, 모임 당일 선발로 뛰었던 5명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메인 볼 핸들러로 뛰는 친구는 포인트가드(1번)라는 포지션으로 드리블, 패스, 슛을 두루두루 잘하는 친구였고, 돌파가 특기인 친구는 스몰포워드(3번), 드리블과 3점 슛이 좋은 친구는 슈팅가드(2번), 다른 능력치는 부족하지만 점프력이 좋은 친구는 파워포워드(4번), 큰 키와 덩치가 있는 나는 센터(5번)라는 포지션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당시 우리 팀의 가장 큰 문제는 패스가 잘 돌지 않고, 슛을 던지는 친구만 계속해서 던지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향하던 농구는 패스를 통해 빈 공간을 만들고 틈을 공략하는 농구였는데, 어느 순간 1번과 2번 친구에게 공이 가면 무리해서 계속 슛을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피드백 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동안 나왔던 많은 의견들이 나왔고, 서로 수긍하는 부분도 반박하는 부분도 계속 나오곤 했다.
그 와중에 내가 흥분하기 시작해 한마디를 던졌고, 분위기 틀어지기 시작했다.
'난 너희랑 하는 농구가 이제 재미가 없어.'
그 시절 몇 번의 시합 후 내가 항상 하던 이야기는 골 밑 자리에 패스가 들어왔다가 3점 라인 쪽 선수에게 나가는 인 앤 아웃 플레이를 많이 얘기했었는데, 당시에 내 피드백을 듣고 플레이를 맞춰 준 친구는 1번을 맡았던 친구 밖에 없었고, 나머지 친구들은 매번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똑같은 플레이를 했었다. 반면 나는 시합을 하면서 나 혼자의 힘으로 득점을 올리는 시합보다는 서로 합을 맞춰서 이루어지는 플레이를 너무나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항상 친구들의 주문에 맞게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곤 했다. 그날도 이야기를 듣다가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는 친구들에게 화가 나 순간적으로 뱉은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그 한마디로 인해 우리의 모임은 천천히 흩어지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매일을 같이 시간을 보내던 친구와도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연락도 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생각해 봤을 때, 왜 그때 바로 사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곤 한다.
서로 맞지 않는 의견들을 조율하고 풀어가기 위해 만든 그 자리에서 나 혼자 화가 나서는 하지 말아야 될 말을 뱉어 놓고, 친구들에게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던 그때의 내가 정말 한심하기도 하다. 그때는 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아쉽기도, 서운하기도,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버린 것 같았다랄까. 그때의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미안하다는 말. 아마 평생 가슴 한편에 안고 살아가게 된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