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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영cjy May 24. 2024

정보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 혼란 속에 사는 우리들

에세이

오늘 다시 한 번 스스로 다짐한다. 최선을 다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해보자.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자. 누구도 믿지 말자. 오로지 내가 보고, 느끼고, 확인한 것을 믿자. 이 혼란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이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부동산에 다녀오는 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할 게 너무 많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이 걱정 때문에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유튜브 영상과 블로그를 찾아본다. 특히, 최근에 뉴스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을 접하고 나니 더 불안해진다. 내가 직접 그 방법과 절차를 확인한 뒤에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보러 가서 체크해야 할 것은 또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 주변 환경은 어떤지, 내부 상태는 괜찮은지, 다른 집들과 비교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집 앞 도로의 소음은 어떤지, 대중교통 접근성은 좋은지, 주변 편의시설은 충분한지 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이사 갈 곳을 이것저것 체크하느라 정작 중요한 세세한 사항들을 놓칠 때가 많다. 물은 잘 나오는지, 에어컨은 잘 작동하는지 등 기본적인 것들을 말이다. 부동산 중개인에게 확인을 요청하면 '굳이 지금 그런 걸 물어보냐'는 식이다. 콧방귀를 뀌며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 남의 일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 계약 당일 또는 전날에 다시 방문하기로 계획한다. 결국, 모든 것을 내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낀다.


중개인이 등기부등본을 문자로 보내준다. 하지만 믿지 못한다. 내가 직접 인터넷등기소에서 700원을 결제하고 등기부등본을 열람한다. 또 계약 시 참고사항들을 인터넷에서 일일이 검색해 보고 확인한다. 혹시 중개인이 장난치는 건 아닐까 꼼꼼하게 대조해 본다. 중개인의 말처럼 은행 융자가 없는 집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 내가 돈 주고 고용한 사람에게조차 도움을 받기 어렵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버겁다.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며 진짜를 가려내는 과정은 더욱 지치게 한다. 이처럼 혼잡하고 정신없는 세상을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이 버겁게 느껴진다.


부동산 일만 해도 벅찬데, 병원에서는 보험처리용 서류를 챙겨야 할 게 한가득이다. 병원에서 필요한 서류를 빠짐없이 준비하는 것도 복잡한 일이다. 끌고 다니는 차가 고장이라도 나면 보험접수부터 수리까지 신경 쓸 게 많다.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수리 과정을 지켜보는 것까지 신경이 쓰인다. 일도 바쁘다. 만약 내가 반려자와 아이까지 있는 상황이라면? 숨이 막힌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


우리는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간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정보화 시대에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고, 그 정보의 바다에서 다시 한 번 필터링을 거쳐 최종 확인하기까지 피곤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럴 수 밖에 없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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