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2월 13일
2026년 2월 12일
엄마.
요새 해솔이를 보고 있자면 언니 복사기 같아.
언니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다가 그대로 따라 하는 해솔이.
언니가 그림을 그리면 자기도 그리고, 언니가 체조를 하면 자기도 체조를 하고.
매의 눈으로 언니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따라 하는 해솔이를 보면 웃기기도 하고 그 어설픔이 너무 귀여워. 언니를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인데 능력이 따라주지 않아 조금씩 어설픈 해솔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와.
두 팔을 벌려 열렬히 언니를 배웅하는 해솔이. 언니가 집에 올 때면 노란 유치원 버스가 보이기만 해도 춤을 추고 빙글빙글 돌아. 얼마나 반가워하고 좋아하는지 질투가 날 지경이야. 언니가 있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해솔이에게 언니란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
며칠 전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 유모차에 레인커버를 씌웠더니 답답하다며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린이집에서 집까지 오는 동안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힐끗 쳐다보고 갔어. 해솔이가 하도 우는 바람에 병원 예약도 미루려고 했어. 그런데 언니가 "언니랑 병원 같이 가려면 너 유모차에 얌전히 있어야 해!"라고 하니까 얌전히 있는 거야. 어린이집보다 훨씬 먼 치과까지 정말 끽소리 없이 가더라고. 엄마 말보다도 언니의 말이 더 효과가 좋다니. 이럴 수가.
언니가 치과 진료를 마치고 나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진료실 구석에서 열렬히 박수를 끝내며 언니를 축하해 주는 해솔이. 엄마가 주면 입을 꾹 닫고 먹지 않아도 언니가 먹여주면 아기새처럼 입을 왁 벌리는 해솔이를 보며 섭섭하면서도 흐뭇해. 춤도 잘 추고 그림도 잘 그리고 말도 잘하는 언니가 해솔이에게는 얼마나 멋지게 보일까.
같은 경험과 추억을 함께 나누고 곱씹을 존재가 있다는 게 살아가면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우리 아이들이 지금처럼 자라서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나랑 해솔이가 크면, 엄마 아빠 빼고 우리 둘이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케이크도 먹을 거야."라고 말했던 이솔이의 말처럼 아이들이 크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볼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배가 부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