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D-30

by 차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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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2. 05

엄마!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회사에 다녀왔어.

마치 엊그제 다녀온 것처럼 익숙하더라고. 낯선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복직 신청서랑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하고 나왔어. 일 년 반이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순환 배치를 받는 우리 회사의 특성상 아는 얼굴들이 얼마 없더라고.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싶었어. 옛날 팀원과 같이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크게 한 일은 없는데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야. 긴장을 많이 했나 봐. 마음 편하게 돌아갈 수 있는 직장이 있는 건 참 다행인데,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네. 아직 어떤 팀에 배치받을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도 미정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해. 복직 신고서에 적혀있는 나의 근속연수가 어느새 두 자릿수가 되었는데, 나는 신입과 같은 어쩌면 신입보다 못한 상황에서 업무를 시작해야 하니 벌써부터 속이 쓰려와.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픽업하는데 다른 날과는 느낌이 다르더라고. 아이들과 이렇게 편하게 지낼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나의 피곤과 나의 힘듦이 아이들에게 묻어나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이 되네. 오늘이 제일 여유로운 날 중의 하나겠거니 생각이 되니 아이들에게도 관대해지는 하루였어.


차라리 모르면 희망회로라도 돌릴 텐데. 첫째 때 어설프게 경험한 워킹맘 라이프가 트라우마처럼 새겨져 있어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것 같아. 집에서도 별로, 회사에서도 별로인 라이프로 돌아가야 한다니. 하루 종일 나에 대한 불만족이 쌓여 힘들었던 그 시간이 떠올라.


하지만 그때에 비한다면 지금의 나는 (비록 아이가 둘로 늘어나긴 했지만) 조금 능숙한 엄마가 되었고,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조금은 내려놓을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아이가 없었던 나의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에게 좀 친절해져 보려고.


일단 그전까지 빨리 사람들도 만나고 미뤄뒀던 일들도 좀 하고 하루 정도는 격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도 즐겨보려고.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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