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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솔솔 May 01. 2020

D-63, 부활절 계란 대신 초콜릿

마트에서 받은 부활절 초콜릿

요샌 마트 가는 일이 꽤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정 인원 이상은 마트에 들어가지 못하게 제한해서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을 기다려야 장을 볼 수 있다. 장도 한 가정당 한 명만 볼 수 있어서 심심하게 혼자 기다려야 한다. 장을 보는 동안에도 혹시 사람들이랑 너무 가깝지 않은지 신경 쓰면서 다니니 괜히 신경이 예민해진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구경하며 여유롭게 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필요한 것만 담아서 빠르게 나온다. 장 본 물품도 매장 안에서 정리 못하고 매장 밖에서 거리를 두고 정리를 해야 한다. 


어제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마트 밖에서 줄을 서고 들어가 재빠르게 장을 보고 나오는데, 점원이 작은 상자를 하나 줬다. 내가 계산한 물건이 아니라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쇼콜라(초콜릿)"이라고 했다. 작은 상자에는 우리나라 말로 바꾸면 "축 부활절"이라는 문구와 함께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초콜릿이 담겨 있었다. 


장바구니에 장 본 물건을 정리하고 초콜릿을 하나 꺼내 먹었다. 알록달록 예쁜 껍질을 까서 입 안에 넣으니 초콜릿의 달콤함이 입안 가득 확 퍼진다. 방금 전까지 장 보며 예민해졌던 나의 마음도 사르르 녹는 것 같다. 오물오물 초콜릿을 씹어먹으면서 경쾌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민트색은 민트 초콜릿. 분홍색은 초콜릿+슈팅스타. 갈색은 다크 초콜릿. 금색은 크런치 초콜릿. 파란색 초콜릿은 화이트 초콜릿+밀크 초콜릿.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처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어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맛을 보는 중이다. 코로나 락다운 조치 때문에 부활절 방학도 집에서 보내고 행사도 전부 취소해서 별 느낌이 없었는데, 마트에서 받은 초콜릿으로 뒤늦게 부활절임을 느끼게 됐다. 부활절 계란을 주었다면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은데, 역시 초콜릿의 힘은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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