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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노 Dec 22. 2021

2021 리셀마켓 현황_(1) '되는 신발'의 기원

조금은 분에 차서 쓴 글


2021년 12월을 돌아보며, 올 한해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리셀 마켓이 떠올라 글을 적으며 마무리합니다.



 요즘 스니커즈 마켓을 보면 정말 복잡미묘한 생각이 가득가득 듭니다. 본말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느끼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을 제가 보는 리셀마켓과 더불어 공급자 / 플랫폼/ 소비자(혹은 리셀러) 측으로 나누어 생각해보려합니다.





 스니커신이 이렇게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역사를 구구절절 써보고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대 스니커즈 시대의 시작을 알린 것은 2017년 슈프림X루이비통 콜라보레이션의 성사가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스니커와 스트릿씬에 관심을 가지고 컬렉팅을 해오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한정판 스트릿 브랜드 상품들의 소장가치를 증명한 사건이니까요. 이 후 스니커즈 마켓과 콜라보레이션이라는 기법은 디올X조던과 같은 콜라보까지 이어지며 패션마켓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2017SS 전설의 Supreme X LV


 이러한 거대한 자본의 흐름앞에서, 소위 '증명'된 상품들은 너무나도 비싸니까 이제 일반대중들은 적당히 건드릴만한 상품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렇기에 스니커씬의 '근본'이라고 불리우는 조던 시리즈를 필두로 YEEZY와 같은 대표적인 상품들이 그냥 신발을 넘어서 (돈)되는 신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매장에서 신발을 구매하기만 해도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들이 대거 유입된 것이죠. 이전에 컬렉터들과 다른 부분은 이전에는 OG와 같은 조던이 신었던, 조던과 연관이있는 상품들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색이 이쁜 조던이면 누구든 돈다발을 들고왔다는 것이 가장 다르겠네요. 이 부분을 조금 더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나이키'를 필두로한 스니커 브랜드들이 어떻게 물건을 팔아치우고 있는 가에 대한 고찰이 더 필요하지만 그건 공급자 편에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과 같이 스니커즈 중개플랫폼이 나오기 이전에도, 나이키매니아/보나파이드/중고나라 등에서 컬렉터들은 개인간 매물거래로 해당 행위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보통 새상품위주의 거래보다는 실착을 했던 상품들이 거래되는 정말 '빈티지마켓'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정말 컬렉터들이 애지중지 모은 신발들을 직거래로 만나 거래했던 그 시절이겠지요. 그야말로 갖고 싶은 상품을 갖기위한 교환의 행위였던 것이죠. 또한 신발의 디자인도 중요하겠지만 컬렉터들에게는 그 이전에 신발이 가진 스토리와 실제 조던과의 연관성등이 더 중요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2017 스트릿씬의 자본화와 동시에 소위 '되는 상품'에 달라 붙은 소비자(를 가장한 업자)들이 들러 붙기 시작합니다. 2018년 제가 청담 케이스스터디에서 이지부스트 350 발매를 위해 줄서기를 진행할때에 중국인 업자들이 팀을 짜서 돌아다니면서 온갖 편집샵의 쇼핑백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던 그 모습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이러한 개인 업자들은 신발의 시세를 결정하게됩니다. '완판의 역설'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이 현상은, 완판이 되었으니까, 매장에서 구할 수 없으니까 이 신발은 귀하다라고 포장되는 것입니다. 사실 그 완판을 시킨 주체는 누구일까? 라는 근본적인 물음은 하지 않았다고 보여요.

나이키매니아의 어떤 분의 글


 이러한 현상들을 보며 저는 뱅크시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이러한 가짜 고객(업자)들이 진짜 고객들을 우롱하는 행위들을 보면서요. 뱅크시가 현 모양새를 어떻게 풍자할까? 라는 물음은 남게 됩니다. 혹자는 이것 또한 수요과 공급이 어긋나는 지점을 포착한 무차익거래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도 물론 그것에 이견을 달 생각은 없구요. 마치 힙합꼰대처럼 '이제 스니커는 대중문화로 물들어서 진정한 컬렉터들이 없어!'와 같은 '내가 아는 힙합은 이게 아니야' 식의 대응은 하지 않으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스니커씬의 모양은 그리 좋지 않아보입니다. '되는 신발이냐?', "이거 몇치킨이냐?(리셀하면 몇만원 벌수있냐?), "오늘 16계정(가족계정 등) 으로 6족 먹었다", "이거 김장하면 되냐?(신발을 일정 기간동안 묵혀놨다가 리세일해서 차익을 극대화한다), "오늘 소장합니다(중개플랫폼에 보낸다)"라는 식의 어투는 조금 슬픕니다. 왜냐면 이제 신발은 신발로써기능하기보다 마치 코인과 같은 환금성이 있는 교환의 매개체로 보여서요. 그리고 이제 이 신발들은 누군가에 의해 후려쳐지기도, 올려쳐지기도 한다는 사실이요.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신발을 신발로만 즐겨야한다는 꼰대같은 말을 하고싶은게 아닙니다. 누가 이 신발이 가진 가치를, 시세를 흔들어 놓는게 보기가 아쉬운 것일 뿐입니다. 



뱅크시는 이런 것들이 싫어서 작품을 옥션에서 자른 것이 아닐까


 조금 비유를 하면 다음과 같을 수 있겠습니다.



 미술품시장에서 몇몇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 갤러리가, 소위 말해 수상경력 또는 입찰 뻥튀기를 통해 작가의 작품가격을 조작하여 올리고 그 작가의 명성을 높이는 것이 과연 미술계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오히려 갤러리의 언론플레이와 작가에 대한 평가를 흩뜨려트리는 행위가,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기준들을 흔들고 미술계와 갤러리들을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치부하게 되어버리는 시발점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요? 미술 작품의 공급자는 온전히 자신의 평가를 받는 것 뿐아니라 자신에게 생기는 노이즈가 좋을 수도 있겠지만, 갤러리라는 플랫폼을 거치고 난 소비자들은 오히려 갤러리의 요란한 평가와 비싼 가격에 질려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스니커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업자들이 가격들 담합하고 사재기를 하여 시세를 조작하는 행위가, '되는 신발'이라고 언론플레이 하는 행위가, 나이키와 패션브랜드들에게는 노이즈가 될 수도 있어 방치할 수는 있겠으나, 그 사재기와 시세조작으로 흔들려 버린 기준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대중들에게 전가가 되고, 대중들이 스니커씬을 질리도록 미워할 수 있는 계기를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와디님의 영상링크를 하나 붙이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논란이 된다는 것 조차 너무 스니커씬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는 것을 느껴,

이 주제를 정하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다음 글은 아무래도 이 시장을 시장으로 바라보고 글을 써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https://www.youtube.com/watch?v=hDFTPNDbjWo&t=4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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