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우울증 검사를 받을때면 ‘항상 죄책감에 시달린다’와 같은 항목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고, 대학생때는 조금 그렇다고 생각했고, 지금은 매우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다. 새로운 옷을 살 때도, 맛있는 걸 먹을 때도, 무언가 즐거운 체험을 할 때에도 그랬다. 어릴 때는 그게 죄책감인줄 몰랐고 지금은 알게됐을 뿐이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위축시키는가. 내가 이런 걸 즐겨도 되는 사람인가? 무언가를 사도 되는 사람인가? 매일 반문하고 또 반문하다 나의 존재까지도 거슬러 올라가며 나는 존재해도 되는 사람인가?에 다다른다.
나는 그저 태어나 존재하는 사람. 존재에 대한 당위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죄책감이라는 못난 감정에 빠지면 당위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이성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무엇이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나. 생각만이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