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도취와 도미

도미: go to America. not fish.

by 조근진

Mar 29, 2023.

아직 한국, 회사.

회사는 거의 모든 사이트가 차단되어 있는데, 브런치가 되는 걸 발견!

앞으로의 기록을 위해서는 미리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적절한 시기다.



소싯적 글 좀 쓴다고 착각했었다.

중, 고등학생 때 독후감은 곧잘 칭찬받았고, 군 생활하면서 지인들(그 시절 지인이라고 해봤자 대학 선, 후배, 동기가 전부이지만)에게 보냈던 편지 대부분은 재밌다는 평을 받았다.

대학생 때도 일부러 글을 써서 학점을 받는 수업을 찾아 듣고 좋은 성적도 냈었다.

어느 상황에서나 항상 써먹는 좋은 문장과 간단한 설명 하나도 간직하고 있다.

"좋은 문장에는 바람이 통한다."

그런 자아도취의 20대를 보내고 나니, 스스로 잘 쓰는 줄 알았나 보다. 풉.



그런데 별로 재미는 없었다. 읽는 사람들부터 결국에는 쓰는 나까지.

그 후로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카페에서, 페이스 북에서, 인스타 등등에서 관심 꽤나 끌 수 있을 줄 알고 이것저것 써봤지만 내가 원했던 폭발적인 반응은 거의 없었다.

물론 페북이나 인스타는 사진이 더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타인의 반응을 기대하고 썼던 글이 많았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포인트&코드를 몰랐던 것 같다.

기대했던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니, 스스로도 재미없을 수 밖에.

변명을 해보자면 짧게 쓰는 데 재주가 없다. 지금으로 따지면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에 맞지 않는 유형의 사람이랄까.



하지만 브런치로 다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타인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고, 꾸준하게 쓸만한 좋은 소재가 생겼다.

무엇보다 이렇게 짧은 글도 써 내려가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만큼,

정리하고 돌아보기 위해 쓰고자 한다.

지금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지식을 꺼내어 되새김질하여 조금 더 지혜로워지기 위해,

기억을 되짚어가며 추억이었던 순간들을 재생하기 위해.


여기까지 쓰고 나니 제목이 정해졌다.



최근 몇 년간 내 인생에는 격변이 있었다.

(브런치에서 그 격변들에 대해 언급할 날도 오겠지.)

하지만 언젠가 '금번 도미 결정은 그 모든 면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선택이었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생활에서 내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들을 정리하고, 정제된 글로 나를 돌아보아 의미를 갖고자 한다. 지금 마음가짐은 10년 뒤에도, 그 후에도 미국에서 거주하며 일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 이런 마음가짐을 차분히 정리해서 글로 써 내려가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10년 뒤에 다시 보아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글,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는 글을 쓰고자 한다.

나의 내면을 가다듬는 글. 류짜이푸의 『면벽침사록』처럼.


미국에서의 생활에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다는 사실에 자아도취하진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그건 정말, 재미없을 거다.

미국에 어디 잠깐 놀러 가는 게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