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의 마음가짐

포획당하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그런거 말고.

by 조근진

March 31, 2023.

아직 한국, 회사.

N포털의 미국 정착을 위한 카페를 들락날락 거리며 온갖 내용을 수집하고 공부.

사진은 스쿼시미 그랜드월을 등반중인 본인.



N포털의 카페를 하루종일 들여다본다. 댓글도 남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여행/유학/취업/이민을 준비하고 있으며, 꽤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을 향해 준비하고 있는 그들은 비슷한 고민을 묻고 조언을 구한다. '당신들은 미국에서 행복하고 만족하나요?'라고.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미국에 가면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내가 원하는 비자는 발급받을 수 있는지, 1인 가구 혹은 가족들은 이 만큼의 연봉으로 생활할 수 있는지, 대학은 어떤 곳을 선택해야 하는지, 거주지 근처 자녀들 학교는 괜찮은 곳인지 등등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행복의 조건에 대해 묻는다.


그들이 답을 찾았는가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곳에는 정보를 수집하러 들어갔다. 카페에서 도미의 가능성을 묻거나, 나의 결정이 합리적인지 확인하거나, 미국에 있는 그들이 행복한지 물어볼 생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나는 미국 회사로 이직을 확정 지었고 장기간 한국을 떠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나에게는 비자가 한 번에 승인되냐 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비자가 승인된다면, 곧바로 출국할 예정이다.



금번 도미 결정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계획은 단 한 방울도 묻히지 않았다.

내가 생선 도미를 먹을 때 단 한순간도 초장에 찍을 고민을 하지 않아 왔듯이. (오로지 간장~)

그러니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인생사 새옹지마, 사람 앞날은 모른다.

생선회 도미를 먹으며 지인들에게 도미의 마음가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순간, 도미가 중첩돼서 그런지 장황함에서 비롯되었는지 사람 일은 모른다고 너무 단정 짓지 말라고 걱정한다. 이렇게 확신에 차서 떠난 다음 1년 뒤 울면서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확신하지 말라고.

울면서 돌아오면 위로해 줄 거라는 따뜻함 몇 방울도 둘러져있다.


하지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두고 적당한 마음가짐을 갖고 미국 땅에서 최하층민 외노자로 일하는 건 떠나기도 전부터 스스로에게 실패에 대한 합리화를 만들어 두는 셈이 아닐런지.

속된 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정신으로 가서 살아야 뭐라고 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다.

몇 년 전 스스로를 클라이머라고 소개 했던 시절,

Squamish Grand wall의 1 피치, 난이도는 5.7 로 굉장히 쉽지만 runout 피치를 (벌벌 떨면서) onsite 했던 적이 있다. 떨어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올랐기에 스스로 잘 해냈다고 생각하는 등반 중 하나이다.

그랜드 월) 캐나다의 암벽등반 메카 스쿼미시의 대표적이자 상징적인 루트.

피치) 암벽등반 루트의 구분 단위, 그랜드월은 총 8개 피치.

runout) 추락할 경우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 즉, runout 에서 떨어지며 안됨.

온사이트) 등반에서 topo(지도, 개념도)를 제외한 사전정보 및 루트탐색 없이 처음에 올라서 완등하는 행위.



미국에서 분명 힘들테다.

해외 생활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내가 쉽게 살아질리가 없다. 그래도 갈 수 있고, 갈 것이다. 충분히 각오한다.

그래도 외롭고 답답하고 우울하고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도 하겠지. 그럴 때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여행을 다니며 이겨낼 것이다.

작고 좁게 보면 넘어지고 떨어지겠지만, 크고 넓게 보면 나의 미국생활은 꽤 즐겁고 성공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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