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전 관계 정리

멀리 떠나기 전 정리되는 인간관계. (도미 3부작?!)

by 조근진

April 3, 2023.

아직 한국, 판교&압구정.

미국으로 떠나기 전 보고 싶은 친구와 지인들을 만남. 약속을 잡음.



이렇게 떨어질 결심을 한 것은 처음이다.

군 생활동안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있었지만 휴가를 나오기도 했고 전역하면 다시 볼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한국에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 없이 떠나기에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미국 회사의 환경은 자주&쉽게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응당 언젠가 다시 만나기야 하겠지만, 물리적 시간보다 심리적 시간이 길다.

그리고 온&오프라인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일들 때문에 한국에 잠깐 들어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것들 마저도 준비해서 출국할 예정이다. 나답게 엑셀시트에 하나씩 정리해 가면서. 예를 들어, OTP 기계 대신 보안카드로 변경해서 출국한다던가.. 그래도 출국 전에 OTP 기계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난 주말(4/1)에는 눈이 크고 무지 예쁜 HNa네를 다녀왔다.

HNa는 자신의 생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아직 자각하지 못하는 유아기다. 그리고 나는 유아기 아이들과 노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HNa가 나와 빠르게 익숙해지고 놀아줘서 너~무 행복했다. 아빠 품에 폭 안겨서 양말을 신기도록 발을 조심스럽게 허락해 주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갑자기 샛길로 빠져보자면, 본인은 (아직 쓸데없는) '남의 아이' 육아에 대단한 소질이 있으며 주변의 많은 부모들에게 인정받아왔다. 아직 뽀얀 피부를 가진 아이들은 얼마나 천사 같은지. 직접적인 육아 경험이 없어서 하는 소리겠다.

아. 그러고 보니 금요일 저녁에는 친구도 만났다. 미안하게도 지난 주말 기억은 친구와의 술자리보다 HNa가 거의 대부분이다. 사진을 깜빡한 것이 너무 아쉽다.

그리고 새로운 약속도 몇 개 더 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봐야 할 사람들과의 약속들. 그런 지인들을 만나 도미를 결정하게 된 배경, 의지, 계획 등을 신나게 떠들어재끼고 나니 물러설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다.



미국에 가서도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게 될 사람들, 그러니까 지인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정리되어가고 있다.

낮밤이 바뀌는 이역만리타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 후, '지인'이라는 경계는 나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나에게 따뜻함을 갖고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내가 미국 생활 도중 한국에 들어왔을 때 반겨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웃으며 술 한 잔 같이 부딪혀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리되어 가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나의 도미 결정에 충고와 조언보다 축하와 놀라움이라는 근사한 반응을 먼저 보여줄 수 있는, 이미 보여준 사람들이며, 그다음 따뜻함을 갖고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들도 있고 비교적 짧은 기간 알아온 사람들도 있다만 그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인간관계는 일방적이지도 않고 단순히 만난 기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다 알지 않은가. 내적 친밀감을 쌓아왔고 그것을 상대방과 동등한 수준으로 공유하고 그 깊이가 깊다면, '지인'의 범주안에 서로가 들어가 있을 것이다.



불현듯

1월 1일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을지 봄에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은지 궁금해졌다. 1월 1일에 세웠던 계획이 작심삼일 짜리였다가 봄에 다시 꺼내려나.

나의 이직 계획은 올해 1월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드디어 이번 봄에 결실을 맺고 꽃을 피우려고 있다. 여기서 조금 많이 먼 미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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