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의 이동시간 활용법: 음성메모와 AI로 제안서 작성하기
오늘도 똑같은 경로, 똑같은 신호등, 똑같은 교통체증.
운전대를 잡은 내 머릿속은 이미 다음 미팅의 시나리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번에는 꼭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저 배경일 뿐, 실제로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날의 깨달음은 신호등 앞에서 왔다. 빨간불이 켜지고 30초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였다.
"이 시간을 그냥 보내기엔 너무 아깝지 않나?"
영업직으로 일한 지 5년차, 나는 하루에 평균 3시간을 차 안에서 보낸다.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때로는 충청도까지.
고객사를 방문하기 위해 내 일과의 상당 부분이 단순 이동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이 문득 부담으로 다가왔다.
특히 퇴근길, 오늘 미팅에서 놓친 부분들이 차례로 떠오를 때면 더욱 답답했다.
'아, 이걸 말했어야 했는데.'
'저 부분은 이렇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 생각들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어느 날 동료가 건넨 한마디가 내 일상을 바꿨다.
"요즘 AI로 음성 메모 정리하는 게 대세더라. 한번 써봐."
처음에는 의심스러웠다.
'내가 말한 걸 AI가 제대로 이해할까?'
'운전하면서 말하는 게 편할까?'
그래도 일단 시도해 봤다.
출근길,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음성 메모 앱을 켰다.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오늘 동화전자 미팅에서는 세 가지를 꼭 언급해야 해.
첫째, 지난번 데모에서 나왔던 시스템 안정성 이슈 해결책.
둘째, 경쟁사 대비 우리 솔루션의 유지보수 비용 절감 효과.
셋째, 단계적 도입 방안..."
생각보다 말은 술술 나왔다.
평소 머릿속으로만 정리하던 것들이 소리로 표현되니 더 구체적으로 다듬어졌다.
회사에 도착해서 음성 파일을 텍스트로 변환한 후, ChatGPT에 넣고 간단한 지시를 했다.
"이 내용을 동화전자 미팅을 위한 제안서 초안으로 구조화해줘."
몇 초 만에 생각보다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빈 문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몇 군데 수정하고 보완하니 30분 만에 제안서 초안이 완성됐다.
미팅 결과는 예상 이상이었다.
평소보다 준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클라이언트의 질문에도 더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이제 차 안에서의 시간은 더 이상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생산적인 시간이 됐다.
방해 없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소중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아침 출근길에는 그날의 미팅 준비를,
점심 이동 시간에는 오전 미팅에서 받은 피드백을,
저녁 퇴근길에는 내일의 할 일을 정리한다.
그리고 사무실이나 집에 도착하면 AI의 도움을 받아 그 생각들을 문서화한다.
월말 실적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한 달간의 음성 메모가 큰 도움이 됐다.
흩어져 있던 고객 피드백과 시장 인사이트를 한곳에 모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분석이 가능해졌다.
영업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고객과의 대화 중 스쳐 지나가는 한마디가 때로는 계약의 성패를 가른다.
하지만 그 순간들은 너무나 쉽게 잊힌다.
고객사에서 나오는 길, 주차장에서 바로 음성 메모를 남기는 습관을 들였다.
"오늘 김 부장님이 언급한 연말 예산 이슈는 정말 중요해.
예산 확보를 위한 내부 보고용 자료를 별도로 준비해서 보내드리자.
그리고 기술지원팀에는 보안 관련 추가 질문에 대비하도록 미리 얘기해둬야겠어."
이런 작은 메모들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들었다.
특히 여러 고객사를 오가는 날에는 각 미팅의 세부 내용을 구분해서 기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뭐야, 혼자 중얼중얼 하고 다니네."
"그렇게 하면 정말 도움이 돼?"
하지만 내 실적이 조금씩 향상되면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팀장님이 월간 미팅에서 내 방식을 언급한 후에는 여러 동료들이 조언을 구해왔다.
나는 기꺼이 내 경험을 공유했다.
어떤 앱을 사용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AI에 지시를 내리는지, 운전 중 메모하는 요령까지.
몇 주 후, 우리 팀 절반 이상이 이 방식을 시도하고 있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었다.
가끔 주변 소음 때문에 음성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AI가 내 의도를 잘못 해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더 중요한 한계는 초기에 내가 너무 AI에 의존했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문서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다가 몇 번 실수를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AI는 도구일 뿐, 최종 책임은 내게 있다."
이후로는 AI의 결과물을 항상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내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보완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쳤다.
특히 고객사별 특성이나 산업 트렌드 같은 맥락적 정보는 내가 직접 추가해야 했다.
가장 뜻밖의 변화는 업무 시간 외에 찾아왔다.
이전에는 저녁이나 주말에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업무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이제는 그날의 생각을 모두 쏟아내고 정리했기에 퇴근 후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
아내는 내가 집에 와서 업무 이야기를 덜 한다며 좋아했다.
실제로 업무 효율이 높아지니 야근도 줄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어느 날 아내가 물었다.
"요즘 뭐가 그렇게 달라진 거야? 예전보다 훨씬 여유 있어 보여."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매일 3시간씩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생겼거든."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동하며 보내시나요?
그 시간이 단순한 공백이 아닌, 가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처럼 한번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당신이라면 이동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