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코치의 뉴스레터 '리더십의 순간' No. 36)
몇 년 전 어느 IT회사의 CEO인 이대표를 코칭한 적이 있습니다.
첫 미팅에서 저는 이대표에게 CEO로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그는 ‘사람을 찾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대표는 회사가 스타트업이었던 시절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20년 넘게 회사와 함께 성장해서 CEO가 된 분이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2천명이 넘는 개발자와 관리자 후보를 면접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면접하면서 어떤 점을 눈여겨 보는지 궁금했습니다.
“첫번째는 태도입니다. 역량보다 태도가 중요합니다. 역량은 가르치면 되는데 태도는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더군요.” 두번째는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이대표는 말했습니다.
“저를 따르겠다는 후보자의 마음가짐입니다.”
그 순간 뒤통수를 한 방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가 부족했던 것이 바로 ‘따르겠다는 마음가짐’ 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없었으니 회사의 방향과 상사에 대한 불만도 많았고, 그래서 내가 회사를 여러군데 다녔구나 하고 쓴웃음을 삼켰습니다^^ 반성이 되더군요.
조직에는 리더와 구성원이 있습니다. 리더는 결정하는 사람이고 구성원은 결정한 일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입니다. 조직이 아무리 수평적인 문화를 가졌다고 해도 일에 대한 리더의 의사결정은 지켜져야 합니다. 문화는 수평적이어도 업무는 수직적으로 해야 합니다.
김상무는 제 동료 임원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업무의 전문가였고 일에 대한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상무가 담당했던 업무의 방향이 자신이 생각한 방향과는 다르게 정해졌습니다. 김상무는 A안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B안으로 정해졌습니다 비용 문제도 있었고 고위 경영진의 생각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후 김상무는 저를 만났을 때 업무 방향이 B안으로 정해진 것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했습니다. 한두 번 하고 그만 둔 것이 아니라 이후 거의 일 년 동안 만날 때마다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지겹다가 나중에는 듣기 싫어졌습니다. 김상무에게 물었습니다.
“김상무님은 회사에 독립운동 하러 다니는 것 같아요.”
“네? 독립운동이라뇨?”
“김구 선생은 자신의 소원이 첫째도 대한의 독립이고 둘째도 대한의 독립이고 세째도 대한의 독립이라고 했잖아요.”
“그렇죠.”
“김상무님은 첫째도 A안이고 둘째도 A안이고 세째도 A안이잖아요. 대한의 독립이 김구 선생에게 절대 양보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A안은 김상무님에게 대한의 독립인 거 같아서요.”
저는 김상무에게 회사가 정한 방향이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어도 일단 방향이 정해졌으면 방향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방향에 대해 임원이 계속 불만을 표시하는데 부서원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요.
대한의 독립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일병합은 옳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회사에서 내리는 많은 의사결정은 옳고 옳지 않음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과 선택의 문제입니다. 물론 옳고 옳지 않음이 관련된다면, 즉 법률적 또는 윤리적 문제가 있다면 판단과 선택에 앞서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판단과 선택의 문제를 개인의 호불호와 연결하는 것은 피해야 할 행동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배가 잘 쓰는 말이 있습니다.
‘반대하고, 따르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의사결정자는 얼마든지 반대 의견을 내도록 하고, 그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리고 결정해야 합니다. 훌륭한 구성원이라면 자신이 반대한 의견으로 결정되었다고 해도 결정된 뒤에는 군말없이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결정된 대로 실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의 잠재력이 현실화됩니다. 요즘 말로 포텐이 터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