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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Choi May 23. 2020

와디즈 메인에도 올라갔지만,
나는 실패했다.

크라우드펀딩 실패 회고록

새 둥지에서 일을 시작한 지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완전히 새로운 업태를 가진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설레었다.

이렇게 설레어 본 것이 언제였을까?

작년 미국을 두 번을 다녀온 그 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의 변화를 주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준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동기부여였고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내 이름으로 된 제품을 만드는 날이 곧 와서 도심을 거닐 때 곳곳의 사람들이 내가 만든 제품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나의 모습을 말이다.


첫 프로젝트 "BRIDGIT ENCO"

Bridgit Enco (펀딩 바로가기) 브랜드를 시작하자고 한 것은 내가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작하게 되었다.

과거 교육사업을 맡아서 진행하면서 PM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고 회사는 판단을 하고 나에게 여성 가방 브랜드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여성 가방을 경험이 전무후무한 내가 한다는 것이 사실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경험이 1도 없다고 하여 산업을 못한다는 것도 아니었다. 

누구나 다 처음이었을 것이고, 수토록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극 소수의 성공이 수면 위로 올라와 사람들이 알아본다.

그렇다고 아예 여성 패션 잡화 부분을 경험해보지 않을 것은 아니다. 

'FASH'라는 여성 의류 쇼핑몰의 일과를 오랫동안 어깨너머로 지켜봐 온 적이 있다.

이것 또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제품 기획과 샘플 제작 그리고 양산형 공장을 찾아 샘플을 만들고 이 일련의 과정들이 정말로 신비했다.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려면 '백화점'을 가면 된다는 대표형의 이야기로 함께 가방의 콘셉트를 짜기 위해서 백화점을 돌아다녔다.

COVID-19로 인해서 백화점에는 사람들이 정말 없었다. 

다른 명품 가방 진열장들을 보고 가장 인기가 많은 가방의 제품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면서 좋은 가방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나온 가방.


< LIMO BAG >

개인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심플함과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방을 만들고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가방을 그렸다. 

최소한의 요소로 단순화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미니멀 디자인의 시작이다.


"Less is More"

이 문구는 모던 디자인의 거장, '루드비히 미스 반 데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말에서 비롯된 말이다.
'적을수록 많다, 적을수록 풍부하다, 적을수록 좋다'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며 내가 전공하고 있는 건축 수업에서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말이다.


대구의 서문시장을 돌아다니고 가방 샘플을 제작해줄 곳에서 가죽 샘플을 받아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죽 샘플을 받았다. 하나하나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내 여자 친구가 받고 좋아할 가방"이라는 생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성 가죽 브랜드 '브리짓엔코 - 리모백(Limo Bag)'

Less is More의 L, i, Mo를 가져와 이름을 정했다.


네이버 그리고 구글, 다음에서도 해당 단어는 검색이 되더라도 가방 제품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아서 네이버 검색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샘플을 받고, 만족스러웠다. 굉장히 괜찮은 비주얼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내 새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중했다.

상품을 받은 첫날 바로 스튜디오로 달려가 제품 이미지를 간단하게 몇 장 찍었다.

사진으로 나오는 제품의 이미지와 색감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렇게 모델을 섭외하여 초고속으로 상품을 펀딩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박차를 가했다. 

모델은 내 모교 학우분을 섭외하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펀딩을 위한 스토리텔링도 다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많이 우리 가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해야 했다.


I Love 4,800

주변에서도 가방이 정말 잘 나왔다고 하면서 나의 준비에 독려를 해주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도 그러할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제품의 펀딩 욕구를 자극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선착순 10명에게 84,000원 리워드의 가방을 1000원에 준다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를 통해서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광고를 진행했다. 

인스타그램 세팅도 되었고, 이제 와디즈 알림 신청이 얼마나 들어오면 되는지 기대하고 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


4800명이 넘는 분들께서 우리 가방에 '알림 신청'을 해주었다.

본 펀딩 직전의 알림 신청자는 4,800명이 넘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는 기존에 생각했던 금액의 1/3도 쓰지 않았다. 아니 1/5 정도만 사용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늘어나는 숫자가 폭발적이었다. 


와디즈 PD를 끼고 진행한 것도 아니고 순전히 우리의 광고 효과로만 사람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와디즈에서 우리 가방을 주목하여 푸시 알림과 메시지를 보내준 덕뿐일까 유입자 수는 더 폭발적이었고, 본 펀딩 하루 전에는 와디즈 메인 페이지 1번째에 걸리는 영광을 얻었다.


더 이상의 마케팅을 위한 돈은 쓰지도 않았다.


본 펀딩의 시작

본 펀딩이 시작된 5월 11일 오후 12시, 펀딩이 시작되고 4시간 후에 나는 이번 펀딩이 실패가 될 것임을 직감했고 결국 내일(5월 24일) 내 첫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이 난다.

펀딩 성공률 40%가 최대였고, 지금은 36%까지 내려앉았다.

실패했다.




이번 펀딩의 실패 요인 3가지


1. 과한 이벤트

    이번 이벤트의 가장 큰 메인은 선착순 10명에게 1000원에 가방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 이벤트로 많은 사람들이 유입이 되었다. 초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다. 지금까지 많은 펀딩 제품을 론칭하면서 10~20% 전환율을 고려한다면 알림 신청 목적은 초과 달성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서포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선착순 10명에 들어가기 위한 희망으로 해당 리워드 알림 신청을 한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꼽는다.


2. 이벤트 금액과 실제 펀딩 금액의 괴리감

    그리고 1000원 이벤트는 펀딩이 되는 순간 매진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첫 광고로 사람들에게 1000원에 이 가방을 가질 수 있다는 광고로 인해서 이 가방의 가격을 우리 스스로 매기게 했다는 것이다. 

1000원 > 84,000원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당연히 1000원을 선택할 것이다.


1000원과 84,000원이 만들어낸 절대적인 괴리감으로 인해서 전환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최고의 마케팅은 저렴한 가격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 계기였다.

그리고 첫 론칭 프로젝트로는 해당 이벤트는 오히려 독약이라는 것이다.


첫 제품으로 어찌 배부를 수 있겠냐만 꽤나 타격이 컸다.

사전 알림 신청이 지금까지 보기도 어려운 4000명이라는 숫자를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3. 제품 샘플을 받고 급하게 진행한 점.

    제품을 받고 누군가를 통해서 제품을 직접 들고 다니면서 사용해보라고 부탁이라고 했어야 했다.

하다못해 내가 직접 들고 다니면서 제품에 대한 단점과 장점을 평가해보아야 했다.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3번째 실패 요인이라 생각한다. 

가방은 정말 마음에 들었고, 주변에서도 이쁘다는 피드백을 받았으나 기존의 가방과 다른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별한 점 없이 예쁘다는 점을 가지고 와디즈 펀딩을 하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와디즈의 서포터들은 기본적으로 기존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어떠한 핵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결론적으로 나 스스로가 펀딩을 통해서 브랜드를 만들려고 하는데 크라우드 펀딩만의 특별한 공감과 이해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시 도전할 것

첫 펀딩은 실패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경험과 학습을 해야 한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은 남성 제품 시장보다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리고 빠르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중요했다.


그렇게 나는 주말마다 사람들이 많이 움직이는 곳을 찾아 움직인다. 여성들이 입는 옷과 가방, 신발을 보면서 어떤 것이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지 많이 찾게 되는지를 알기 위해서


지금은 버킷백이 굉장히 유행 중이다. 그런데 이미 유행 중인 가방은 지금 시작하면 늦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리 움직이는 방법을 터득하고 더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다.

무엇이 다음 트렌드를 가지고 갈 것인지 더 공부해야 하는 시기이다.


지금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다음 제품을 위해서 회사의 돈을 써먹는 것은 아니었다.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지금은 스마트 스토어도 겸하고 있다.

다행히 미리 공부를 했던 부분이라서 그런지 상품을 올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상품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전 회사에서 쌓은 능력을 썩힐 수 없어서 교육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며 각 대학에 크라우드펀딩 교육 프로그램 제안서도 함께 보내고 있다.

지금은 내 모교 경북대학교에서 COVID19가 끝나고 진행하자고 확답을 받았다. 

아직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회사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주 작게나마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회사 (주)마크 '산격동 사진관', '무중력 구두', '노즈 아이'로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에서도 성공한 프로젝트로 손꼽힌다. (각 사이트별로 링크를 걸어놓았습니다.)

누적된 회사의 경험을 이용해서 우리가 돈을 벌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더 분발해야 한다.


P.S

가장 먼저 제가 첫 번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여기서 한 번 더 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의 소식 또는 제품 소식을 꾸준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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