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미루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나다. 무언가를 끝낸다는 건, 그것을 평가 받게 됨을 의미하는 것도 같다. 그런 점에서 나는 평가가 두려워서, 남의 시선이 무서워서 끝내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해보이는 결정 뿐만이 아니다. 사소한 결정, 이를테면 프로그램 신청 전화를 하지 않는 것. 그러다 소중한 기회를 많이도 놓쳤다. 이제는 안다. 더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것을. 가령 프로그램 신청이든 내 인생이 걸린듯 보이는 중요한 결정이든. 요즘은 미루려는 걸 줄여보고자 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책을 한 권 내야지 하던 게 첫 책을 내고도 3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린 것이다. 더 미뤘다가는 이 세상에 영영 책을 남기지 못한 채 떠나야만 할 것 같아서 글을 쓰고 있다. 또, 아웃풋을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루기에도 적용된다. 미루고 인풋 안에서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닌, 아웃풋을 내다보면 더이상 미루지 않게 될 것임을 이제는 어렴풋이 안다. 내일부터라는 말부터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지금, 당장부터 라는 말을 계속해서 떠올려야 할 것이다. 나는 실행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자부한만큼 미루기 또한 잘해왔다. 그렇다. 내 실행력은 미루기에 가려져 왔던 것이다. 이제는 달라질 시간이다. 나의 실행력과 추진력이 더는 미루어지지 않게, 끝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책도 그래왔으니까. 책도 완독에 대한 강박을 오랜 시간 버리지 못했었다. 하지만 버리지 못한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책을 가벼이 여긴다는 것은 아니다) 책을 집어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려둔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방식으로 바꾸니 오히려 독서량이 현저히 늘었다. 이것을 인생에 적용해보기 전에, 글쓰기부터 적용해보려 한다. 글을 가벼운 마음으로 망설이지 않고 쓰는 연습, 즉 프리라이팅을 매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미완성된 엉망진창인 에세이들이 쌓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두렵지 않다. 글을 얼마든 고쳐 쓸 용기만 있다면 훌륭한 글쓰기는 시간문제라는 말이 있으니까. 내 엉망진창 우당탕탕 에세이 집필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