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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May 23. 2020

마음이 아픈나를 위로하고 안아주기로 했다.

(서평)우리아이 괜찮아요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 중에서 가장 인정하기 싫고 다루기 힘든 마음은 우울감, 좌절감인것 같다. 소중한 생명이 찾아왔던 순간, 태교하던 날들에 했던 온갖 다짐과 맹세들은 점점 희미해져가고 시간이 갈수록 부모는 둘 다 점점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단해져간다. 그렇게 지치고 고단한 날 SNS는 독이다. SNS 속의 엄마 아빠들은 모두 아이에게 다정하고 상냥하며 아이가 원하는 멋진 장난감을 사줄 뿐 아니라 미모까지도 완벽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소리라도 지른 날이면 자괴감과 자책감에 빠져 하루가 엉망이 된다. <우리아이 괜찮아요>의 저자 서천석 박사님은 아이를 키우면서 답답함과 좌절에 빠져있는 부모들의 현실을 세심하게 공감한다.
 
80년대 이후부터 90년대 초까지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른다. 요즘 소위 말하는 낀세대이다. 80년대 생들은 가장 똑똑하지만 가장 가난하고, 부모보다 가난한 최초의 세대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충족되지 못한 욕구와 공감 받지 못했던 감정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아픈 어른들이다. 그런 80년대 생들이 부모가 되자 세상은 감정코칭을 강조했다.
 
나 역시 밀레니얼 세대이며 이제 부모가 된 4년차 초보엄마이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원하는 사람 중 하나고, 내면의 상처를 직시하고 극복하려 애쓴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고, 아프고 모진 말들을 입 밖으로 쏟아 낼 뻔한 무서운 순간들이 있었다. 내 마음속에 들었던 감정과 내 머리 속에 떠올랐던 나쁜 단어들 때문에 스스로가 미워질 때 드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완벽해지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서 긴장하게 되고 그러다 실수라도 하면 좌절한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었던 내 바람은 일장춘몽과도 같이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내 불안을 간파한 듯 <우리아이 괜찮아요>의 첫 번째 챕터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이다. 저자는 자녀들이 잘못하거나 실수 할 때 유난히 안절부절못하는 부모들을 예로든다. 그들의 대부분은 내면에 상처가 많다고 한다. 자신의 부모로부터 들은 모진 말과 행동들 때문에 항상 자신에게 문제가 많다고 생각해서 긴장하기 때문이다. 그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부분 완벽해지려고 애쓰지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또 실패 속에서 좌절하고 수치심을 느끼는 악순환에 빠진다.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나에게 문제가 많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완벽해지려고 애쓴다. 그리고 나를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며 부모로서 부족하다고 채찍질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자기 치유의 과정은 쉽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제부터라도 마음이 아픈 나를 위로하고 안아주기로 했다. 당장 바로잡아 주고 싶은 아이의 어떤 점에 과몰입 하지 않기로 했다. 조급해서 일이 잘 된 적이 없는데, 육아라는 길고 긴 마라톤을 망치고 싶진 않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는 편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훨씬 낫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다.
 
이 책은 아이가 생존을 엄마 아빠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작고 여린 영아기의 시절부터 사춘기까지 폭 넓은 영역에 걸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아이의 발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문제 상황들을 보면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안도하고 위로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부모로서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이를 옳은 길로 이끄는 사랑이라고 말한다. 부모는 아이를 ‘당장’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바꾸는 사람이다. 그 ‘결국’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육아가 힘든 이유이다. 저자는 아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이야말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길고 긴 육아의 세계를 넉넉히 버티게 해 줄 노하우가 아닐까. 부모는 아이가 가진 부족함과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방향을 향해 굳건히 서서 버텨야 하니까 말이다.
 
아직 우리 아이들은 미취학 아동이라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들을 모두 적용할 수는 없었지만 몇 년 후에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나는 이 책을 또 다시 꺼내서 읽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부모로서 아이를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체크리스트도 적어보았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기억력 대신에 이 체크리스트를 수시로 점검하며 나의 사랑하는 아이가 건강하고 온전하게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좋은 부모 되기 프로젝트>
-나는 아이가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가?
-나는 아이가 하는 실수와 잘못에 대해 말할 때,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말을 전하는가?
-아이가 시시때때로 잘못된 결정과 나쁜 선택을 하는 것은 아직 방법을 몰라 서툴기 때문이다. 아이의 서툰 행동을 너그럽게 포용하는가?
-아이가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단점으로 힘들어할 때, 나는 아이를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온전히 아이의 편이 되어줄 수 있는가?
-부모로서 내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고쳐야겠다는 깨달음이 왔을 때, 아이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할 수 있는가?
-내 아이가 어려움 속에서 좌절할 때, 나는 사랑하는 내 아이가 홀로 외롭지 않도록 도와줄 것인가?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아이의 머리에서 나온다. 부모가 곁에서 함께 위로해주면 아이는 스스로 답을 찾는다.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가?
-아이의 삶에는 엄마와 아빠가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 때, 아이의 마음속에 ‘엄마와 아빠는 나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내게 도움을 주실 분들이야’라는 믿음이 있다면 아이는 어떤 어려움도 보다 쉽게 통과하게 될 것이다. 나는 내 아이를 격려하고 도울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기사로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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