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남다름. 이름부터 독특했다.
이루리, 강하다 등 성과 이름이 한 뜻으로 이뤄지는 이름이라서 예뻤고, 의미가 비상한 듯하여 멋있었다.
이름대로 삶이 결정된다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근거로 다름이는 적합했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사는 세상을 꿈꾸며 자기가 먼저 실천했다.
학교의 정규 수업이 싫다며 제멋대로 행동해 선생님들과 늘 전쟁이었고,
억지로 붙잡혀 책걸상에 걸터앉아 있는 날이면 그림을 그렸다. 교과서는 질 좋은 스케치북이었다.
정의로운 사람이 되겠다며 불량한 무리를 보면 일단 머리부터 들이받았다.
평범함에 지루해하던 내게 ‘나답게’ 살라며 등을 떠밀기도 했다.
같이 다니면 나쁜 일에 휘말릴 것 같아 거리를 뒀지만, 그나마도 내가 가장 대화를 많이 하는 친구였던 건지, 다름이는 종종 내게 다가왔다.
‘나 번아웃 왔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은 친구라서 불편한 게 많았다. 나는 통제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성격이라 감당 불가였다.
학생이 공부 말고 뭐 그렇게 할 게 많은지 늘 바빴던 다름이는 툭하면 우울해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말하고 싶은 거 다 말하면서 뭐가 그리 억울한지,
불평이 한아름이었다.
다름이와 멀어진 건 인내심의 한계에 서서히 도달하고 있던 내 의지가 아니라, 다름이의 선택이었다.
이조차도 예상 밖의 일이어서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났다.
그게 내가 다름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저 가위 아저씨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소름이 돋은 이유다.
아저씨가 절망한 눈빛과 다름이의 마지막 눈빛이 완벽하게 일치해서.
‘나 남다름은, 특별함이 뭔지 찾고 거기서 쭉 살 거야…’
네가 말한 도착지가 하늘이었니.
부모님이 이렇게도 괴로워하시는데 고작 너 하나 특별해지겠다고 남들을 추락시킨 거니.
그래서 지금은 행복하니.
왜 너는 예쁜 나이에 이미 한 번 죽은 사람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신이 널 찾은 걸까.
남들처럼 살면 큰일이라도 나는 걸까.
평범이란 늪에서 간신히 숨 쉬었던 나는, 남들처럼 이라도 살고 싶어서
아프지 않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건강하게 사람 구실 하고 싶어서 여기 와 있어.
근데 난 이미 사람답게 살고 있었어. 사랑하는 가족들, 연인, 친구들 품에서.
특별한 건 결국에 그런 사람들 속에서 너 자신을 갖는 일이었던 거 같아.
너는, 그걸 알았니?
너 자신을 찾기 위해서 그랬던 거니? 이제, 행복하니?
“그림이 하나 왔었네. 천국에서 보낸 건지 참 행복해 보였어. 웃고 있는 우리 가족사진이었고, 다름이는 그림 속에서도 밝고 씩씩했지.”
다름이도 여기 왔었던 것 같다.
다시 살고 싶어서 돌아가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다.
아니면, 그걸 마지막으로 정말 눈을 감았든지.
“그럼 다름이는 항상 웃고 있을 거예요. 아저씨도 웃기를 바라면서요. 남들보다 더 많이.”
아저씨를 따라 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렀다.
들키고 싶지 않아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옷소매로 쓱 닦아냈지만, 망가진 눈물샘은 이번에도 나를 약 올렸다.
머리를 치켜들었다. 뛰쳐나왔던 울음이 다시 되돌아가기를 바라면서.
‘다름아. 남다른 게 특별한 게 아니라, 나다운 게 특별한 거더라.
네가 내게 말했던 ‘나다운’ 삶이 평범하고, 지루하고, 그러다가 또 재밌고, 설레는 거더라.
나도 늦게 알아버려서 지금 여기서 전하게 됐어.
넌 아마 나보다 먼저 알았겠지, 그때도 지금도 내가 항상 한 발 느렸으니까.
그러니까 아주 나중에 나를 다시 만나거든, 운세 좀 봐줘.
우리가 다시 이승에서 만날 날이 언제쯤 일지 알려줘.
그때는 내가 좀 더 빨리 너를 찾아서 말해줄게.
너는 참으로 특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