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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Jul 20. 2023

죄책감

20화

다들 감격하면 물어보려던 것도 까맣게 잊을뿐더러 가슴이 벅차올라서 할 말이 생각 안 난다고 하던데,

나는 왜 이럴 때 더 또렷하게 따질 것들이 떠오르는 건지, 성질머리 참 고약하다.


“너 여기서 뭐 해. 여긴 왜 온 거야? 왔으면 어떻게든 내려갈 생각을 해야지 왜 멍청하게 걷고만 있는 건데?”


초밥 안에 들어간 와사비가 지독해서 코끝이 매워 의도치 않은 눈물이 툭 떨어지듯,

화를 내며 물었지만. 속상함이 더 강하게 묻어났다. 울음이 터져버린 것.


“하하, 하나씩 공평하게 물어보기로 하자. 나도 널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거든.


공평 좋아하시네.


입이 삐죽 튀어나왔지만 오랜 친구가 이끄는 대로 공원 벤치까지 잠자코 따랐다.

김이한을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을 두 사람이 떠올랐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둘이 대화할 시간은

아예 빼앗긴 채 거머쥐지 못할 것 같아서, 잊은 척했다.


“이제 말해. 왜 내려갈 생각을 안 해?”


“내려가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 그렇겠지.

원하는 건 다 해내는 네가 안 했다면 원하지 않았던 거야.

근데 어쩌니, 정혜림이 와버려서 넌 원하지 않아도 내려가야 할 거 같은데.


한숨이 나왔다.

물론 나 역시 살기 싫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으나, 지금은 어떻게든 돌아가고 싶은데

친구는 그게 아니라니. 어떤 삶을 보냈길래 죽음을 택한 걸까 싶다가도 한 편으로는 배부른 태도가 거슬렸다.


“이제 내 질문. 넌 미션이 뭐야?


“글 쓰는 거.”


김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넌 뭔데?”


“좋아하는 거 찾으래.


“깔끔한 무채색 옷, 달콤 쌉쌀한 커피, 작은 2층 전원주택, 기타 연주, 활동적인 스포츠, 아, 그중에서 축구 제일 좋아했고. 너 수영도 잘하잖아?”


일단 기억나는 것들을 말했다. 의식주, 그리고 취미활동.

얼추 비슷했는지 옅은 미소를 보이는데 참 속편해 보였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언급한 일들은 진짜 좋아하는 무언가가 아니었음을.


“다 아니래? 그럼 살아있을 때 하고 싶었는데 포기한 건?”


“에- 내가 질문할 차례야.”


아. 짜증 나.


신경이 머리끝까지 곤두서 뜨거운 콧김이 뿜어져 나왔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갈 때까지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화를 참는 방법이다.


“왜 내가 연락했을 때 안 받았어?


….

정혜림한테 바로 데려갈걸.

괴로움이 심장에 펀치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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