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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해나 Jan 02. 2021

배움의 기록 1

2020년 4분기,  일하며 느끼고 배운 것들의 기록

좋아하다 못해 아끼는 구절

지난 10월, ProtoPie에 디자인팀이 생겼다. 그동안은 디자이너가 각 개발 조직에 속해 있으며 일시적으로 연대해왔지만, 이제는 디자이너가 모여 기능 조직을 이루게 되었다. 조직 구조가 바뀐 이유는 2021년에 계획한 마일스톤을 달성하기 위함인데 프로덕트 전체를 조망하며 집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면 직무 중심의 결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 에디터팀에서 디자인팀으로 옮겨오니 자연스러운 변화와 함께 새로운 배움이 뒤따랐다. 더불어 ProtoPie에 6년째 근속하게 되면서 나의 성장을 섬세하게 인지할 필요성도 느끼고 있던 터라 문득 그날의 배움을 기록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10월, 에디터팀에서 디자인팀으로


에디터팀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최소 4년 동안 함께 했던 팀원들을 떠나려니(?) 서운한 마음이 가득했다. 마음 한편에는 '이젠 변화가 필요해'라는 생각도 자리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혼자서 개발자와 일을 해왔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많은 환경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웠다. 디자이너와 함께 생각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나는 얼마나 말랑말랑한 태도를 가질 수 있을지, 상대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디자이너인지 궁금했다. 디자이너에게 협업 역량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에 컴포트존을 벗어나 협업 상대를 바꾸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에디터팀을 떠나면서 함께 일해온 개발자분들에게 피어리뷰를 부탁했다. 협조적인 동료들 덕분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클레어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디자이너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길 기대합니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왜 이런 피드백을 받았을까?


다섯 번 물어볼 것도 없었다.


5 Whys로 원인을 되짚어보니 나의 완벽주의 성향이 한몫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석에 오르지 않고는 안타를 칠 수 없는 노릇이거늘... 앞으로는 나의 직관을 좀 더 믿어주기로 다짐해본다. 그리고 숨어있는 이유 한 가지, 기능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단계에서는 디자인 그 자체보다 팀의 여력과 개발 효율을 우선하는 결정도 필요하다. 때문에 그 시절에 우리는 각자의 에고를 조금은 눌러가며 제품과 조직의 존속을 위해 한마음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디자이너로서 사용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어주길 조직이 기대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10월에는 디자이너 동료들과 whole day workshop을 가진 날이 많았다. 프로토파이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Team Trading Card와 16개 역량 차트를 그리며 서로를 파악하기도 했다. 새로 합류한 디자이너, 리서처와 의견을 나누는 일이 즐겁다. 알게 모르게 만들어진 관성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연습이 시작되었다.




11월, 경험을 살 찌우는 계절

성공적인 Product Led Growth를 위해서 필요한 사고의 전환

새로운 배움, Product Led Growth

신기하게도 팀을 한 번 옮기니 다른 팀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ProtoPie는 2020년에 조직의 규모가 배에 가깝게 성장했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인생의 찬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자 티타임과 멘토링, 사내 스터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집이 주 업무 장소가 된지도 10개월, 비대면이라는 상황이 대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덕이었다. GCS Division (Growth Customer Success Division)의 Product Led Growth (제품 주도 성장) 스터디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만드는 것'에 집중했던 나의 시선을 기능에서 프로덕트 전체로 나아가 비즈니스까지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 새로운 개념을 익히는 것도 흥미롭고 내가 가지고 있던 암묵적 지식이 잘 정리된 이론과 만나니 자신감이 생긴다.


함께 고민하는 즐거움 

디자인팀은 매주 수요일에 상의하고 싶은 안건들을 가지고 한 자리에 모인다. Figma PlugIn과 잘라내기 (cmd+X) 기능을 구현하면서 Toast 컴포넌트가 쓰일 예정이었는데, Toast의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Known issue가 있었던 터라 이번 기회에 개선할지 의논이 필요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안 보이면 잘 보이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판단에도 관성이 숨어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사용자가 특정 Task를 수행하는 동안 어떤 인상을 받길 의도하는지, 우리가 문제시 한 상황이 사용자에게도 정말 문제인지, 모든 케이스에서 최적의 개선책인지 복합적으로 살펴보면서 경험을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고민하니 좋은 점이 참 많다.


채용은 어렵지만 얻는 것이 더 많다

2020년은 채용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디자인 조직 역시 상, 하반기 모두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과정에서 늘 배우는 게 많지만 올해는 특별히 2가지 배움이 마음에 남았다. 첫째는 문제 정의의 중요성이다. 디자인 프로세스와 각종 방법론은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들어섰을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일의 첫 단추인 문제 정의가 잘못되면 제아무리 화려한 도구를 동원하더라도 이탈한 궤도를 되돌릴 수 없다. 디자이너는 어떠한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며 느끼는 희열이 아니라, 제품이 보다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제품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담백하게 정의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개선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지원자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디자인 실력 못지않게 안정적인 협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상대와 합을 맞추는 게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감탄하게 된다. 소신이 느껴지는 전개와 조형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결과물,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 말의 빠르기와 어조, 비언어적인 표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여 만든 결과 이리라. 앞으로 나의 의견을 전달하고 동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보다 의식적인 훈련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저런 다짐을 즐기는 편)


'~것 같다' 안 하기 운동

의견을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것 같다'와 같은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다. 명확한 의사 전달의 목적도 있지만 막상 실천해보니 나의 논리를 강화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얼마만큼의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나? '~것 같다'라는 문미 뒤에 숨지 않는 연습을 해본다.




12월, 사용자 얼마나 알고 있니?


이번 4분기에 진행한 주요 업무는 Competitive Research와 ProtoPie의 차기 버전에서 구현될 기능을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Competitive Research를 진행하면서 우리 제품의 강점과 약점을 상대적으로 비교하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동안 개밥먹기도 하고 사용자를 꾸준히 만나왔지만, 사용자의 불편에 깊게 공감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게 된 시간이었다. (경쟁 제품을 사용해보는 것은 우리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사용자에게 프로토파이는 '도구'지만 나에게는 '목적'이 될 때가 많다. 


사용자의 불편에 온전하게 공감하기 힘든 이유는 ProtoPie를 쓰는 사용자의 목표와 메이커로서 내가 가진 목표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디자이너들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소비하는 환경을 온전히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나마 근접한 실제 업무에서 프로토파이를 많이 활용해 보아야 한다. 프레젠테이션 툴을 만드는 Pitch Team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가 Powerpoint를 사용하는 모습을 녹화해서 몇 시간 동안 보기도 하고, 관심사를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든 뒤에 사내 발표를 진행한다. 사내 정보 전달의 용도로도 활용한다(e.g. 조직구조도, 핸드북, 위클리 문서 작성) 이를 통해 메이커가 인지하지 못하는 Blind Spot을 최소화하고 포괄적인 뷰를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상반기에 큰 공을 들인 Interaction Library를 디자인하면서 팀 단위의 사용자가 프로토타이핑 과정에서 어떻게 협업하는지 심도 있게 살펴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디자인 프로세스에 '작업 관찰' 과정을 녹이는 것이 2021년도 Key Results 중 하나가 되었다. 사용자를 제대로 알고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들이 요구하지 않은 혁신까지도 구현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기대가 되는 다음 100일


처음에는 변화하는 조직 안에서 하루하루 무엇을 배웠는지 100일 동안만 남겨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업무에 있어 mindful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덕분에 2021년도 OKR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배움의 기록을 이어가면서 내가 무엇에서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지켜보려고 한다. 한 가지 고민이 되는 것은 일에 치이다 보면 기록을 빼먹기가 무척 쉽다는 것인데, 캘린더에 일정을 잡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참으로 풍성한 100일이었다. (11일간의 종무 휴가가 풍성함을 배로 더했다.) 다음 100일에는 어떤 성공과 실패가 나를 새로운 배움으로 이끌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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