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효정 Apr 27. 2019

미국 산부인과 출산 후기 1부

미국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경험하다 1부 - 유도분만과 17시간의 진통  


진통이 시작되었다.


당일 아침 9시 예정이었던 유도분만을 앞두고, 새벽 4:45분부터 급작스레 진통이 시작되었다.


진통 측정 어플 ‘순산해요’

전에 가진통으로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기에, 이번에도 가진통일까 싶어 참았으나, 심상치 않은 짧은 주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진통 주기 측정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진통 시간을 측정했다.


종합병원 가는 길/ 종합병원 정문

새벽 4:45분부터 시작한 진통은 5:52분이 넘도록 지속적인 짧은 간격으로 계속되었고, 진통 애플리케이션에서도 5분 미만 간격이라며 병원으로 출발하라는 경고 신호가 떴다. 한 시간 가량 혼자 신음하며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신랑을 깨웠고, 급히 병원으로 출발했다.


종합병원 분만센터

분만을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상황이라 오늘은 산전검사를 위해 방문하던 의사 오피스(OB/GYN)가 아닌 종합병원 분만센터로 곧장 향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산전 검사를 위해 방문하는 Doctor's office가 병원 안이 아닌 병원 밖에 따로 분리되어 있다. 즉, 미국은 종합병원 소속 의사라도 의사 오피스는 OB/GYN(Obstetrics and Gynecology) Clinic으로 따로 분리되어 있으며, 모든 산전 검사는 이 OB/GYN인 의사 오피스에서 실시하고, 분만 시 종합병원 분만실로 방문해 아이를 낳는 방식이다.


⎮Pre-registration/ 선등록

의사 오피스(Doctor's office)인 OB/GYN(Obstetrics and Gynecology) Clinic에서 산전검사를 받아왔다고 해도 분만을 위해 종합병원 분만센터를 방문하게 되면 다시 산모의 개인정보 및 보험 정보를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등록 절차는 대략 15분 정도 소요되지만 대기가 있을 경우 예상할 수 없다.


나의 경우 가진통으로 예상치 않게 몇 주 전에 분만센터를 방문함에 당시 등록을 미리 해두어, 유도분만 당일 접수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 않았으나, 미리 등록 없이 방문할 경우 등록 및 접수에 걸리는 시간을 예상할 수 없기에 분만 예정일  1~2주 전에 방문해서 선등록(pre-registraion)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


**접수할 때, 출산 후 아기를 담당할 소아과 의사 정보가 요구된다. 지인이나 혹은 (정보가 없을 경우) OB/GYN에 요청해 소아과 의사 추천 리스트를 받아 미리 지정해 놓으면, 출산 후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에게 출산 정보와 신생아 정보를 공유 및 전달한다.  


분만센터 접수대/ 병원복 환복 중

들어가자마자 등록된 개인정보를 얘기하고, 접수를 시작했다. 여전히 진통은 짧은 간격으로 계속 진행 중이었고, 접수하는 동안의 5분이라는 짧은 시간도 견디기 버거울 정도의 상태였다. 확실히 가진통으로 방문했을 때와는 진통의 주기나 강도가 다름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검진실 내 화장실

접수 후, 속옷까지 모두 탈의한 뒤 병원복으로 환복 하라는 지시로 화장실에서 가운 형태의 병원복으로 교체한 뒤 나왔다.


태동검사 NST 검진대

대기 후, 가진통 때와 같이 태동 검사인 비수축 검사 or 비자극검사 (Non-stress Test; NST)를 하기 위해 태동 검진실로 안내를 받았으나, 이미 금일 유도분만이 예정되어있던 터라 간호사의 확인 후 다시 대기했다가 검진실이 아닌 입원실로 안내를 받아 곧장 입실했다.


이미 진통이 시작된 상태라 유도분만 여부는 의사의 검진에 따른 결정 후 진행될 예정이다.


분만센터 입원실

미국은 입원실에서 모든 검사가 이루어지며 분만 또한 이동하지 않고 해당 입원실에서 진행한다.

**단, 제왕절개(C-section)의 경우는 수술실로 이동해 진행한다.


입원실 입실 후 레지던트의 소개와 설명이 있었다. 참고로 미국의 모든 의료진들은 매우 친절하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다. 이는 어마어마한 의료 비용에 포함된 일종의 서비스 비용 이리라.


레지던트의 친절한 설명 후, 검지 손가락에 맥박 기기가 부착되고, 태동 검사를 위한 의료 장치 또한 복부에 부착되었다. 그리고는 오른손 손등에 수액, 영양제 또는 위급 시 혈액 등을 주입하기 위한 IV주사(정맥주사; Intravenous Injection)를 맞을 라인이 잡혔다.


정맥주사 (IV) 라인

그리고 레지던트를 통해 곧 담당의인 분만의가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다.  



태동검사 (NST)

1. 태동검사란?

'태아 안녕 검사'로 태아가 잘 있는지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2. 태동 검사의 종류

1) NST(Non-stress Test; 비자극검사): 일반적인 태동 검사이다.

2) ST(Stress Test; 자극검사): 요즘은 잘 사용하지 않는 태동검사 방식이다.


태동검사 (NST)

태동검사(NST)는 분만 전까지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장치를 계속 몸에 부착한 상태로 있어야 한다. 레지던트는 30분 정도의 텀으로 NST 검사를 통해 1) 자궁수축 빈도와 정도 2) 아기의 심장박동 수 3) 산모의 심장박동 수를 체크했다. 진통은 여전히 짧은 주기로 진행 중이었으며 진통의 강도는 점진적으로 세졌다.


신랑과 함께 입원실에서 태동검사(NST)를 진행하는 중 가족들이 병원에 도착했고, 모두 입원실 안으로 입실해 상황을 지켜봤다. **분만센터는 외부인 출입 시 허락하에 입장된다. 이에 따라 입구에서 수화기를 통해 접수실과 연결되며, 허락된 경우에만 입장할 수 있다. 간편한 확인 절차를 위해 각 산모에게 PIN번호가 부여되는데 외부인 입장 시 이 PIN번호를 대면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입장 가능하다. 이는 병원마다 시스템이 다를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의인 분만의가 도착했고, 자궁경부 상태 확인을 위해 손가락을 질 안으로 삽입해 자궁경부를 확인하는 내진을 시작했다. "현재 자궁경부는 2.5cm가 열렸고 70% 정도 얇아진 상태입니다."


이미 유도분만을 예정한 상태에서 온 진통이고 상황을 좀 더 진척시키기 위해 1)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촉진제 투여로 자궁수축을 유도한 뒤, 2) 자궁 구를 부드럽게 만드는 질정제를 투약해 분만을 유도하겠다는 의사의 말에 동의한 뒤 촉진제인 옥시토신 및 질정제 또한 투여받았다.




⎮유도분만

1. 유도분만이란?

출산 예정일이 지났으나 진통이 발생하지 않아 인위적으로 '옥시토신'이라는 약물을 사용해 진통을 유도하는 분만법이다. 유도분만은 태아에게 문제가 있거나 분만 예정일이 1~2주 지났을 때 혹은 태아가 너무 커졌을 때, 산모가 당뇨병, 고혈압 혹은 임신중독증인 경우에도 유도 분만을 진행한다.

**옥시토신(oxytocin): 어원은 그리스어로 '일찍 태어나다'라는 의미로 자궁수축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옥시토신은 아기를 낳을 때 자궁의 민무늬근을 수축시켜 진통을 유발하고 분만이 쉽게 이루어지게 하며 젖의 분비를 촉진시켜 수유를 준비하게 하는 호르몬이다. [출처] 옥시토신 [oxytocin] (두산백과)


2. 유도분만 과정

유도분만은 자궁경부가 열리도록 경구약이나 질정제를 투여해 자궁구를 부드럽게 만든 후,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옥시토신'이라는 촉진제를 투여해 진행한다. 단, 자궁구가 열린 상태라면 경구약이나 질정제 투여 없이 바로 촉진제를 투여해 진행한다. 유도분만 과정은 자연분만과 같다.


3. 유도분만의 장단점

- 원하는 일정에 맞게 분만이 가능하다.

- 촉진제로 인한 자궁 수축으로 혈압 하락 위험이 있다.

- 태아의 심박수 하락 위험이 있다.

- 태아의 과다출혈 위험이 있다.

- 산모의 과다출혈 위험이 있다.



유도분만 촉진제 옥시토신 투여

유도분만을 위해 투약된 질정제는 1) 침대에 한 시간 정도 똑바로 누워(질정제 투약 전에는 태아의 편안한 자세를 위해 비스듬히 누워있을 것을 지시받았다) 질 안에서 잘 퍼질 수 있도록 한 뒤 2) 한 시간 동안 분만센터 복도를 걸으며 자궁 구가 열릴 수 있도록 하는데, 이 과정(눕고 걷기)을 3번 연속 총 6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을 진행한다.

**걷기 운동 시에는 몸에 부착된 태동검사(NST) 장치를 잠시 제거한다.

**질정제 투약 후 침대에 누워있는 한 시간 동안은 화장실에 갈 수 없다. 소변이 마려울 경우 질정제 투약 전에 가야 한다.


분만센터 내부

유도분만 촉진제와 질정제 투약이 시작되자 진통의 강도는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1번째 투약을 지나 2번째 질정제 투약 후 한 시간 누워있다가 다시 한 시간 걷기 운동을 할 때는 폭발적으로 진통 강도가 올라감에 온몸이 떨릴 정도로 몸서리 쳐지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아직 3번째 질정제 투약도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참기 어려운 진통 강도에 마음속으로 무통주사를 한 백번 정도 외쳤던 것 같다. 하지만, 무통주사는 자궁경부가 4cm 이상 열려야 투약이 가능함에 당시 상황에서는 참아내는 것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오직 '인내'만이 답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세 번째 질정제가 투약되고, 다시 한 시간 누웠다가 한 시간 걷기 운동을 반복 진행했다.


고통은 이미 절정에 달했으며, 병원 내 복도에 설치된 봉을 붙잡고 고통에 온몸을 덜덜 떨면서 이를 악물고 겨우 걸었다. 이때 진통을 참는다고 이를 악물며 버텼는데 나도 모르게 고통을 버티려 힘을 주다 보니 턱에 무리가 갔고, 결국 치아까지 무리가 와서 출산 후에도 꽤나 고생을 했다. (진통이 올 때 턱과 치아에 너무 힘주지 마세요!)


3번째까지 총 6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을 끝마치자 레지던트가 내진을 시작했다. 자궁경부는 4cm가 열렸고 무통주사(Epidural)를 맞아도 된다고 얘기했다. 참고로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무통주사에 매우 관대하며 무통주사 맞는 것을 권고하는 등 체감상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다.

**무통주사 전까지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나, 무통주사 이후에는 수분 섭취만 가능하다.

**미국에서 무통주사는 대략 1,000~1,500 USD의 비용이 청구된다.




무통분만

('임신 29주 차, 임신 후기 나에게 맞는 분만법 찾기' 참고 요망)

1. 무통분만이란?

무통분만이란 자연분만 종류 중 하나로, 자궁이 4~5cm 열렸을 때, 척추 부위를 마취해 하반신 진통을 경감시키는 분만법이다. 전체 마취가 아닌 부분 마취로 산모의 정신과 감각은 모두 살아있는 상태에서 분만을 하는 방식이다. 무통 주사는 혈관주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2. 무통분만의 장단점

- 분만 통증을 5~20%까지 경감시킬 수 있다.

- 분만 과정이 수월해져 자궁 혈류 감소나 자궁 수축 등의 증세 예방이 가능하다.

- 산모의 과호흡으로 인한 태아 저산소증 예방이 가능하다.

- 산모에 따라 분만 시 힘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마취제로 인한 가려움증, 경련, 방광기능 부전 등의 합병증 가능성이 있다.


3. 무통주사(Epidural) 투여법

척수 신경막 사이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진통제를 투여하는 방식으로 분만 시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하반신의 감각 신경을 마취시키는 방법이다. **무통분만을 위한 병원 선택 시 반드시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인지 확인해야 한다.


궁금증 풀기) 무통 주사가 출산 후 산모의 회복력 지연과 상관이 있을까? (임신 25주 차, 미리 하는 ‘출산 준비’와 '분만의 이해' 참고 요망)

: 무통 주사를 맞고 분만을 하게 되면 출산 후 산모의 회복력이 더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무통 주사와 출산 후 산모의 회복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무통 주사를 억지로 참는 것은 분만 시 산모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무통 주사도 맞을 수 있는 타이밍과 자궁 경부 상태(대개 7cm까지는 무통 주사 가능)가 있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으로 억지로 참지 말고 본인에게 원만한 분만을 위한 방법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병원 입원실 내부

얼마 뒤 레지던트가 무통주사 패키지(?)처럼 보이는 큰 팩을 가져왔고, 마취과에 호출을 했다. 곧 마취 담당의가 도착했고 신랑을 제외한 가족 멤버들을 밖으로 이동시킨 후 무통주사 투여가 시작되었다.


무통주사는 병원 침대에 마치 걸터앉듯이 앉은 후 다리를 내리고 활처럼 휜 자세로 구부려 앉아있으면 반대편 내 등 뒤에서 마취 담당의가 척추에 여러 개의 바늘을 삽입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진통이 워낙 아팠던지라 무통주사는 아파도 참을만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침대 위에서 걸터앉아 활처럼 휜 자세로 앞으로 구부리면 레지던트가 앞에서 날 앉아주며 자세를 바로잡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등 뒤에서 마취과 의사에 의해 계속 주삿바늘이 꽂혀갈 때마다 날 위로해주는 역할 또한 해준다. 두려운 마음과 긴장감 그리고 통증이 섞인 이 과정에서 레지던트는 그 순간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렇게 의지하며 버티는 이 과정은 대략 20~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무통 주사를 맞은 후 신체 반응을 살피고 마취가 잘 되었는지 꼼꼼히 확인한 후 엄지를 들어 올리며 마취 담당의는 퇴장했다. "퍼펙트, 땡큐!"


무통주사 투여 후 방광에 소변줄이 연결되었다. 연결 후 소변 마려운 느낌이 없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레지던트가 주기적으로 소변줄이 연결된 소변통을 비우는 걸 보고 내심 놀랐다.

소변줄 연결/ 입원실 내부 전경

담당의에게 호출을 마지막으로 임무를 수행한 레지던트는 퇴장을 했다. "땡큐 앤 알러뷰!" 퇴장하는 레지던트 언니에게 마음을 담은 인사를 건네자 "알러뷰 투!"라는 답변을 받으며 훈훈한 분위기로 무통주사 투여는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사라진 통증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언제 그랬냐는 듯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태동검사 (NST) 그래프

참고로 위의 태동검사 그래프 중 아래의 자궁수축 그래프 수치가 나타내듯 자궁 수축으로 인한 통증은 그래프를 벗어나 상위할 정도의 센 강도로 진행 중이나 무통주사 덕분에 실제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잠에 든 지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자궁경부 내진을 위해 담당의가 도착했고, 레지던트는 교대 일정으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어 투입되었다. 새벽 4시 45분부터 시작된 진통은 벌써 저녁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났나' 아무래도 무통주사를 맞은 뒤라 그런지 내진도 별 통증 없이 진행되었다. "현재 자궁경부는 5cm가 열렸고 80% 정도 얇아진 상태입니다. 태아가 더 밑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이를 돕기 위해 양수를 터뜨릴게요"


입원실 내부 전경

원래 양수를 터뜨릴 때 긴 나무젓가락과 같은 도구로 터뜨리는데 당시 나는 자궁경부가 많이 얇아진 상태였기에 의사가 내진 시와 같이 질 내 손가락을 삽입해 양수를 터뜨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물론 이 역시도 무통주사 덕분에 아무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양수를 터뜨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다음 편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과 한국의 산부인과 검진 차이를 실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