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

장문의 메일 한 통

by 김물개


초짜 디자이너인 나에게도 간간히 취업팁을 물어보는 이메일, 쪽지가 오는 편이다. 위치가 실리콘밸리이기도 하고 내가 디자이너 출신이 아니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커리어 전환과 관련해서 주로 영어권 친구들(?) 이 linkedin 으로 이것 저것 물어보고는 하는데, 처음엔 내가 뭘 안다고 주제넘게 조언을 하나 싶어서 굉장히 소극적으로 답하다가, '그래 뭐 이 어린 친구들에게 내가 했던 방법들에 대해선 더 과감히 공유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지난 주였나, 모르는 사람에게 장문의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이름과 학교는 가렸습니다.


나와 같은 시기에 졸업한 듯한 이 학부생은 300군데가 넘는 곳에 지원해서 지금까지 2군데 밖에 인터뷰를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는 더 이상 자신이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포트폴리오와 레주메를 보내주며 무엇이 문제인지 말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메일만 읽어도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대번에 짐작이 됐다. 취업이라는 걸 한 번 겪어본 나도 코로나 시대에 job을 찾는 것이 힘들었는데, 더군다나 취업이라는 것 자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20대 중반 학부생에게,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게 다가올런지, 또 그게 얼마나 자심감 상실로 이어지는지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바로 답장을 썼다. 참고로 내 영어는 완벽하지 않으니 대충 걸러 읽으시길.



답장의 일부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친구의 디자인 실력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요청했던 프토폴리오 피드백은 2-3개만 간단히 줬다. 그리고 피드백 보다는 본인 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이 얼굴도 모르는 친구에게 내가 한국에서, 그리고 미국에 와서 취업을 준비하면서 느꼈던 것들, 머리로는 알지만 제 3자가 말해주면 더 객관적으로 다가올 것들을 얘기해주고 싶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취업으로 힘들어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To all of your frustration about the overall job hunt journey and the question that how the hell you could get interview chances, I'd like to say..


구직활동 관련한 걱정과, 대체 어떻게 인터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조금 얘기를 하자면,



1. Just because your friend got a job doesn't mean you failed or your friend's skill was 2x better than you. Don't undersell your potential. Everyone has different timing and all we can do is to keep working and waiting for your turn.


친구가 취업했다고 해서 당신이 실패했거나, 그 친구가 당신보다 몇 배 뛰어난 디자이너인 것은 아니다. 모두 각자의 타이밍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계속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며 나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 뿐. 그러니 자책하지 말 것.



2. Do more research - Spend more time finding companies that best matched your skills & experience rather than blindly applying for a massive amount of companies. (Of course, keep applying is important tho) Do more investigation to find out which companies are growing, and reach out to them and ask if they need designers. This is a lot easier than beating the ATS system. For me, I had checked out TechCrunch, Forbes, simply googling startup lists I was interested in, then sent out cold messages to designers working there. By doing so, you may get a referral, interviews, or at least meaningful feedback on your work. Cause it's hard to hate someone who is interested in you.


리서치에 시간을 투자할 것. 묻지마 지원도 좋지만, 나와 fit이 맞을 회사, 내 경험이 '먹힐 만한' 회사를 뚫는 것이 서류전형 통과보다 훨씬 승률이 높다. 나의 경우 관심있는 기업, 산업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주기적으로 테크관련 뉴스와 구글링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여기 다니는 디자이너에게 직접 연락했다. 당장 자리가 없어도 추후에 인터뷰 기회를 얻을 수 있거나, 아무리 못해도 포트폴리오 피드백이라도 얻을 수 있다.



3. Remember that job hunting is a number game, but also a game where proving your qualification. And I believe those skill requirements on JDs are nothing much special, anyone can gain it if they put a certain amount of time and effort, because most jobs are not looking for Olympics players. They just hire workforces. So never stop learning, polishing your portfolio, and practicing to show them the best you. I changed my portfolio 100+ times until it was selected by Bestfolio, which allowed me to gain a 20x traction increase. If people don't appreciate your potential, show them. Never stop proving yourself.


취업은 숫자싸움이기도 하지만, 내 자격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함을 잊지 말 것. 그러나 사실 Job Description에 요구하는 skill set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으며 (주니어 한정) 누구라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얻을 수 있다. 그러니 계속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 하고, 인터뷰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 것. 실력이 부족하면 실력을 키우면 된다. 회사가 내 잠재력을 몰라주는 거 같아도 포기하지 말고 스스로의 능력을 계속 증명할 것.



4. There are so many warm-hearted professionals willing to help you with no condition. Ask them for help. They will give you tremendous advice on your portfolio, how to structure your presentations, and all interview tips. Find some mentors at Linkedin, Amazing design people list , cofolios, design buddies.


멘토링을 적극 활용할 것. 생각보다 온라인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려는 사람이 아주 많다. 그들은 대부분 나처럼 자신의 취업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이를 pay back 하고 싶어 선한 의도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필드에 있는 디자이너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인터뷰 준비를 해 나갈 것.



5. Having a job actually doesn't guarantee your happiness. I know how it sounds obvious and is nothing helpful at all to you at the moment, but trust me. I've seen so many students think their life will dramatically change once they get a job and start working. But even if you are at FANNG, if your family member gets sick, or you got a severe car accident, life can be miserable. I saw many leaders in my previous job who are having a hard time getting divorced, suffering from cancer, or being hated by their family cause they work all the time. This observation gave me a huge lesson that learning your job is just a part of you.

So please spend some time taking more care of yourself, talking with family and friends, or doing something fun. Don't swamp with only job hunting. To be honest, I wasn't good at this, but hope you would be better than me. :-)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취업은 중요하지만,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전 직장에서 돈도 많이 벌고 지위도 있고 충분히 커리어적으로 성공했음에도 온갖 이유로 행복하지 못한 리더들을 많이 봤고, 결국 직장이란 그저 내 생활의 일부임을, 그러니 너무 올인하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배웠다. 생각보다 많은 학부생들이 취업하면 인생이 윤택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다. 그러니 힘들더라도 취업을 지나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돌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시간을 포기하지 말 것,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 나도 잘 못했다)







쓰고나니 너무 길어져서 조금 후회했는데, 아무쪼록 도움이 되었으면.. 생각해보면 나는 한 번 취업을 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라앉는 마음을 조금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갑갑한 마음에 알지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한국애에게 메일을 보냈을 이 친구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참고로 마지막 말은 이렇게 보냈다. 예전에 내가 처음으로 취업 할 때 누군가 나에게 해줬던 말인데 큰 힘이 됐었다.


One day(in the not-too-distant future), you will be looking back at this moment and say, "Well, I had a hard time back then." Just like I did. Wish you the best of luck in your job search. :)


멀지 않은 시기에 이 순간을 돌아보면서 '그땐 힘들었지' 할 날이 올거야. 지금 내가 너한테 말하듯 너도 그렇게 될 거야. 행운을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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