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이라서? 살기 좋아서?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저를 오랜만에 브런치로 돌아오게끔 만든 건 다름 아닌 한 구독자분 덕분이에요.
저의 브런치를 구독하시는 분 중 한 분이 이메일로 문의를 해오셨더라고요.
싱가포르 취직을 원하시는 한 20대 후반 여성분이셨는데, 짧고 간결한 이메일이었지만 그 고민이 저에게 강렬하게 와 닿았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다시 구직자 입장으로 돌아가서, 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싶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후에 일을 하며 현지에서 느낀 점을 공유하려고 해요.
이렇게 구독자분들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이메일로 Reach out 해주시면 앞으로 글 연재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여러분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궁금하거든요.
그럼 시작할게요.
왜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싶니?
여러분에게 한 가지 고백을 먼저 하고 시작하자면 저는 제가 싱가포르 취업을 열망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하지만 해외취업에 대한 열망을 아주 뚜렷이 가지고 있었어요. 대학생활 내내요.
그 열망을 오래도록 간직해온 사람은 해외취업 관련 공고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려요, 항상 관련 정보 집합소를 기웃거리고요 '나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요. 기회도 그런 사람에게는 먼저 보여요 그냥 대기업 취업 안되니 해외취업이나 해볼까 하는 사람과는 확연히 달라요.
그러다 마음에 끌리는 회사를 찾게 됐는데 그 회사 아시아 대표 지부가 싱가포르에 있었어요.
그래서 싱가포르가 우리나라랑도 가깝고 내가 해외취업이랑 맞는지 확인하기에 딱 좋은 지리적, 문화적 여건이라 생각해서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참 단순했죠.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왜 그 많은 나라 중에 싱가포르를 선택했냐고 물으면 저는 딱히 할 말이 없었어요. 그곳에서 교환학생을 했다거나 그 나라 문화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흔히 어떤 나라와 사랑에 빠지는 그런 흔한 레퍼토리 조차 저에게는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와서 일해보니 왜 사람들이 싱가포르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제가 사전 조사 없이 바로 일하러 비행기 타고 날아간 나라, 그럼에도 꽤나 만족스럽게 일했던 나라. 싱가포르예요.
1. 영어권 나라
말해 뭐하나요. 일단 말이 통한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어드벤티지입니다. 많고 많은 인종이 모인 그야말로 멜팅팟인 싱가포르에서 공용어는 단연 영어입니다. 물론 싱글리쉬라는 골치 아픈 놈이(?!) 존재하긴 하지만, 적어도 영어를 바탕으로 하잖아요. 그냥 아주 로컬스러운 시장을 가도 영어로 다 통합니다. 아주 중국계적인 회사는 중국어를 업무 시 많이 쓴다고 해도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되지는 않아요. 병원을 가도, 은행을 가도, 상점을 가도 영어로 다 통하는 게 저는 정말 편리하다고 생각됐어요. 그런데 한 가지, 영어권 나라면 영어를 주로 쓰니까 영어 실력도 많이 늘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지만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싱글리쉬가 많이 는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실력이 상승된다기보다 그냥 까먹지는 않겠네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배우러 싱가포르로 오신다면 어학원을 가세요. 그냥 여기서 워킹홀리데이처럼 있다가 영어가 늘 거라고 기대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정리해서 말하면 영어로 모든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편리한 나라지만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나라라고 보기는 어렵겠어요.
2.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
최근 많은 선진국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일하게 될 또는 여행하게 될 나라가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생각하는 거 자체가 좀 이해가 안돼도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요. 저는 싱가포르 사람들이 한국인에 대해 그렇게 우호적인지 가기 전 까진 잘 몰랐지만 막상 가니 드라마, 화장품 그리고 K-POP 덕분에 긍정적 인식이 많았습니다. 같은 아시안이라서 더 친근하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요. 사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시각 자체가 무언가 어드밴티지를 가져다준다기 보단, 어디를 가도 현지인들과 한국 문화에 대해 할 얘기가 많아서 좋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드라마에서 이러한 장면을 봤는데, 실제로 한국에서도 그러니?라는 질문을 하면 한국인으로서 할 말이 많지요. 화장품도 여기서 이거 유명한데, 한국에서도 유명하니? 가격은 한국이 얼마나 더 저렴하니? 등등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문화 애국자라 친구들에게 해줄 말이 더 많았어요. 그들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갖게 된 한국에 대한 인식과 실제 한국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는 게 특히 재밌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한껏 동요되어서 어디서든 한국인이라고 자랑하고, 한국인이라고 으스되는 사람도 보았는데요. 그런 사람은 같은 한국인들이 봐도 좀 재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인데 인종으로 우월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본인 스스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3. 일과 여가의 균형이 비교적 보장됨
이 부분은 정말 할 말이 많으면서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보고 느끼고 들은 걸로 일반화하기는 정말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국보다는 확실히 보장된다고 생각해요. 일단 야근은 정말 선택이에요. 윗 상사가 안 가서 아직 못 가거나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야근을 업무를 위해서 보다, 개인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가끔 했었습니다. 고객 조사라던지, 오늘 한 업무 데이터화 시킨다던지 그러한 추가적인 부분들을 위해서 여분시간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싱가포르에서 한 회사에서 밖에 일 안 해봐서 일반화 하기는 참 애매해요. 그래도 주변 직장인들 보면 거의 대부분 선택적이고 자발적인 야근들이 많은 것은 사실인듯합니다. 그렇지만 그 야근 없어도 업무시간 동안 아주 강도 높은 일을 해내다 보면 집에 와서 바로 넉다운하죠. 그래서 모든 직장인들은 평일에는 야근 여부와 상관없이 여가 내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아! 그리고 많이들 물어보셨던 국경일 휴무는 평균적으로 2달에 한번 정도는 항상 빨간 날이 있고 그런 날에는 절대 아무도 근무하지 않습니다. 싱가포르 고용법적으로 보호되어있거든요. 그리고 그날 정말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면 일당 계산해서 2배로 쳐줍니다. 아니면 고용주가 벌 받아요. 이런 노동자 보호법만큼은 자국민과 외국인 차별 없이 동등하게 적용되고 그 또한 매우 철저하게 되어있어서 좋습니다.
4. 연봉 상승률이 높아서
싱가포르에서 살고 싶은 이유라기보다 일하고 싶은 이유 그 경계를 최대한 나누려고 하다 보니 이 이유가 떠오르더라고요. '연봉 상승률'. 싱가포르가 연봉 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저도 입사한 지 아직 1년도 안된지라 연봉이 오르는걸 직접 체험해보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일하는 분야가 HR 업계고 항상 그와 관련된 정보를 조사하다 보니, 확실히 싱가포르는 관련 업계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으면 연봉이 한국보다는 빨리 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정확한 수치로 말씀드리면 더 와 닿을 것 같아 영국계 HR 컨설팅회사인 Robert Walters 2017 Salary Guide를 참고했습니다.
- Junior급은 정보가 없어서, Manager급을 바탕으로 연봉 상승률을 살펴보면.
첫 번째 1-3년 정도 경험을 가진 매니저는 60K (한화 약 5000만 원)로 시작하면 4년 차 때부터는 80K(한화 약 6600만 원)부터 연봉이 시작됩니다. 그다음 8년 차부터는 120K (한화 약 1억)부터 연봉이 시작되고요.
참고로 위 정보는 순순히 연봉 상승률 정보만 전달하기 위해 참고한 자료입니다. 연봉 자체는 업계별로 업종별로 매우 상이하니 그 점 감안하셔서 보시길 바랍니다.
제가 약간 숫자 강박증? 같은 게 있어서 꼭 5개를 맞추고 싶었는데, 마지막 하나는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네요.
임팩트 있는 마지막 한 가지가 더 안 떠오른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혹시라도 생각나면 더 추가할게요.
이상 현지 경험 1년 미만 싱가포르 외국인 노동자의 견해였습니다.
다음 글에선 역설적이지만 싱가포르가 일하기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루어 볼게요.
더 많은 해외취업 정보를 원하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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