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지 1년도 안된 파릇한 사회인의 시각
1. 전공에 대한 흥미는 30% 정도여도 된다.
90년대에 태어난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는 채로 대학에 진학한다.
나도 수학은 죽어도 싫으니, 인문이나 사회계열로 진학해야 하는데 언어는 수단이지 전문적으로 배워야 할 학문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그 당시에는) 사회과학계열로 진학했다.
어릴 적 외교관이 막연한 꿈이었던 나는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하여 주로 정치 사회문제를 다루는 수업을 들었다. 그 당시에 배운 사회문제들이 당장 나에게도 닥친 문제들이기도 했기에 수업들이 흥미로웠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진 수업은 드물었고 교수님들은 언제나 답은 너희들에게 있다고 하셨다. 나는 그럴 때마다 갈증을 느끼곤 했다. 대부분의 수업이 문제들만 다루다 끝나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아니면, 차라리 나는 답이 없는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 좋았는데, 그건 철학 수업이었다. 그건 내가 학점을 잘 받고 못 받고 문제가 아닌,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누군가 나에게 전공과 복수전공에 대한 흥미가 어느정도였냐고 물으면 30% 라고만 말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정도여도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전공에 대한 흥미도가 내 미래 진로에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는다고 봐도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2. 인턴 경험은 꼭 해보자.
이건 내가 학부시절 정식 인턴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원리로 떠올린 아이디어 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확실한 건, 졸업 후 대학원을 가거나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이 직장인으로서 살아갈 텐데 그 직장인 삶 자체를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인턴은 내가 가고자 하는 직무를 간접 체험함으로써 진로를 굳히고 덤으로 스펙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라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땐, 말 그대로 9시 출근하고 6시 퇴근하는 그 직장인의 루틴 한 삶을 체험해보는 맥락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조직 안에서 인턴이라는 명찰을 달고 동료, 선배 들과 교류하며 회사의 '부속품'으로서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 미리 체험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그 경험이 없었어서, 가보지 않았던 직장인의 삶이 매우 멋져 보였다. 회사 끝나면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집에 들어가 다음날 무슨 오피스룩을 입을지 고민하며 잠드는 그런 삶. 그런데 현실은 회사 끝나면 완전히 녹다운돼서 누구를 만날 에너지 조차 없다. 옷도 그냥 그날 아침에 무작정 결정해서 입는다. 하하하
3. 졸업 후 해외생활을 고려한다면 학부시절 최소 1년의 해외 경험은 필요하다.
여기서 최소 1년이라고 하면 '헉 그럼 내가 투자해야 되는 돈과 시간이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하며 겁먹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꽤 이상적인 플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요즘 누구나 가는 교환학생 6개월 하고 + 2개월 유럽 배낭여행 + 나머지 4개월은 해외인턴이나 국내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보낼 수도 있다. 나는 멕시코 어학연수 7개월, 유럽여행 1개월, 대만 여름학기 교환학생 2개월, 그 외 미국, 일본, 홍콩 등을 여행했다. 그리고 5개월 정도 교내 외국인 학생 조교로 활동하며 항상 다양한 문화에 스스로를 노출시켜 왔다. 그러는 동안 느낀 것은 내 사고와 경험의 확장이 확실히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발전하고 싶어 한다. 퇴보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나에게 익숙한 공간 그리고 익숙한 사람들 속에서만 머무르기보단 스스로 다양한 나라, 문화 그리고 사람에 노출시키다 보면 진짜 내가 누군지 알게 된다. 그것은 당연히 내 사고와 경험의 확장과 수반되고 그것이 학생 때 더욱 흡수를 잘할 확률이 높다.
4. 절대로 억지로 토익 하지 마라.
나도 토익 해봤다. 미친 듯이. 그때는 고등학생 때였다. 당시 외국어 특기자 전형으로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던 터라, 나에게는 토익이 수능보다 더 중요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았으나 결국 대학은 다른 전형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점수가 만료되어 갱신을 해야 되는 때가 왔을 때 나는 이미 토익과 같은 진짜 영어실력과 관계없는 시험에 진절머리가 나있었다. 그리고 대학시절 토익 공부에 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던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쯔음 다양한 매스컴에서도 기업이 토익 자체는 별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고 취업 시 필수요건 항목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한국 토익 시장은 뜨겁다. 나는 이처럼 내용보다 형식에 치우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실제로는 내가 영어를 잘하는지가 중요한데, 토익이라는 형식에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점수를 따야 한다는 것은 내 소신에 반하는 일이었다. 물론 이 또한 내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있는 많은 학생들은 본인의 영어실력이 출중하지만 자신감이 없고 그 비어진 자신감을 메꾸려 형식에 의존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만만한 형식인 토익에 지나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보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는 50% 자신감 50% 실력인데 말이다.
5. 학점은 3.0 이하로만 안 떨어지면 된다.
대학시절 동안 학점관리를 잘하는 친구들을 정말 많이 봤다. 그러면서 대외 활동도 부지런히 하고 알바도 하고 정말 대단해 보였다. 반대로 나는 학점관리보다 교내외 활동에 더 많은 열정을 쏟은 타입이었다. 그 와중에 연애도 정말 열심히 하고 여행도 열심히 다녔으니 학점이 뛰어날리는 없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 중에 하나는 1학년 때 친구들이 특정 과목에서 C+받아서 그 과목들 모두를 재수강하여 B+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다. A+도아니고 B+로 올리려고 돈과 시간을 그리고 한과목도 아닌 복수 과목을 다시 투자한다니 나로서는 전혀 납득이 안됐다. 그런데 그런 현상들이 그들에게 옵션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일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성적표에 절대 C+를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결국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C+를 용납한 덕에(?!) 그 들중에서 졸업도 가장 빨리 할 수 있었다. 추가학기나 계절학기를 돈 주고 듣는 것만큼 돈 아까 운 것은 없었기에.... 아무튼 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학점은 나의 성실도 딱 그것만 의미하기에, 만약 학점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면 다른 면에서 내가 성실하게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
6. 선배들 말이 꼭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우리 모교는 학부제였다. 1학년 때 성적을 바탕으로 전공 진학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1학년들의 올바른 전공 진학을 돕기 위해 멘토 선배님들이 그룹당 몇 명씩 있었는데 그때 우리 멘토 선배들은 무조건 경제학과나 통계학과를 가야 취업을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선배들은 또 그 윗선 배들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있으니 우리에게 그런 말을 했겠거니 싶다. 그런데 아무래도 학교에 이러한 풍조가 만연히 퍼져있다 보니, 경제학과나 통계학과를 안 간 다른 학생들은 마치 실패한 아이들로 낙인이 찍히곤 했다. 그들이 원해서 그 전공을 선택했는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경영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전공들이 취업과 관계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기업들은 이러한 전공 졸업자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선택은 적어도 내가 하는 것이지 선배들이 그렇다고 해서 주체 없이 선택하는 것은 절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7. 독강, 혼밥 등 혼자 있는 것을 즐기자.
내가 좋아하는 팟 캐스트 중에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가 있는데 그 작가는 현대인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나의 대학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즐겼던 것 같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의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게 된 것은 아니다. 그 시작은 내가 술을 안 좋아하는 연유에서 비롯되었다. 대부분 선배들과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는 것은 대학에서 거의 데일리로 벌어지는 일인데, 나는 술을 안 좋아하니 대부분 그런 모임에서 자발적으로 빠졌었다. 몇 번은 술을 안 먹더라도 참여는 해보았지만, 남들은 흥이 오르는데 나만 뜨뜻미지근하니 물 온도가 안 맞기도 했고, 무엇보다 늦게 집에 가는 것이 나에게는 곤욕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친한 몇몇 친구들과만 어울렸고, 그들과도 약속을 정해놓은 때만 만났다. 혼자 있으면 일단 시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먹고 싶은 점심시간 때 점심을 먹을 수 있고, 장소 이동도 자유로웠다. 예를 들어 나는 수업 끝나면 교수님께 가서 질문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때 교수님 연구실로 같이 가서 담소를 나누거나 하는 것들은 내가 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의 큰 어드밴티지였다.
8. 교내 프로그램들을 적극 활용하자.
나는 후배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정보는 항상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학교 공지사항을 하루에도 2-3번씩 들어가곤 했다. 일단 학교 관련된 모든 정보는 그곳을 통해서 올라오니까. 학교에서 알선해주는 해외취업 프로그램도 있고, 해외 교환 학생 프로그램, 교내외 장학금 제도 그리고 유명연사 특강 등. 정말 대학은 우리 등록금이 어마어마한 만큼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실행한다. 그런데 이것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본인의 몫이다 보니, 어마어마한 선택지들에서 방황하다 이도 저도 못한 학생들을 많이 봤다. 그럴 땐 가장 가까이 있는 선택지를 고르자. 모르면 가장 빨리 물어볼 수 있고, 내가 속한 곳이니 가장 SUPPORTIVE 하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은 교내 프로그램들은 누군가를 선별할 때 무조건 학점이 우선이다. 적어도 우리 학교는 그랬다. 학교에서 성적을 가장 중요시하는 건 우리가 초, 중, 고 12년 동안 익히 알고 있었던 거니 그러려니 하자. (ㅋㅋㅋ)
9. 모르면 물어야 한다.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주문처럼 우리에게 수업 시작 전에 시키던 말이 있는데 " 한 번의 쪽팔림이 평생을 좌우한다."였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도 질문하는 것이 쑥스럽고 뭔가 나대는 일(?!) 같다. 그런데 그걸 인정하고 질문하지 않으면 내 지식은 평생 거기서 머무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질문하기 전에는 이게 남들이 봤을 땐 STUPID 한 질문은 아닌지 자동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질문하면 남들도 몰랐던 질문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세상에 멍청한 질문은 없다. 오히려 그 질문을 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멍청해질 나를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특히 대학생 때는 소수 몇몇을 제외하고는 지식수준이 다 비슷비슷해서 교수님들은 능동적이고 참여도 좋은 학생을 좋게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내가 수업 중에 질문을 많이 했던 과목은 대부분 다 좋은 성적을 받았다.
10.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먼저 제안하자.
직장인이 되어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나 제한 적이라는 것이다. 직장동료, 원래 알던 친구들 그리고 가족이 주로 만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다. 대학생 때는 오히려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풀이 너무 넓어서 선택해서 만나야 할 지경이었는데 말이다. 그때 주로 나는 내가 선택받기를 기다리기보다 선택하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나는 주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먼저 만나자고 하는 타입이었고, 나중에는 이것이 익숙해져서 남들은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도 만나는 기회들을 얻게 되었다. 특히 대학 졸업 앞두고 잠시 대학원을 고려할 때, 존경하는 교수님께 먼저 연락드려 만나게 되고 그분의 조교를 할 기회까지도 얻었다. 과연 이 교수님이 나를 만나주실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교수님은 어떻게 나를 알고 찾아왔냐며 영광이라고 하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기억하자, 세상 도처에는 나를 모르지만 나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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