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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미나리 Nov 15. 2018

제발 생산적인 회의를 합시다!

회의감만 남는 5가지 회의

2011년 9월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회사생활 7년 차이다. 물론 동일한 직무의 연차 쌓인 것은 아니지만 회 사생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회의'이다.

주로 기획/마케팅 직무이다 보니 회의에 불려 다니는 일이 잦았고, 내가 회의를 소집/요청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 클라이언트와의 회의부터 회사 내부 회의까지 다양한 회의를 참여하고 있다.

회의에 참여하다 보면 회의감과 무기력함만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회의들을 정리해보았다.



1. 지나치게 디테일한 TMI 보고형 회의

주로 주간보고 형태의 회의가 여기에 해당한다. 각 팀의 진행사항들을 공유하는 취지는 좋지만 따로 보고해도 될만한 디테일한 실무내용까지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A회사에서는 월요일 오전 10시 반에 주간회의를 시작했다. 프로젝트/팀마다 디테일한 보고까지 다하다 보면 금새 점심시간이다. 오전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클라이언트의 취향이나 디테일한 업무내용, 사용하고 있는 Tool의 오류에 대한 이야기까지.. 특정 팀에 해당되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전 직원 참석하는 회의에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럴 때마다 혼이 나간 표정으로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면 내 앞의 동료도, 내 옆의 동료도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나마 한가할 땐 멍 때리고 있지만 바쁠 땐 뛰쳐나가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제발 정기 주간보고 형태의 회의에선 흐름만 간단히 보고하자.



2. 특정 사람만 계속 떠드는 일방통행 회의

회의 (會議)
여럿이 모여 의논함. 또는 그런 모임.
-표준국어대사전

회의의 뜻 자체가 여럿이 모여 의논하는 것인데, 꼭 한 사람이 떠들고 다른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주로 훈화 말씀을 듣는 자리인 경우이거나 강압적인 회의 참여자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듣고 있다 보면 내가 회의를 들으러 온 건지 강의를 들으러 온 건지 헷갈릴 경우가 있다.



상사 B님은 이야기하는걸 참 좋아하셨다. 한마디로 거두절미를 모르시는 분이었다.

예를 들어 Y회사와 프로젝트가 시작이 되면 Y회사와 우리 회사의 역사부터 설명하신다. 같은 회사에 20년 가까이 계시다 보니 예전에 그 회사와 했던 프로젝트 내용부터 그 담당 직원이 어디로 이직했고, 이직한 회사에서 무슨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는지까지 소위 말하는 썰을 풀어주셨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고 말 끊는 것을 매우 싫어하신다.

본론으로 들어가려면 서론 1~20분은 기본이고, 회의가 아닌 강의를 듣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간다.

그럴 거면 그냥 강사를 하지 그러셨어요.....



3. 같은 말만 반복하는 앵무새 회의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회의이다. 누구나 같은 말 계속 듣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특히 '효율'을 좋아하는 나는 특히 더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말 여러 번 한다고 그 효과가 좋아지거나 성과가 오르는 것이 아닌데, 그 시간에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C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며칠에 한 번씩 회의에 소집되어 대표님이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며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개요만 계속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스케줄과 업무분장은 없었다. 오죽하면 프로젝트 개요를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다이어리에 메모한 것을 세어보니 같은 내용만 다섯 번이 넘었다.)

드디어 한 달 후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실무자를 다 불러 모으더니,  개요만 읊고 끝내시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회의 중에 '기획서 수령일은 언제인지', '지금 하고 있는 업무는 언제 까지 하고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야 하는지'등 구체적인 내용을 질문하였다.

업무 우선순위를 위해 당연히 물어야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했다.(첫 회사에서는 업무 시작할 때 데드라인과 중요도를 묻지 않으면 본인 업무 스케줄 관리 못한다고 혼이 났었다.)

결론은 결국 대기 상태였고, 질문한 나에게 회의 후 돌아온 피드백은 '애사심이 없다.'였다.

어떻게 회사 직원이 프리랜서처럼 무 자르듯이 업무 끝 업무 시작 이렇게 일하려고 한다며 서운하다고 하더라. 그것보다 공개적인 회의 장소에서 대답 못할 질문을 던졌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님은 굉장히 감정적인 분이셨다) 그날 부로 있던 애사심마저 증발했다.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고, 좋은 이야기라도 계속 들으면 지치게 되어있다. 회의 중에 같은 말만 반복할꺼라면 서면으로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내자!



4. 결론 없는 회의

결론도, 대책도 없는 회의는 시간낭비다. 대부분 특별한 목적이나 준비 없이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 결론 없이 뜬구름만 잡고 끝난다. 회의 내내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랄까. 



D 회사를 재직 중, 직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사장님실 인터넷을 끊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사장님께서는 항상 네이버에서 웹서핑을 하다가 괜찮은 아이템을 발견하여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내용도 모른 채로 참석하면, 사장님의 두서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런게 요즘 새로나왔느니, 매출이 떨어졌느니, 다른 회사엔 뭐가 새로 생겼는데 우린 뭐 하고 있었느니, 교육회사인데 갑자기 호스팅 사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느니....

항상 고구마 100개 먹은 답답함을 가지고 1~2시간을 보내고, 결론과 대책이 없이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회의를 진행하자. 시간은 금이다.



5.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회의

주로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구성원들과의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 책임을 지지 않거나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보수적인 기업일수록, 회사 내부 경쟁이 심할수록 핑퐁 회의가 많아진다.



E 프로젝트는 회의의 연속이었다. 협의할 사항 많았지만, 서로 일의 범위를 줄이기 위한 기싸움이 회의의 50%이었다.
- 이 부분은 A팀이 담당해야 맞지 않나요?
- 아닙니다. 이 부분을 담당하기엔 일정이 촉박합니다.
- 그럼 B팀에서 해주시는 게 어떠신가요.

- 이 부분은 저희 팀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적)...
상 회의 때마다 서로 방어하기 바쁘고 정적만 흘렀다. 

이런 경우엔 나의 경험으론 회의를 주최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질질 끌지 말고 신속히 업무 분담하고, 안될 경우 추가 대안을 마련하거나 보상을 해주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회의를 중재하고 합리적으로 이끌어나갈 리더가 필요하다



번외 편.


# 안된다고 이야기할 거면 대안을 제시하자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다 안된다고만 하면 같이 회의하는 입장에선 답답하고 의욕이 뚝떨어진다. 안되면 그 이유와 대안을 제시해 주지 않으면 회의는 돌림노래가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대안 제시가 불가하면 언제까지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회의를 종료하는 것이 맞다.


# 2시에 회의하자고 하면 제발 2시에 시작하자.

- 꼭 늦게 오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있다. 본인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소중히 생각해주자.


# 퇴근시간 30분 전 시작하는 발목 잡는 회의

- 굳이 긴급하지도 않은, 다음날 해도 될 회의를 퇴근 30분 전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심하면 빨리 퇴근해서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자.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노트> 중 한 구절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지난날 내가 참석한, 내가 이끌었던 회의는 어땠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시길.


조직이 잘못되어 있으면 회의에 그대로 나타난다.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리더들은
‘우리가 회의를 개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슨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가?’를
정확하게 알고 참가자들을 이해시켜야 한다.

- 피터 드러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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