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요로결석 투병일기(2)
수술, 악몽 같았던 하루.
#4월 26일(금) - Part1 : 수술, 그리고 마취 실패
수술 날 아침이 밝았다.
수술로 인한 긴장 탓인지, 6인실에 함께 있는 할머니들의 코 고는 소리, 앓는 소리 때문인지, 잠을 거의 못 잤다.
오전까지 수술시간은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같은 날 수술하는 환자가 더 있었다. 2시에 그분 먼저 수술하고 내가 두 번째였다.
수술시간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니 서너 시쯤 수술 예정이라고.
책을 봐도, TV를 봐도, 낮잠을 자도 시간이 너무 안 갔다.
3시면 15시간 동안 금식이었다. 배고픈 건 둘째치고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하니 너무 괴로웠다.
3시가 넘어서 드디어 수술실로 오라는 콜이 왔다.
수술복으로 환복 하고, 병원 침대에 누워 오른쪽엔 간호사, 왼쪽엔 아빠와 함께 수술실로 출발했다.
침대에 누워보니 의학드라마에서 보던 천장 앵글이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전신마취 관련 주의사항을 들은 후, 보호자가 들어갈 없는 수술실 문이 열렸다.
처음 와 본 수술실은 너무 차갑고 추웠다.
차디찬 수술실에 누워서 양 팔을 벌려 밴드로 고정했다. 한쪽 팔에는 수술에 필요한 링거 두 개가 들어가고 있었다.
의료진들은 나를 눕혀놓고 다들 수술실을 오가며 수술도구를 점검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나만 다른 세상에 있어 시간이 멈춘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누워있으니 모든 감각이 예민해졌다.
수술실 천장의 조명, 사부작사부작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 수술도구 부딪히는 소리, 각종 기계소리, 미세한 소독약 냄새, 소름 돋는 찬 공기.
나는 그날의 수술실을 그렇게 기억했다.
전신마취 주의사항을 한번 더 듣고 마취 가스를 들이마신 후 잠이 들었다.
그 이후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들려오는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장기전이야. 보호자 연락해 얼른! 집에 늦게 가겠네. "
#4월 26일(금) - Part2 : 수술, 그리고 수술 후 통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목구멍이 불덩이를 삼킨 듯 뜨거웠다.
목이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섭고 아파 양팔이 묶인 채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통곡하듯 울어본 게 언제였다 싶을 정도로 엉엉 울었다.
옆에 있던 마취과 의사가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신마취를 위해 기도에 관을 삽입해야 하는데 턱이 짧고 기도가 좁아 삽관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즉, 기도에 관을 삽입하기 위해 이리저리 쑤시다가 내 목을 아작 냈는데 그마저도 실패해 마취를 못 했다는 말이었다.
결국 수술은 아직 시작도 못했고, 보호자 동의 후 하반신 마취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시계를 보니 6시 10분, 수술실에 들어온 지 두 시간이 다되어갔다.
간호사가 아빠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나를 바꿔줬다.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니 다시 울음이 터졌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너무 아프고 서러웠다.
계속 울면 숨쉬기가 더 힘들다며, 진정하라고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
다시 수술을 위해 척추에 마취주사를 맞고 울면서 대기했다.
하반신 마취주사도 아프다던데, 난 아픔을 느낄 정신이 없었다.
목이 너무 아팠고,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금식이라 물도 못 마시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잠시 후 담당의사가 들어와 수술이 시작되었다. 하반신 마취를 해서 아무 감각이 없었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달 그다지 달그닥 수술하는 소리가 들리다 중간에 마취를 했는지 잠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수술이 끝나 있었고, 그렇게 4시간 만에 수술실을 나왔다.
회진 때 담당의사가 와서 다시 한번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원래 제거 예정이었던 결석은 5개였는데 요도를 막아 통증을 유발했던 하나는 자연배출되었고, 나머지 하나는 안쪽에 파묻혀 있어 제거하지 못했다.
추가로 요관이 좁아서 내시경이 통과할 수가 없어 요관 스탠드도 삽입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10% 정도라더니 그게 바로 나였다.
혈관도 얇고, 기도도 좁고, 요관도 좁고. 아무래도 이 몸뚱이는 자라다 말았나 보다.
이제 끝났나 싶었는데, 마취가 풀리자 아프기 시작되었다.
요도엔 소변줄이 연결되어 있었고, 피로 물든 소변이 쌓여가고 있었다.
아랫배엔 묵직한 통증이 계속되었고 무엇보다 목이 너무 아팠다. 일주일째 편도염을 앓은 것 같은 통증과 함께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수술 후에도 6시간 금식이라 여전히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만신창이였다.
새벽 내내 잠을 설쳤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무엇보다 잠버릇 험한 나인데 소변 줄이 있으니 너무 불편했고, 중간중간 핏덩이로 막혀서 간호사들이 들락날락하며 식염수로 청소해줬다.
#4월 26일(토) - 통증의 연속
새벽에 소변줄 제거하고 아침 일찍 경과를 보러 외래로 내려갔다.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 하반신이 마비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프니까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느릿느릿 걷게 되었다.
간단한 검사 후 진료실에 앉아서 어제 회진 때 들었던 내용을 다시 자세히 들었다.
의사생활하면서 전신마취 안 되는 환자는 거의 처음이라며 설명하는 내내 특이한 케이스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하다가 계속 들으니 마치 자신 잘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것 같이 들렸다.
수술 후 통증은 언제 없어지는지 물으니 통증을 느끼는 정도랑 회복력이 사람마다 달라서 언제라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다만 나의 경우 두 가지 케이스 때문에 좀 더 아프고 오래갈 수 있다고 했다.
1. 전신 마취가 아닌 하반신 마취로 진행했기 때문에 통증이 좀 더 심할 수 있다.
2. 요관 스텐트를 삽입해서 강제로 팽창되어 있는 상태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통증이 심할 수 있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통증 때문에 하루 더 입원해 있기로 했다.
아프니까 더 예민해지고 잠을 잘 못 자서 하루는 2인실에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가 되었다.
토요일 내내 2인실을 혼자 쓰며 고요한 하루를 보냈지만 몸상태는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통증을 견딜 수 없을 땐 엉덩이 주사를 맞으니, 양 팔과 엉덩이는 멍투성이가 되었다.
그 와중에 목도 아파 편도염이 있을 때 하는 초록 가글을 틈틈이 했다.
하하.... 이건 꿈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