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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미나리 Jun 07. 2019

갑자기 찾아온 요로결석 투병일기(1)

각종 검사와 주삿바늘의 공포

끔찍했던 4월, 5월이 갔다.

내 인생에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시간들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건강을 잘 안 챙기던 내가 그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두 달에 걸 친 두 번의 입원과정을 기록해본다.

아직도 완벽히 정상은 아니지만.



#4월 24일 새벽 : 통증 시작

집에서 저녁을 먹고나서부터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더니, 이내 오른쪽 아랫배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소화제를 먹고 누웠지만 소용이 없었다. 위치가 오른쪽 아래라 혹시 맹장인가 싶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침대에서 이리저리 쪼그리고 누워있어도 도저히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새벽 2시에 동생과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기본적인 피검사/소변검사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집에서 계속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응급실로 왔더니 소변이 나오지 않아, 일단 피검사만 진행했다.

1시간이 지나고 피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다며 혹시 모르니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새벽 3시에 CT라니.

수액을 맞다 보니 통증이 줄어 살만해졌으니, 피곤과 졸음이 쏟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응급실에서 CT까지 찍으면 너무 비쌀 것 같아 일단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응급실에서는 혹시 약을 먹어도 계속 아프면 맹장일 수 있으니 아침에 다시 병원에 오라고 당부했다.


#4월 24일 아침 : 각종 검사와 진단

집에 와서도 통증 때문에 허리를 필 수가 없었다. 새벽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결국 아침 일찍 회사에 연락해서 휴가를 쓰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이다. 특히 오전 10시의 내과는 앉을자리 없이 환자들로 북적북적했다.

접수 후 사람들에 섞여 기다리다, 드디어 진료실로 입성.

의사는 이리저리 배를 눌러보더니 역시나 CT를 찍어보자고 했다.

CT촬영을 위한 조영제 알레르기 검사를 하고, 어제 못했던 소변검사와 함께 CT를 찍었다.

그리고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 끝에 다시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결과는 요로결석이란다.

새벽에 소변검사를 했으면 굳이 내과로 오지 않았을 것을.

그리하여 나는 내과에서 비뇨기과로 보내졌다.


내과와는 다르게 비뇨기과는 한산했다.

바로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비뇨기과 의사는 무미건조하게 "결석이 좀 많으시네요."라는 대사와 함께 CT를 보여주었다. 그와 동시에 신장과 방광 모양이 인쇄되어 있는 A4용지에 CT상의 결석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위치와 크기를 적으며 하나 둘 그리기 시작하는데, 끝이 없었다.

몇 분간의 정적이 흐르고, 총 11개의 결석이 A4용지에 그려졌다. 통증은 그 돌들 중 하나가 신장과 요도 사이의 길을 막고 있어서 생긴 것이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11개라니, 대체 이 많은 돌들은 언제 생겼단 말인가. 황당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었다.

의사는 내 감정은 상관없는 듯 이 정도로 돌이 많으면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며, 수술 과정 등을 녹음기 틀어놓은 듯 줄줄이 읊기 시작했다. (보통 체외 충격파 시술을 많이 하는데 결석이 크거나 많은 경우에는 요관경하 배석 술로 결석을 제거한다고 한다.)

요도로 내시경을 삽입하여 결석을 제거하는 수술인데, 말만 수술이지 칼을 대는 게 아니라서 수술 경과보고 바로 다음날 퇴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 과정에서 요관이 좁다면 요관 스탠드를 삽입하기도 하는데 거의 10% 정도이고 수술 후 4주 정도 있다가 마취 없이 간단하게 제거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결석이 많아 수술을 오른쪽/왼쪽 나눠서 해야 하는데 오른쪽이 통증도 심하고 신장도 많이 부어있으니 오른쪽부터 수술하기로 했다. 가장 빠른 수술 날짜가 내일모레라 어영부영 수술 날짜를 잡았다. 수술 전 금식과 여러 검사들을 해야 해서 내일 당장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진료실을 나서서 입원에 필요한 각종 검사와 당장 통증을 가라앉혀주는 진통제를 맞고 미리 입원 수속을 하니, 오후 3시였다.

그날 하루 응급실에서 2시간, 병원에서 5시간을 있으면서, 양 팔에 6개의 주삿바늘 자국과, 요로결석이라는 병명을 얻었다. 그리고, 입사 2주 만에 장기 휴가를 쓰게 되었다.


#4월 25일 : 입원

오전에 병원에 입원해서 환자복을 입었다.

중학교 때 교통사고 이후로 입원은 오랜만이었다.

환절기에 감기는 기본이요, 거북목과 척추측만으로 근육통을 달고 살았지만, 입원에 수술이라니.

하루 종일 멍하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상태로 멍하니 있었다.


입원하면 가장 괴로운 것이 링거를 맞는 것이다.

워낙 핏줄이 잘 안 보이고 혈관이 얇아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피 뽑거나 링거 맞기 전 주삿바늘을 보면 초긴장상태가 됐다. 팔뚝에 찌른 바늘로 혈관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집는 느낌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쓰면서도 식은땀 난다.)

이미 입원 전에 양팔에 바늘 자국과 멍으로 가득했고, 입원 후에도 역시나 고난의 연속이었다.

간호사들은 바늘을 찌를 때마다 팔뚝을 연신 두드리며, 수맥을 찾듯 신중하게 혈관을 찾았다. (혈관이 잘 보이는 친구는 처음 보는 광경이라고 하더라.)


입원 후 오후가 되도록 아무도 내일 있을 수술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저 수술 전 검사와 의무적인 혈압/열 체크하러 오는 것이 전부였다. 다음날 수술인데 시간 언제인지 물어봐도 2시 이후인데 수술할 사람이 두 명이라 시간이 정확하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행히 어제 죽을 것 같이 아팠던 배와 옆구리 통증은 잦아들었다.

멍하니 누워있다가 이왕 버리는 시간, 못 본 드라마랑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사실 수술을 앞두고 집중할만한 다른 것이 필요했다.

자정부터는 금식이었다. 평소에도 자기 전엔 잘 안 먹는데 먹지 말라니까 더 배고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잠들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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