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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미나리 Jan 31. 2019

친척들과 오랜만에 만나면 쏟아지는 질문들

연휴 맞이 듣기 싫은 질문 4종 세트

이달 초, 오랜만에 아버지 쪽 시골 어른들을 뵐 일이 생겼다.

나이 들어서는 큰 행사가 아님 얼굴 비출 일이 없던 터라 반갑게 맞아주심이 기분이 좋았다. 

그 좋은 기분은 딱 첫인사할 때까지만 유지되었다.

오랜만에 뵌 만큼 어른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소위 말해 멘탈이 탈탈 털렸다. 나는 그저 녹음기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웃는 앵무새가 되었다. 여러가지 질문 중 빠지지 않는 질문 4콤보가 있었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니?

아버지 가족은 8남매에다, 할아버지가 3형제인데 시골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계셨다. 이렇게 대가족이다보니, 일가친척들이 다 모이시면 북적북적 정신이 없다.

어렸을 때에도 누군지 모르고 그저 낯익으면 열심히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가족들은 많은데 몇 년에 한 번씩 얼굴을 비추니, 볼 때마다 항상 나이가 헷갈리셔서 물어보시곤 한다.

나이를 들으시곤 "아이고 벌써 그렇게 됐어? 아직도 학생 같네."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기분이 좋으려던 찰나, 그 말을 들은 동생 왈 "좋아하지 마라, 오랜만에 만나서 기분 좋으라고 하시는 말이야."

그렇다. 나이는 다음 질문을 위한 사전 질문일 뿐이었다.



시집갈 나이네


 나이를 듣고 바로 하시는 말씀이

'얼른 시집가야겠네', '결혼해야지'였다.

시골 어른들을 자주 뵙지 않아서 그런지, 이런 주제에 아직 익숙하지 않다. 기껏 해봐야 결혼한 친구들이 많은 모임에서 '넌 결혼 언제 할 거야?'는 가벼운 물음 정도였다.

부모님 또한 결혼을 재촉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날은 하루 동안 시집가야지, 결혼해야겠네 라는 이야기를 10번을 넘게 들으니, 대답 없이 그저 어색한 미소만 띤 채 눈을 피했다.

스트레스가 쌓여 얼른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애인은 있어?


결혼을 하려면 상대가 있어야 하니, 애인 여부를 물으셨다.

최근 결혼한 누구는 같은 회사 누구랑 만나서 결혼했는데 사람이 괜찮더라는둥 묻지 않은 TMI를 쏟아내신다.

난 그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웃음으로 모든 상황을 대처했지만, 어느새 어른들은 내가 애인이 있는 걸로 결론짓고 어디서 만났냐, 뭐하는 사람이냐의 질문들을 쏟아냈다.

결혼 안 한 친척오빠들의 이야기를 하며, 넌 빨리 하는 게 효도라는 이야기를 하신다.



요새 어디 다녀?


애인을 어디서 만났냐는 이야기가 오고 가다 보니 자연스레 직장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포인트는 '무슨 일'을 하는지 묻는 것이 아니라 '어디 회사'를 다니냐는 것이다.

작년에 누구네 딸은 연구원에 들어갔다더라, 이번에 누구 딸이 계속 취업 못하다가 결국은 대기업 들어갔다더라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신다.



돈은 좀 모아뒀지?


직장 이야기를 한참 하다 돈 이야기로 정착했다.

'돈 관리는 잘하고 있지? 시집가려면 돈 모아야지!' 

할머니는 이미 내가 시집갈 돈을 다 모아두었다고 확신하셨다.

'다 모아 놓았겠지, 나이가 몇 인데- 우리 장남 딸들도 결혼할 때 알아서 모아서 가드라고'

하하... 할머니 아직 학자금도 다 못 갚았어요.....





작년 추석 잡코리아•사람인에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가 받았던 질문과 비슷하다. 나는 직장인이라 다행이지 취준생이었으면 그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것이다. (설문조사)


2018년 추석에 듣기 싫은 말 Top7 (잡코리아·알바몬)

설문조사 중 미혼 남녀가 듣기 싫은 말에 대한 통계도 있었다.


미혼 남성 직장인이 듣기 싫은 말

연봉은 얼마나 받니?(36.5%)

결혼(자녀)은 언제쯤?(33.2%)

앞으로 계획이 뭐야?(25.0%)

저축은 좀 해뒀니? 돈은 얼마나 모았니?(24.5%)

 애인은 있니?(14.4%)


미혼의 여성 직장인이 듣기 싫은 말

결혼(자녀)은 언제쯤?(42.9%)

저축은 좀 해뒀니? 돈은 얼마나 모았니?(26.8%)

연봉은 얼마나 받니?(24.4%)

살 좀 빼야(찌워야)겠네(23.8%)

애인은 있니?(20.8%)


연봉 얼마 받니라는 질문도 꽤 많이 받는다니, 당혹스럽다.

결혼에 대한 이슈는 동일하지만 여자가 그 비율이 많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다.


어른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오랜만에 봐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데, 사람 사는 게 공부-취업-연애-결혼이 일반적이다 보니 그분들 입장에선 일반적으로 질문이자 관심의 표현이다.


하지만 질문받는 우리 세대들은 그게 일반적이지 않으니, 괴로울 뿐이다.

전형적인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전 이렇게 생각해요.라는 소신을 전달했을 때 의심+한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니 점점 세대 간의 소통이 단절되는 것이 아닐까.


어른들도 너무 대학, 취업, 연봉, 결혼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 친구가 요새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에 관심을 가진다면 좀 더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질문들을 받을 취준생 및 직장인들이 좀 더 행복한 명절연휴를 보내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새해엔 좋은 말만 듣고 좋은 일만 생기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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