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넷플릭스로 감상했다. 그분의 선하고 강건한 삶의 행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어르신의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바르게 키워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삶을 엿보고 나면 자신의 삶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는 공통된 감상이 있다. 이를 미루어 봤을 때 사람들은 다들 어떤 가치가 올바른 것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온 생애에 걸쳐 올바른 가치를 지키며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남편과 함께 봤는데 1부가 끝나고 둘 다 말잇못 상태의 여운을 느껴 이를 나누는 텀을 가져야 했다. 그냥 '아, 나는 얼마나 이기적이고 보잘것없는 욕심쟁이로 사는가' 싶다. 다큐를 보면서 치킨과 맥주를 먹고 있었는데 남편이 그것마저 부끄럽다고 해서 웃었다.
우리의 일상이 늘 평화롭지 않기에 한때 가졌던 미래를 향한 희망, 이상적인 목표와 열정, 타인에 대한 애정과 믿음 같은 것들이 자꾸 옅어져 간다. 친절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인생의 난도도 함께 높아지는데 그런 중에도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은 정말 강하지 않겠는가. '친절함' 하나를 지키는 것도 참 버겁다. 그런데 그 생존의 시대에 정의로움, 겸손함, 소박함까지 평생 지켜낸 어르신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준다. 그걸 지켜내는 내내 수많은 유혹과 공격적인 말들을 마주하셨을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까. 나는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어떤 방식의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은 참 별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그 사람의 입장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시간과 공간이 바뀌어 내가 그 상황이 되면 같은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으니 그 안에 절대적인 마음과 기준이 깃들 수 있다고 믿는 건 정말로 환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의 기준을 지켜낼 것인지, 그냥 사는 대로 생각을 바꿀 것인지는 어느 정도는 의지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예전에는 꽤 자주 곱씹으며 살았는데 요즘은 통 떠올리지 않았다.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시간을 살면서 조금씩 사는 대로 생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살고자 평생 노력한 어르신의 삶을 보고 의지를 다잡게 된다. 그분만큼은 못 하겠지만 그냥 중요하다 여기는 최소한의 것들을 놓지 않고 살아야지 싶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일에 대한 나만의 의미를 계속 고민하고, 물질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을 느껴야겠다. 말을 신중하게 하고,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걸 놓지 않아야겠다. 남을 존중하는 것이 결국 나를 지키는 것이 될 테니까.
요즘은 답이 있는 줄 알았던 것들이 모조리 답이 없는 것이 된 것 같았다. 하지만 절대적인 가치는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스스로 지키고 살면 그게 답이 되지 않을까. 휘둘리지 말고 흔들리지 말고 용기만 내자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