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1. Neverland

나의 꼬마가 있는 그곳, 보딩스쿨로 떠난 뒤

by Claire

긴 잠에서 깼다.

꼬마의 침대에서 또 잠이 들었구나.


베개에서는

더 이상 꼬마의 달콤한 향기는 나지 않는다.

머리맡 어딘가에 있는 핸드폰을 더듬어

시간을 확인한다.


03:30


동부는 오후 1시 반.

꼬마는 점심 먹고 있겠네.


문자를 먼저 확인하고

지메일을 연다.


어젯밤, 여름방학을 보낼 썸머스쿨 지원서에 낼 에세이를 제출하고

가능하다면 과학 선생님께 추천서를 부탁드려도 될지

조심스럽게 여쭤보자고 이메일을 남겼었다.


오늘 안으로 여쭤보고

시간을 내서 에세이를 써보겠다는 답장이 왔다.


이메일을 읽고 나서야

정신이 조금 든다.


잠시 앉아 있다가

물을 한 컵 가져온다.

노트북을 켰는데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보인다.


브런치.


이렇게,

여기서 시작하게 되는 걸까.


그동안 생각하고 쌓아두었던 것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본다.


Episode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딸과의 이야기다.

동부 주니어보딩스쿨에 다니는

열 네살, 나의 꼬마.

내 마음속에는 아직 꼬마인데

이제는 숙녀가 되었다.


Chapter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도 계속 필요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놀이학교에서 시작해

영어유치원, 사립초등학교, 국제학교까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낳고, 기르고, 보살폈다.



그러던 어느 날,


막연히

"1년쯤 뒤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보딩스쿨의 문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열렸다.


딸은 그 문을 통과했고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했다.

다른 어떤 준비보다도

나는 마음의 준비가 가장 덜 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Episode는

딸과의 추억이자

과거와 현재를 단단히 잇는 기록이 될 것이다.


그리고 Chapter는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선택의 흔적을

교육 정보로 남기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 길 위에서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외롭지 않은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의 가장 최근 경로였던

국제학교에서 보딩스쿨까지의 길은

게임으로 치면

1탄, 2탄, 3탄으로 가던 차례로 올라가는 방식은 아니었다.


3탄에서 6탄으로,

6탄에서는 10탄으로 뛰어넘는

비용과 에너지, 의지의 관문이다.


이 모든 길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딸과 함께 셀프로 건너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여전히 놀랍다.


불안하고

걱정이 몰려오는 날도 많지만

우리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한다.


곧 하이보딩 입시의 결과가 나온다.

끝까지,

묵묵히 나아갈 예정이다.


2026년 2월 12일

Claire (보딩맘)


52827219327_6709b600f7_b.jpg “나는 여기까지 데려다주었고, 이제부터는 아이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