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즉석라면에 핫초코 한 잔!
몇 달 전 일이긴 하지만 비 오는 주말이면 늘 생각나는 그 순간의 그 맛!
비가 '추적추적' 말고, '보실보실' 내리던 주말 오전, 비 덕분에 인적이 드문 한강에 나가 호사롭게 라면 브런치를 했다.
편의점에는 즉석라면 끓이는 방법이 사진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계란은 끓을 때 넣고 젓가락으로 살짝 저어 달라'는 세심한 설명에 계란을 안 넣어 먹고 버틸 자는 계란 알레르기 있는 사람일 뿐이리라.
따끈한 핫초코, 젓가락으로 살짝 저은 계란을 푼 맵직한 라면, 뜨끈하고 통통한 어묵을 사들고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도 바깥의 나무 아래 테이블 자리를 고집하니 한강 전체를 전세 낸 듯 우리뿐이다.
라면은 역시 컵라면보다는 즉석에서 끓인 라면이지! 하며 호로록~ 한 젓가락씩 나눠 먹는 라면 맛이 일품이다.
비 오는. 일요일 오전. 한강 둔치. 편의점. 즉석 라면. 이 조합은 궁극의 진리!
내가 어렸을 때는 한강 둔치에 버스를 개조한 스낵카가 세워져 있었다. 출출한 겨울밤이면 부모님과 함께 창가 쪽에 일렬로 앉아 밖을 내다보며 먹을 수 있도록 개조된 스낵카 안에서 고춧가루와 김가루가 뿌려진 통통한 면발의 우동을 국물까지 남김없이 나눠 먹으며 속이 뜨끈해졌던 기억이 있다. 소박한 외식이지만 큰 즐거움이었다. 요즘 유행인 푸드트럭의 원조격이 아닐까 싶다.
한강에서 배달음식 시키면 앉아 있는 돗자리까지 척척 배달되고, 편의점에서도 집에서 끓인 것과 같은 즉석라면을 3분 만에 먹을 수 있는 한국. 미국에서 이건 참 그립더라.
'넓은 것은 오지랖, 깊은 것은 정, 많은 것은 흥 뿐이고
좁은 것은 세상, 얇은 것은 지갑, 적은 것은 겁 뿐인 가족'
'겁 없이 살아 본 미국' 책은
평범한 40대 회사원 남자가 미국 경영전문대학원(MBA) 입학부터 졸업하기까지,
10년 차 워킹맘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 무료영어강좌에서 수십 개 나라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고,
알파벳도 구분하지 못하던 큰 딸이 2년 만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하고,
Yes/No도 모르던 작은 딸의 미국 유치원 적응기까지, 다양한 미국의 교육 현장 이야기.
전화도 터지지 않는 서부 국립공원 열 곳에서 한 달 이상의 텐트 캠핑,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인연,
경험이 없는 덕분에 좌충우돌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담은 책.
출간 두 달 만에 2쇄 인쇄. 브런치 글 조회수 100만 회 이상.
페이스북 팔로워 1400명(www.facebook.com/MKLivingUSA)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장소와 사람과 음식이 생겼고
나이와 국적에 대해 견고하던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친구 삼을 수 있는 사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고,
서로 다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며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고
낯선 곳에 뚝 떨어져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당황해서 주저 앉아 울고만 있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것이 결국은 '성숙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