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그 여자네 집> 창비, 1988
감상 : 제목부터 부드럽게 내 마음을 감싸 안아주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시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동요가 생각이 났다. 음률을 부치면 귀여운 동요가 될 것 같은 친근함이 넘쳐나는 시이다.
우리의 하루가 잘 살았다, 즐겁게 살았다 할 때도 있지만, 이게 아닌 것 같은 데 하면서 하루를 돌아볼 때가 꽤 있다. 이게 아닌 데, 하지만, 우리의 하루는 어제와 비슷하게 살아가진다. 그러는 동안 꽃이 피고 지고,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다. 내가 그렇듯이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사는구나 싶으니 내가 덜 실망스럽다. 우리가 대단한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별 일 없이, 이래도 되나 싶게 살아도 되는 것이다. 누구의 삶이 더 소중하고 귀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이 시를 읽는 내 마음의 이게 아닌 데를 이래도 되는 것이다 라고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