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너마저

족저근막염

by 은 선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발바닥에 강한 통증이 왔다. 아침부터 쥐가 다 나네 싶었다. 스트레칭을 한 뒤 다시 일어서려는데, 여전히 너무 아팠다. 이건 쥐 난 게 아니야, 뭔가 다르다!


급한 대로 검색을 해보니 족저근막염인 것 같다. 발뒤꿈치 통증이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것 같지만 정형외과를 가보면 알겠지.


정형외과에 가니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사실 엑스레이만으로는 족저근막염이 잘 관찰되지 않는다고 한다. 초음파나 MRI 검사도 가능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전에 일단 임상적 증상을 통해서 진단하는 것이 가장 흔하다고 한다. 나는 증상으로는 족저근막염이 맞고, 엑스레이 상으로도 발바닥 힘줄이 붙어있는 뼈 일부분이 조금 변형된 것도 확인 했다.


족저근막염은 말 그대로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그렇지만 오래 서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센 강도의 운동을 한 것도 아니며, 하이힐을 신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는데 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너무 오래, 많이 걷는 것 (하루 평균 2만 보를 걸을 때였다), 그리고 과체 중에 따른 것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중년(!)의 흔한 질환 중 하나라고 하니 굳이 따지면 노화도 한몫했을 것이다.


나는 발바닥의 아치 부분이 특히 아팠는데, 엑스레이로 보면 발꿈치뼈 끝부분이 뾰족해져 있었다. 그 자체는 통증과 큰 관계가 없더라도, 굳이 표현하자면 힘줄이 짧아졌다 해야 할까. 힘줄이 짧아지니 양쪽에서 힘줄을 잡고 있는 뼈에도 스트레스가 쌓여 뼈가 변형된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나는 족저근막염이 맞고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왜 ‘치료’가 아니라 ‘관리’냐고 묻는다면, 애초에 족저근막염은 완치 개념이 없는것 같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 같다. 발병을 안 했으면 모를까, 사람이 계속 두 발로 걷고 서고 움직이는데 완치가 쉽게 될 리 없다.


일단 걷는 것을 당분간 좀 줄이라고 했다. 신발은 이미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고 있으니 패스하고, 스트레칭을 자주 하라고. 마사지볼이나 테니스공, 골프공 등을 바닥에 놓고 아픈 부위에 무게를 실어 굴리는 방식으로 발바닥을 좀 풀어주고, 족욕도 도움이 되니 매일같이 하라고 했다. 물리치료를 받고,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귀가했다.


그렇게 좀 가라앉나 싶었다. 괜한 걸 가지고 병원에 갔나 싶기도 했다. 슬금슬금 의사 선생님이 당부했던 것들을 지키지 않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족저근막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로 다시 찾아왔다! 아픈 강도는 처음보다 더 심했다. 첫 진료 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가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변명을 하자면...... 의사 선생님이 말씀은 너무나 당연 하게 들렸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누구에게나, 어떤 증상에도 얘기하는, ‘스트레스받지 말고, 잘 먹고, 잘 자고….’의 변형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족저근막염이 재발되어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니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시 만난 정형외과 선생님은 내가 그동안 어떤 식으로 관리해 왔는지를 물었다. 걷기를 좀 줄인 것 외에는 달리 한 것은 없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번에도 처방은 비슷했다. 물리치료와 소염진통제를 받았고, 매일 스트레칭과 마사지, 족욕하기. 다만 통증을 감안해 이번에는 체외충격파 치료가 추가되었다. 비급여 항목이라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너무나 아팠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로 했다.


처음 경험한 체외충격파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겁은 많아도 아픈 건 나름 잘 참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두 가지 방식의 충격이 가해지는데, 하나는 그나마 좀 버틸만 했지만 다른 한 가지는… 글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 시큰시큰한, 몹시 불쾌한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순간적으로 발차기를 해 버릴 것만 같아 실낱같은 이성의 끈을 붙들고 부들부들 떨며 치료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너무 아프면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도 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던 마사지 볼을 찾는 거였다. 족저근막염으로 다시는 정형외과를 가지 않으리라!


그렇게 마사지도 틈틈이 해주고, 스트레칭도 하고, 저녁때는 (귀찮음을 무릅쓰고) 족욕도 했다. 실제로 통증이 많이 완화되긴했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해서, 아플 때는 그토록 간절하고 잘 관리하다가도, 통증이 줄어들면서 조금씩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족욕은 정말 귀찮은 일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족저근막염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족저근막염은 또다시 찾아왔다. 의사 선생님께 할 말이 없어서 다른 병원을 갈까를 살짝 고민하다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은 또 왔냐와 그러려니를 반반정도 섞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나는 열심히 항변(이라 부르고 실제로는 변명)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제가 사실 스트레칭도 맨날 하고, 마사지도 하고, 족욕도 열심히 했거든요…. 요즘에만 좀 안 한 거예요”.


나를 빤히 바라보던 의사 선생님은 그동안 스트레칭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달라고 했다. 머뭇거리며 스트레칭을 시연했더니, 그렇게 해서는 효과가 없다고 딱 잘라 얘기했다. 수건을 활용해도 괜찮고, 그것도 귀찮으면 아예 스트레칭 보드를 사서 5분 만이라도 그 위에 매일 서 있으라고.


게다가 이번에도 물리치료와 체외충격파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으나 별수있나….


체외충격파실을 향해 터덜터덜 걷던 나를 본 물리치료사님이 왜 그렇게 어디 끌려가는 것 같은 표정이냐며 웃었다. 이미 아는 고통이라 더 무서웠다. 선생님, 여기에 인형 같은 거 하나 두셔야 할 것 같아요, 뭔가 꽉 쥘 게 필요해요, 이런 소리를 하다가, 중간중간 실성한 사람처럼 웃기도하고, 그러다가도 정말 아플 땐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렇게 치료를 받고 나오니 진이 빠져 너덜너덜 해진 기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번에는 진짜로, 제대로, 정말로 관리를 잘 해보리라 다짐하며 쇼핑을 시작했다. 스트레칭 보드를 사고, 족욕기를 검색했다. 당근이며 번개장터를 뒤졌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고, 너무 비싼 걸 사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적절한 가격대의 간단한 기능만 있는 것으로 구매했다. 돈을 들인 만큼 관리를 더 잘 해내리라 다짐했다.


스트레칭 보드에 서서 게임을 하거나 뉴스를 읽는다. 족욕을 하며 유튜브를 본다. 마사지 볼은 책상과 침대 옆에 하나씩 두고 수시로 풀어준다.


그렇게 관리한 결과, 족저근막염은 지금까지는 (다행히) 재발하지 않았다. 관리가 조금 느슨해지면 다시 발에 조짐이 느껴지고, 그럴 때면 황급히 ‘풀케어’를 재개한다. 완치가 되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냥 잘 관리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나의 반려 질병(?)이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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