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춤을
작년 8월,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2020년 8월이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있겠지, 공부’만’ 하던 풀타임 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공부에 매진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했건만, 2020년 9월을 맞이한 한국인... 아니 전 세계인들이 그렇듯 나의 2020년은 나의 바람과 단 1퍼센트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한 톨만큼도 같은 구석이 없다. 새로운 한 해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달려가는 2020년은 마치 별그대 도민준이 잠깐 시간을 멈춰 놓았는데 그 속에서 나 혼자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신천지를 견뎌내고, 이태원을 이겨냈는데, 또 퍼지기 시작하는 야속한 코로나를 원망하면서 나는 경영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것도 불과 1년 전 내가 졸업했던 그 대학원으로. 경영학과에서 커뮤니케이션학과로 전과하면서 언젠가는 꼭 배워봐야지 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지금 이 순간, 2020년일 줄은, 아마 신만이 알고 계셨으리라.
1년 만에 돌아온 학교는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비록 낡았지만 학교 사람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탔던 낡은 버스는 짱짱한 성능을 자랑하는 새 버스로 바뀌어 있었는데, 버스요금 300원을 찾기 위해 가방이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던 돈 통 자리 앞에는 체온계가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두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모두 1인석으로 바뀌어 있었고, 무엇보다도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며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가며 탔더랬건만, 이제는 일정 인원이 탑승하면 버스에 오르지도 못하는, 쾌적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셔틀버스가 되어 있었다.
수업을 듣거나 지나치던 건물들 곳곳에 위치해 있던, 그리고 처음 대학원에 입학하여 지도교수님께 심각한 얼굴로 논문에 대한 질문을 했던 가격도 착하고 추억도 듬뿍 묻어 있는 캠퍼스 내 카페 거의 대부분이 닫혀 있었고, 저렴한 가격으로 인천의 끝에서 서울의 중심까지 통학하던 투잡러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학교 식당은 고작 하나, 두 개 정도의 선택지만 제공하고 있을뿐더러 가격도 더 비싸져 있었다. (분명히 더 저렴했었던 것 같은데.. 5천 원까지 내지는 안 냈었던 것 같은데 하고 자꾸 라떼를 찾게 된다. 고작 1년 전일뿐인데.) 비싸지지 않았다면, 비싼 학비에 비해 지나치게 귀여운 나의 통장이 버거워하고 있는 거겠지.
제일 불편한 것은 바로 출입문이었다. 체온을 측정하고 큐알코드를 찍고, 명부를 작성해야만이 건물에 출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이 위치해 있는 중앙출입문만을 이용하도록 여러 문들을 자물쇠로 걸어 놓았는데, 문제는 굳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향하는 ‘익숙한 길’로 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생 식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출입문 대신 언덕을 올라 1층으로 간 뒤 지하로 다시 내려와야 한다거나,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찻길을 따라 주차장 밖으로 나와 건물 1층으로 들어가야 하는 등의 수고로움을 견뎌내어야만 밥을 먹을 수 있고, 건물을 나설 수 있으니. 길치인 내가 수 없이 길을 잃어 가며 구축해놓았던 내 머릿속 지도가 모두 소용이 없어진 기분이다.
다시 돌아온 학교에 나쁜 것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공사로 인해 펜스로 막혀 보지 못했던 옛 성균관 일대가 그 예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고 - 조금만 더 선선해지면 밥 먹고 은행나무 주변 산책이라도 해야지 - 경영전문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전용 스터디룸과 라운지가 수업이 이뤄지는 바로 그 건물 지하 1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다른 건물 맨 위층으로 올라간 뒤에도 계단으로 두 층을 더 올라가야 겨우 도착했는데) 무엇보다도 서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왔지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한 곳에 모인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 더구나 1년 동안 같은 스케줄로 같은 과목을 들으며 돈독한 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온 오프라인을 병행하여 이뤄지는 수업 방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게는 교수님까지 합쳐야 5명이 수업을 듣던 전 석사 과정과 비교해 여럿이 수업을 들으니, 약간 대학원이 아니라 대학교로 돌아온 것 같은 풋풋함까지도 느껴진다.
복수학위과정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년 반 남짓한,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는 나의 마지막 석사과정이 되어야 할 MBA 생활. 아직까지도 징징 울리는 안전문자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매일 지하철에 오르면서 혹시나 이곳에 확진자가 타지는 않았을까 두려워하는 1학기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이 MBA 과정을 그저 ‘승진이나 이직, 연봉 인상을 위해서 다들 하니까’와 같은 평범한 이유가 아닌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는 귀중한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석사 생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