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에서 쿼터, 선에서 선을 넘어 다니는 일상

길고 긴 통학러의 하루

by 환한


드디어 경영전문대학원에서의 첫 번째 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되었다. 2020년 상하반기 모두 꽉꽉 채운 코시국에 대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꽤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매번 학교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핸드폰을 꺼내 QR 코드를 인식시켜야 하고, 들고 있는 커피를 내려놓고 손 소독을 하고, 또 소독제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출입 시간과 서명을 해야 한다. 약 스무 명이 있는 교실 내부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고, 안경을 쓰는 나로서는 숨을 쉴 때마다 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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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너무 예쁜 캠퍼스.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지만, 학교 캠퍼스 한정 최애 계절이다. 바로 단.풍. 때문에!


꼭 지켜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은 차치하고, 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익숙하지 않은 쿼터제 학기였다. 학부와 첫 번째 석사 과정 모두가 봄/가을 학기제를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개 학기가 7주 과정의 두 쿼터와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집중 주간으로 이뤄진 쿼터제에 적응하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총 15주 동안 9과목을 수강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 적응할 만하면 다시 새로운 과목이 시작되고, 또 새로운 과목이 시작되니 정밀 머릿속이 새카매지는 기분을 겪고 또 겪어야 했다.


일론 머스크가 어느 회사의 CEO인지,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대학원에 와서야 처음 알았다고 하면 뭐라고 하겠는가? 근데 그게 바로 나였다. 어렸을 땐 노래하느라, 대학을 졸업하고는 일하느라, 대학원에 가서는 공부하느라 마지막으로 뉴스를 정독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변명인 건 알지만, 테슬라가 무슨 회사인지, 또 주가가 엄청나다는 것 정도만 알면 괜찮지 않겠는가….?)


KakaoTalk_20201220_224538198_10.jpg 덕분에 내 아이패드는 열 일 중


그래도 뉴스에서나 들어봤던 용어와 개념에 대해 배우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또 내가 이제껏 살아왔던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은 확실히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편의점에서 2+1과 1+1이 가지는 차이부터, 인플레이션과 고용/실업률의 관계, 그리고 은행도 서로에게 돈을 빌린다는 소소한 지식은 그저 크게만 느껴지던 경제와 사회를 조금 더 친절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고, 손익계산서에 어떤 항목이 들어가는지를 알고 있다면 회사에서 내가 이제껏 해왔고 평생 할 것이라 생각되는, 때때로 지루하고 또 지겨울 수 있는 업무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직무나 사업분야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핑크빛 미래이긴 하지만)


KakaoTalk_20201220_224538198.jpg 종점에서 종점을 왔다 갔다 하는 나날들. 때론 인천역으로, 때론 오이도역으로 나는 종점을 향해 간다.


그래도 쿼터제의 정신없음은 한 겹 한 겹 머리에 쌓여가는 지식으로 보상이라도 되지, 해도 해도 적응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인천에서 서울까지, 또 서울에서 인천까지 통학하는 시간과 과정이었다. 수인 분당선 > 1호선 > 4호선으로 이어지는 대중교통의 대환 장파 티와 더불어 앞뒤로 도보 이동시간까지 합치면 편도로 하여도 최소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왕복 6시간을 일주일에 4번씩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정말 극한직업이 다름없었다. 더불어 첫 번째 쿼터를 공부할 때 까진 직장과 병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회사까지 1시간의 이동시간까지 합치면 장장 7시간의 대장정이 완성되는 셈이다.


KakaoTalk_20201220_224538198_03.jpg 조금이라도 늦게 퇴근한 날에는 막차로 갈아타러 가는데, 정말 나 밖에 없다.


새벽 다섯 시에 기상하여 여섯 시에 지하철에 오르고, 퇴근 후 8시에 지하철에 오르면 평균 저녁 식사 시간은 10시 반. 취침시간은 1시 반… 다시 기상 시간은 5시… 사람이 없는 지하철역을 마주하는 것은 이 코 시국에 반가운 일이지만, 조별과제 미팅을 9시로 잡아도 지하철역에서 영상전화를 하는 것은 나에게도, 조원들에게도 썩 효율적인 일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세 개 이상의 지하철 라인, 때에 따라서는 버스 등 두 개 이상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수없이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것 또한 나와 내 주변의 모든 이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일일 평균 확진자의 수가 600명이 넘어가던 12월 초, 결국 집에서 학기를 마무리하기로 마음먹고 집에만 머문 지 20여 일. 부디 다음 학기가 시작되는 1월 중순경에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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