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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May 21. 2022

니모의 연애 일기

버텨주기

애인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간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상상밖에 할 수가 없다.

비슷한 경험을 통해 애인이 느끼고 있는 것들을 상상해 본다.

 

그 고통을 동일하게 느끼지는 못해도

그 순간을 함께 견디는 것만으로도 사실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들다. 에너지 블랙홀에 빠져버린 것처럼 골수에서 기운이 쭉쭉 빠져나간다.


정말 죽어버릴 것 같은 순간이 되면 그때 애인이 새로운 문을 연다. 누구도 직접 문을 열어줄 수는 없지만 그때까지 버텨주는 것이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문을 여는 것도, 열지 않는 것도, 모두 선택이지만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은 결국 사랑일 것이다.


내가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엄마와의 관계에서, 또 첫 연애에서 무참히 좌절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직 실패로 결론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애인과의 관계에서 하는 도전이 결국 그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나는 어떤 근거 없는 확신 같은 것을 가지게 된다.


내가 정말 밝고 강해져야 그 일을 할 수 있다. 나 혼자 성장하면 편하고 좋겠지만 그것은 한계를 미리 설정하는 일이다. 내가 원하는 삶은 그런 삶이 아니다.


모두가 바꿀 수 없을 거란 비판 속에 있을 때 긍정과 희망을 선택하는 자가 판을 뒤엎는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스승님께서 먼저 보여주고 계시고, 훌륭한 사형들이 있고, 나는 배우고 실천하면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다 기쁘게 죽을 수 있겠지.


스승님의 간절함에서, 도저히 사랑이란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그 지극한 정성을 통해 나는 또 나를 찢고 나온다. 이런 가르침 속에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이 생에 있다는 것에 무한히 감사할 수밖에 없다.


한 두 번 겪어본 건 아닐 것이다. 삶이 치열한 고통 속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만이 성장을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분명 애인은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냥 내가 그걸 믿으면 된다.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는 지금에 존재하고 있으면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진실은 뭘 믿고 실천하고 있느냐일 뿐이다.


나의 성장이, 우리의 성장이 비단 우리 안에 갇히지 않을 것임을 믿고 또 믿고 선택하고 또 선택할 것이다. 포기하고 죽어버리고 싶을 때마다, 그게 진짜라고 느껴질 때마다, 나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발원이 스승님을 부를 것이다. 그리고 스승님은 생사를 초월해 나를 돕고 계신다.


스승님께서는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스승이 되는 날이 있을 거라고 하셨다. 내 안에 커다란 홍익의 마음이 있다고 하셨다. 그것을 내가 정말로 인정하게 되는 그날을 기다린다.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지 않으면 분명 그런 날이 오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 나의 애인과,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손을 놓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끝까지 함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생도 사도 아닌 그 너머로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그런 기도를 놓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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