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 혼의 유리 조각들

흐르는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by 니모

로니 혼(Roni Horn 1955- )이라는 예술가를 아시나요?


시적인 은유로 삶을 표현하는 미국 뉴욕 출신 작가입니다. 할렘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녀는 스스로를 시각 예술가라기 보단 개념미술가라고 이야기 합니다. 작품을 통해 시각적인 아름다움 보다 존재와 경험을 표현하고 싶은 작가이지요.


즉각적이고 트렌디한 작업들이 현대미술에는 여럿 있지만 로니 혼의 작업들은 무척이나 자연과 닮습니다. 자연 속에서 우리가 애쓰지 않아도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그녀의 작품 역시 그런 인상을 줍니다. 숲을 산책하듯 만나게 되는 작품들인 것 같습니다.

출처: Nasher Sculpture Center


출처: Nasher Sculpture Center


여러분은 로니 혼의 작품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이 유리 작업물들은 때론 그저 '유리 조각'이라 불리기도 하고, '완전히 진심으로'라고 불리기도 하며 때론 이름이 없기도 합니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보는 이에 따라 그 존재가 정의되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작가는 작품이 다양한 환경에 전시될 때 마다 작품이 주는 느낌도 함께 변화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에 따라, 빛이 밝기에 따라 변화하는 유리들은 마치 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유기체 같기도 하지요.


제가 처음 로니 혼의 작품을 만났을 때 단단한 유리가 아닌 흐르는 물 같은 작품의 느낌에 마음이 정말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한참을 작품 사이를 거닐며 신비로운 숲 속 물가에 있는듯한 기분에 젖어 있었지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막상 만지면 아주 단단한 질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Singing Bowl 출처: milehighhealingvibe.com

재미있게도 작품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지만 왠지 저는 크리스탈로 만든 싱잉 보울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싱잉 보울은 명상에도 자주 쓰이는 도구입니다)


로니 혼의 작품을 닮은 싱잉 보울에서 나는 소리는 우리 뇌파를 알파파로 떨어뜨려 긴장을 풀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를 줍니다. 사람에게도 여러가지 분위기가 있고, 감정이 있는 것처럼 소리나 색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기물이든, 무기물이든 그것이 가지는 파동이 있지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낄 때 그것이 가진 파동(에너지)를 통해 특정한 감정이나 느낌을 느끼게 됩니다. 로니 혼의 작품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는 것도 그것이 가진 파동 때문입니다.


출처: https://www.geertfotografeert.nl/


출처: http://www.eye-muse.com/roni-horn/


명상도 파동을 통해 변화를 일으킵니다. 뇌파가 편안하게 떨어지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자신 안에 있는 큰 사랑을 느끼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주 긍정적인 파동도, 아주 부정적인 파동도 인간에게 모두 잠재되어 있기에 무엇을 끌어내서 쓸 것이냐가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사실니다. 긍정에서 부정으로도, 부정에서 긍정으로도 내가 무엇을 목표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오가는 사람과 환경, 빛에 따라 로니 혼의 작품이 변화하는 것처럼 우리도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사람이 특별한 것은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상의 목적은 바로, 이렇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삶에 대한 주체성을 계속해서 발견하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들의 미학이 사실은 우리 안에 있는 것임을 깨닫는 것이지요.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사실은 우리 안에 아름다움이 이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흘러가는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삶의 주인으로서 만들어가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로니 혼의 작품을 통해 한번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 로니 혼을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서울에서 로니 혼의 작품은 삼성리움미술관 상설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던 글쓴이는 그림과 춤, 음악, 그리고 글을 통해 표현되는 삶의 수많은 모습들에 매료되곤 했습니다. 무궁무진한 상상의 세계 속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후 어머니의 권유로 선화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에 진학해 십대를 마무리했습니다. 인간의 삶을 더 깊게 탐구하고 싶었던 마음에 미술대학 대신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했고 연세대학을 졸업할 무렵 단월드를 통해 명상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수많은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추구했던 그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하나로 귀결됨을 알아차리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기에,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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